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화성 아리셀 화재 참사 문제점과 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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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관 대한민국명장·기술사·공학박사

최근 경기도 화성시 소재 일차전지 업체인 아리셀 공장의 화재로 23명의 고귀한 생명이 희생을 당하는 안타까운 사고가 일어났다. 45년간 산업현장에 몸담고 있는 현장 전문가로서 더 이상 이러한 비극이 발생하지 않기를 바라면서 이러한 사고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근본적인 대책을 제안한다.

필자가 산업현장에 첫 근무를 시작했던 1980년 8월 당시에는 국가기술자격을 취득한 전문가를 위험물과 안전관리를 담당하는 담당자로 법적으로 의무 채용하게 돼 있었다. 이렇게 채용된 위험물 관리자는 정기적으로 법정 교육을 이수해 전문지식을 쌓았다. 이들은 일정 규모 이상의 위험물을 사용하는 기업체는 물론 목욕탕 등 불특정 다수인이 사용하는 모든 시설에 정규직으로 채용됐다.

그런데 문민정부가 들어선 1994년 규제개혁위원회에서 정부의 경쟁력 10% 제고 차원에서 영양사와 조리사를 뺀 위험물 관리 및 안전관리 자격 등 13개 직종의 자격 소지 의무 고용제를 폐지했다. 그 결과 그해 사상공단 소재 공장에서 보일러 폭발 사고가 발생했고, 이에 필자는 〈부산일보〉 1996년 12월 9일 자를 통해 13개 직종 의무고용제 폐지 위험한 발상이라며 정부의 탁상공론을 지적한 바 있다. 또한 당시 행정쇄신위원회에서 전국 각 시도를 순회하면서 지역의 애로사항을 청취하는 자리에 참석해 법정 의무 자격 폐지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위험물 및 안전관리자의 법적 의무 채용 폐지를 적극적으로 반대했다.

필자의 이러한 호소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법정 의무자격의 폐지 이후 정부는 건물의 방화관리자나 고압가스 등을 취급하는 안전관리자를 관련 단체나 협회에 위탁해 일정 기간 이수하도록 하고 자체 검정을 통해 이수증을 발급했다. 병원이나 스포츠 시설 등 다수의 불특정인이 이용하는 시설의 위험물 관리자 또는 방화 관리자로 선임할 수 있게 했다. 이러한 시설은 기존 업무를 수행하는 직원에게 짧은 기간의 교육을 이수하도록 하고 자체 자격검정을 거쳐 이수증을 발급받은 사람을 형식적으로 소방시설 안전 안전관리자로 선임했다. 그 결과 국가기술자격증을 취득한 전문가가 관리를 해야 할 소방 시설 등을 전문지식이 없는 직원들이 짧은 기간 교육이수를 하고 방화관리 수첩을 발급받아 시설을 관리해왔다. 몇 년 전 경남 밀양의 요양병원 화재로 인해 입원해 있던 어르신들이 희생을 당한 뒤 경찰 조사에서 총무과 직원이 방화관리자로 선임되었던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1996년 13개 직종 의무고용제가 폐지되기 전 위험물 관리자나 소방안전 관리자들은 모두가 국가기술자격증을 취득한 정규직 직원으로 근무했으며 월급도 상당히 높은 편이었다. 그러나 이후 위탁관리업체(건물이나 시설의 위탁관리업체)가 생겨나면서부터 이처럼 국민의 안전과 직결된 위험물이나 안전관리자들이 위탁관리업체 소속으로 전환이 되면서 급여가 엄청나게 삭감됐다. 이로 인해 이들의 직업 윤리의식과 사명감은 사라지고 위탁관리업체의 용역 계약에 따라 근무 환경이 바뀌는등 많은 문제가 발생했고 위탁관리업체도 우수한 기능 인력 채용보다는 용역 인원수 맞추기에 급급했다. 그 결과 2022년 6월 해운대 재송동 대단위 아파트 단지에서 관리사무소 직원이 화재 감지기를 임의로 조작했다가 화재가 발생해 일가족 3명이 목숨을 잃은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

이번 화성 아리셀 공장 화재에 대해 경찰에서 조사를 하는 과정에서 무려 8개월간 안전 교육을 받은 적이 없고 피난구도 몰랐다는 내용이 보도되고 있고 정부는 관련 법을 강화하겠다고 발표하고 있다. 정부는 국가기술자격증을 취득한 사람을 공동주택, 공장, 편의 시설 등을 담당하는 정규직 안전관리자로 채용하는 제도를 하루빨리 도입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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