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건한 주말] 칸 황금종려상부터 충격 다큐까지…BIFF에서 만난 수작 6편 리뷰

조경건 부산닷컴 기자 pressj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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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경건한 주말’ 뉴스레터에서 안내했던 구독자 감사 이벤트 당첨자 10분께 영화관람권 2매씩을 전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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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 부산 동래구 쇠미로

노○름 부산 해운대구 해운대로

김○진 서울 중랑구 봉우재로

김○원 부산 사하구 동매로

김○혜 경기도 성남 분당구 동판교

박○복 부산 해운대구 삼어로

성○숙 부산 사하구 하단1동

주○령 부산 동래구 아시아드대로

이○은 경기도 하남 위례중앙로

박○훈 부산 동구 범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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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13일 막을 내렸습니다. 올해 BIFF는 유독 주목할 만한 화제작이 많아 ‘인사 내홍’이 무색할 정도로 흥행했습니다. 인기작들은 예매 경쟁이 치열해 기자도 관람하는데 애를 먹었습니다.

기자는 총 9편의 작품을 봤는데요, 지난주 ‘경건한 주말’에서 리뷰한 ‘1923년 9월’과 ‘약속의 땅’을 제외한 나머지 7편 ▲‘괴물’ ▲‘더 골드만 케이스’ ▲‘추락의 해부’ ▲‘본인 출연, 제리’ ▲‘더 킬러’ ▲‘비욘드 아카데미’ ▲‘가여운 것들’의 후기를 남깁니다.


영화 ‘괴물’과 ‘더 킬러’ 영화 ‘괴물’과 ‘더 킬러’

거장들이 내놓은 명작…고레에다의 ‘괴물’과 핀처의 ‘더 킬러’

일본 거장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신작 ‘괴물’은 초등학교에서 벌어진 사건을 두고 벌어지는 교사와 학부모의 갈등을 소재로 합니다. 시놉시스만 보면 학생인권과 교권의 대립을 다룬 사회고발 영화 같지만 실제 영화는 전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갑니다.

초등학교 5학년인 미나토(구라카와 소야)는 담임 교사 호리(나가야마 에이타)에게 폭언과 구타를 당했다고 주장하고, 이에 화가 난 미나토의 어머니(안도 사쿠라)는 학교를 찾아가지만 교장과 호리 선생을 비롯한 관계자들은 영혼 없는 사과만 내놓습니다. 미나토 어머니의 시각으로 본 호리 선생은 아동학대를 저지른 교사고, 학교 측은 방관자입니다.

그러나 호리 선생의 입장에서 펼쳐지는 2부에선 사건의 내막이 드러납니다. 어른들의 오해에서 비롯된 이 혼란은 미나토의 ‘절친’인 요리(히이라기 히나타)에 대한 이야기가 담긴 3부에서 비로소 해소되고, 영화는 또 다른 양상으로 전개됩니다.

영화는 한 사건을 세 사람의 시점에서 재구성하며 점차 실체를 밝히는 형식을 취합니다. 이야기 진행을 위해 개연성과 설득력을 양보한 대목이 있는 점은 아쉽지만, 전체적으로는 사카모토 유지 작가의 짜임새 있는 각본이 돋보입니다. 이 작품은 올해 5월 칸 국제영화제에서 각본상을 수상했습니다.

‘괴물’은 고레에다 감독의 전작 ‘어느 가족’처럼 사회 문제의 내면을 깊이 파고드는 작품입니다. 메타포(상징)와 복선이 많아 ‘N차 관람’하기에도 좋습니다. 지난 3월 작고한 세계적인 영화음악가 사카모토 류이치의 음악이 흘러나오는 엔딩은 과연 명장면입니다. 혹평이 많았던 ‘브로커’로 실망을 느꼈던 고레에다 감독의 팬이라면 이번 작품은 만족스럽게 감상할 수 있겠습니다.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2008)로 유명한 데이비드 핀처 감독의 신작 ‘더 킬러’는 BIFF에서 엄청난 인기를 끌었습니다. 기자도 표를 예매하는 데 실패해 현장에서 대기한 끝에 겨우 관람할 수 있었습니다.

핀처 감독은 ‘세븐’(1995), ‘패닉룸’(2002), ‘조디악’(2007) 등을 낳은 스릴러의 대가입니다. ‘더 킬러’ 역시 시종일관 긴장을 놓을 수 없는 쫄깃한 연출이 인상적인 역작입니다.

영화는 길 건너편 건물의 타깃을 노리는 전문 킬러(마이클 패스밴더)의 독백으로 시작합니다. 돈만 받으면 누구든 죽이는 이 킬러는 마침내 타깃을 포착했지만, 처음으로 실수를 저질러 저격에 실패합니다. 이에 고용주들은 킬러가 대가를 치르도록 조치하고, 분노한 킬러는 복수에 나섭니다.

