홍명보 선임 뒷말 무성…축구협회 독단 vs 절차 따른 선택

변현철 기자 byunhc@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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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감독 내정 ‘미리 짜인 각본’
‘5개월 간의 쇼' 비판 목소리 커

“전력강화위원들이 후보 추천
협회 전권받은 기술이사 결정”

한국 축구 대표팀의 새 사령탑으로 선임된 홍명보 감독이 자신을 보좌할 외국인 코칭스태프 선임 관련 업무를 처리하고자 지난 15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출국하기에 앞서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축구 대표팀의 새 사령탑으로 선임된 홍명보 감독이 자신을 보좌할 외국인 코칭스태프 선임 관련 업무를 처리하고자 지난 15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출국하기에 앞서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한축구협회가 지난 7일 한국 축구 대표팀 신임 사령탑으로 홍명보(55) 전 K리그1 울산 HD 감독을 선택하고 난 뒤 '선임 과정의 정당성'을 놓고 축구계의 뒷말이 무성하다.

축구협회가 5개월여 동안 100여 명의 후보군을 놓고 고민하는 척했지만, 홍명보 감독을 선임하기 위한 '미리 짜인 각본'에 불과했다는 비판이 뜨겁기 때문이다.

여기에 홍 감독은 축구협회가 대표팀 사령탑 내정 사실을 발표하기 불과 이틀 전인 5일 취재진과 만나 "대표팀 감독에 대해 아직 생각한 바 없고 들은 것도 없다. 이임생 대한축구협회 기술총괄이사를 특별히 만날 이유는 아직 없는 것 같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축구협회가 결국 홍 감독을 차기 대표팀 사령탑으로 내정하면서 축구 팬들은 홍 감독이 약속을 저버렸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냈고, 축구협회에 대해선 시즌 중 K리그1 감독을 빼갔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또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회에서 활동한 박주호가 홍명보 감독의 선임 직후 개인 유튜브 채널을 통해 "국내 감독을 무조건 지지하는 위원들이 많았다. 어떤 외국 감독을 제시하면 무조건 흠을 잡았다. 전체적인 흐름은 홍 감독을 임명하자는 식으로 흘러갔다"라고 폭로하면서 축구협회의 결정에 대한 팬들의 반감은 더욱 거세졌다.

축구협회가 홍 감독 선임을 위해 지난 5개월을 낭비했고, 협회 내부에 홍 감독을 대표팀 사령탑으로 앉히기 위한 움직임 아니었느냐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물론 축구협회는 감독 선임 결정이 독단적으로 내려졌다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전력강화위원들의 추천에 따라 후보군이 추려졌고, 축구협회장으로부터 전권을 받은 이임생 기술총괄이사가 사령탑을 결정했다는 것이 축구협회 측의 설명이다.

축구협회는 지난 2월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을 경질한 이후 차기 사령탑 추대를 위해 새로운 전력강화위원장으로 정해성 전 대회위원장을 선임했다.

전력강화위원회는 지난 2월 후보 추천에 들어갔고, 이들이 초기에 추천한 사령탑은 100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초기 추천 단계를 거친 뒤 전력강화위원회는 1순위 후보로 제시 마쉬 현 캐나다 대표팀 감독을 선택했으나 축구협회가 내건 '국내 거주·K리그 관전' 선제 조건에 이견을 보여 결국 협상은 결렬됐다.

대표팀 선임에 난항을 겪은 축구협회 전력강화위는 2차 후보 추천에 나섰고, 이를 통해 최종 후보군으로 홍명보 감독(7표), 다비드 바그너 감독(7표), 구스타보 포예트 감독(6표)으로 압축됐다.

정해성 위원장은 포예트 감독, 바그너 감독과 화상 면접을 마친 뒤 정몽규 협회장에게 최종 후보군에 대해 보고했다. 이 과정에서 정 회장은 외국인 사령탑과 대면 면접이 필요하지 않겠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와중에 정 위원장이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사령탑 선임은 또 한 번 미궁에 빠지게 됐다.

애초 홍 감독이 유력한 1순위 후보로 추천됐지만 정 회장이 외국인 사령탑과 대면 면접을 권유하면서 정 위원장이 '국내 감독 불가'로 받아들이고 부담을 느껴 스스로 물러났다는 뒷얘기도 나온다.

결국 이임생 기술총괄이사가 정 위원장의 업무를 이어받았고, 이 기술총괄이사는 바그너 감독과 포예트 감독을 유럽에서 직접 만나 협의를 마치고 귀국한 뒤 홍명보 감독을 만나 설득 작업에 나섰다.

이에 앞서 이 기술총괄이사는 박주호를 포함한 남은 전력강화위원들에게 최종 후보 3명 가운데 한 명을 사령탑으로 결정하겠다는 내용을 전달했고, 동의를 받았다.

이 기술총괄이사는 한국 축구의 게임 모델, 연령별 대표팀과 A대표팀의 연계성과 지속성 등을 고려했을 때 홍 감독이 적임자라고 판단하고 설득한 결과, 6일 오전 홍 감독의 승낙을 받아냈고, 7일 언론에 공식 발표했다.



변현철 기자 byunhc@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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