‘더 킬러’는 주연을 맡은 마이클 패스밴더의 ‘원맨쇼’에 가깝습니다. 패스밴더의 독백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1부의 경우 자칫 지루할 수 있는 구성이지만, 고독과 냉혹이 묻어있는 차가운 목소리가 서스펜스 그 자체입니다. 냉정함을 유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되뇌는 자기암시는 킬러를 냉혈한처럼 보이게 하지만, 한편으론 살인에 방해가 될 뿐인 인간성을 잃어버리기 위한 발버둥 같기도 합니다.

핀처 감독은 역시 완급조절에 능합니다. 대체로 정적인 흐름 속에 긴장감을 유지하면서도, 중요한 대목에선 역동적인 촬영과 격렬한 맨몸 액션을 활용해 박진감과 생기를 불어넣었습니다. 현실감 있는 연출 기법 덕에 관객은 영화에 온전히 몰입할 수 있습니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사운드입니다. 음향과 음악을 활용해 긴장감을 끌어올리는 연출이 감탄을 자아냅니다. 스타리움관 의자에서 진동이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오는 25일 개봉하면 꼭 영화관에서 감상할 것을 추천합니다. 11월 10일 넷플릭스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더 킬러’는 올해 첫선을 보인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도 호평을 받았습니다. 다만 다소 시원찮은 마무리는 호오가 갈릴 것으로 보입니다.



영화 ‘더 골드만 케이스’와 ‘추락의 해부’ 영화 ‘더 골드만 케이스’와 ‘추락의 해부’

프랑스 법정영화 이렇게 재밌었나…‘더 골드만 케이스’와 ‘추락의 해부’

칸영화제 감독주간 초청작인 ‘더 골드만 케이스’는 피에르 골드만이라는 실존 인물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든 법정영화입니다. 골드만은 1969년 시위 진압 중 약사 2명을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프랑스의 저명한 극좌파 운동가입니다.

골드만을 범인으로 의심할 정황 증거는 충분합니다. 골드만은 과거 레지스탕스로 활동하면서 명성을 쌓은 유명인이지만, 프랑스에 돌아와서는 술과 사치를 즐겼으며 강도 행각도 벌였습니다. 살인사건 목격자들은 골드만을 범인으로 지목하고, 골드만이 과거 저서에 쓴 경찰에 대한 반감도 재판에서 불리하게 작용합니다.

그러나 골드만은 한사코 결백을 주장합니다. 강도 혐의들은 인정하면서도 절대 사람을 죽이지는 않았다며 극구 부인합니다. 그러면서도 자신에게 유리할 수 있는 증인의 채택은 신념을 근거로 거부하고, 오로지 사실만을 근거로 재판할 것을 요구합니다. 폴란드 태생 유대인인 골드만은 법정에서 경찰의 인종주의도 맹비난합니다. 지적이지만 감정적이고 완고한 골드만 때문에 변호사들은 골머리를 앓습니다.

영화는 거의 대부분의 장면이 법정 안에서 진행됩니다. 변호사가 사건 현장을 오가며 증거를 찾는다거나, 억울한 원고가 과거를 회상하는 플래시백 등도 활용하지 않았습니다. 1976년 진행된 이 사건 최후의 공판이 영화의 전부입니다.

그러나 세드릭 칸 감독의 타이트한 연출 덕에 영화는 내내 흥미진진합니다. 원고 측과 검사, 골드만과 그의 변호사들의 치열하고 팽팽한 설전이 눈을 뗄 수 없게 합니다. 배심원단까지 날카로운 지적을 내놓고, 원고와 피고 간 조롱과 냉소가 오가며 긴장감을 더합니다. 오직 법정 안에서 대사들만 오가는 구성으로도 스릴을 느끼게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경찰이 물증을 확보하지 못한 탓에 이 사건은 오로지 목격자 증언에 의존해야 했고, 영화엔 여러 경찰관과 목격자 등이 증인으로 나섭니다. 이들은 골드만이 범인이 분명하다는 증언을 쏟아내지만, 변호사와 골드만은 증언의 모순을 지적합니다. 특히 앞뒤가 맞지 않는 경찰의 증언은 허점투성이입니다. 19세기 말 유대인 장교를 간첩으로 조작한 ‘드레퓌스 사건’이 떠오릅니다. ‘더 골드만 케이스’는 법정영화 마니아라면 좋아할 수밖에 없는 작품입니다.


올해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인 ‘추락의 해부’도 프랑스 법정영화입니다. ‘더 골드만 케이스’에서 폴란드계 유대인이자 변호사 역을 맡은 배우 아서 하라리가 시나리오를 공동 집필하기도 했습니다.

‘추락의 해부’는 사고로 시력을 잃은 아들 다니엘(밀로 마차도 그라너)과 함께 알프스 산맥 서부인 사부아 지역의 별장에서 사는 유명작가 산드라(산드라 휠러)가 남편 사뮤엘의 살해범으로 몰리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룹니다.

사뮤엘은 집 앞 눈밭에서 사체로 발견됐고, 용의자는 당시 집 안에 있던 아내 산드라뿐. 사망 전후로 집 밖을 산책했던 다니엘은 핵심 증인이 됩니다. 다니엘은 엄마가 범인일 리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산드라의 무고를 증명할 수 있는 건 다니엘뿐이지만, 부부싸움을 비롯한 몇몇 증거들이 나타나자 의심의 씨앗이 싹을 틔웁니다.

영화는 도발적인 검사와 노련한 변호사의 설전, 증인들의 핵심 증언, 그리고 피고의 변론 등 여느 법정스릴러에서 볼 수 있는 서스펜스로 긴장감을 불러일으킵니다. 미궁에 빠진 것처럼 보이는 사건을 퍼즐 짜맞추듯 재구성한 쥐스틴 트리에 감독의 감각적이고 혁신적인 연출이 큰 차별점입니다.

여성서사도 놓치지 않았습니다. 자유로운 여성이자 작가로서 성공한 인물인 산드라가 성역할과 정체성을 이유로 겪어야 하는 마찰이 시사점을 지닙니다.



영화 ‘본인 출연, 제리’와 ‘비욘드 아카데미’ 영화 ‘본인 출연, 제리’와 ‘비욘드 아카데미’

영화보다 영화 같은 현실…다큐의 정수 ‘본인 출연, 제리’와 ‘비욘드 아카데미’

미국 올랜도에서 살고 있는 제리는 대만에서 온 이민가정의 가장이자 은퇴한 엔지니어입니다.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평생 일만 하며 검소하게 살아온 제리는 어느 날 중국 본토 비밀경찰에게 자신이 돈세탁 사건 용의자로 지목됐다는 전화를 받습니다. 경찰은 억울함을 호소하는 제리에게 중국으로 송환돼 처벌받지 않으려면 극비리에 지시를 따라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제 제리는 무고를 증명하고 진범을 잡기 위해 경찰의 첩보원이 됩니다.

‘본인 출연, 제리’는 이 영화 주인공이자 프로듀서인 제리가 실제로 겪었던 일을 재현한 다큐멘터리입니다. 이 작품이 극영화였다면 예상 가능한 반전과 느슨한 전개 등 비판받을 요소가 많았을 겁니다. 하지만 다큐멘터리와 드라마를 오가며 기존 영화의 틀을 깨는 신선하고 독창적인 시도가 눈길을 끕니다.

무엇보다도 메시지를 전달하는 힘이 아주 강력합니다. 후반부 들어서는 삶의 태도를 성찰하게끔 만드는 교훈을 주는데, 그 울림이 제법 큽니다.


또 다른 다큐멘터리인 ‘비욘드 유토피아’는 북한 빈민층의 탈북 과정을 카메라에 생생하게 담았습니다. 살아남기 위해 말 그대로 죽음을 각오한 사투를 벌이는 가족의 절실함이 고스란히 느껴집니다. 어린 나이에 ‘살려달라’고 절규하는 어린 딸들의 모습은 그 어떤 신파적 연출보다 가슴 아픕니다. 다른 국가를 통해 이들이 안전하게 한국에 도착할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돕는 목사에게 존경심이 절로 듭니다.

한편으로는 북한의 실태에 왜 이토록 관심이 없었나 하는 자문도 던지게 됩니다. 우리는 저 멀리 해외에서 벌어진 인권탄압과 비인간적 행위엔 분노하면서도 북한의 인권 문제에 대해선 ‘그러려니’ 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비욘드 유토피아’를 통해 적나라하게 접한 북한의 실상은 새삼 충격적이고 안타깝습니다.

마들렌 가빈 감독과 제작진이 엄청난 위험을 감수하고 내놓은 ‘비욘드 유토피아’는 선댄스영화제 미국 다큐멘터리 부문에서 관객상을 수상했습니다.


올해 BIFF에선 이 밖에도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의 8번째 장편이자 엠마 스톤 주연의 영화 ‘가여운 것들’ ▲카란 조하르 감독의 ‘발리우드 러브스토리’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악마는 존재하지 않는다’ ▲알렉산더 페인 감독의 ‘바튼 아카데미’ ▲파스칼 플란테 감독의 ‘레드 룸스’ ▲네나드 치친-사인 감독의 ‘키스 더 퓨처’ 등 여러 작품이 시네필들로부터 호평을 받았습니다. 이상 기자가 소개한 영화들은 대중성과 작품성의 조화가 적절해 지루하지 않게 감상할 수 있는 수작들이라는 평가를 받습니다. 추후 스크린, OTT 등 어떤 경로로든 이 작품들을 접할 기회가 생긴다면 시청해볼 것을 권합니다.


P.S. 다음 주 ‘경건한 주말’은 쉬어갑니다. 구독자 여러분의 혜량을 구합니다.


조경건 부산닷컴 기자 pressj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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