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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6강 PO 1차전 신승
울산 현대모비스가 역전에 재역전을 거듭하는 난타전 끝에 힘겨운 첫 승을 따냈다.
정규시즌 3위 울산은 13일 울산 동천체육관에서 열린 2024-2025 프로농구 6강 플레이오프(PO·5전 3선승제) 1차전에서 숀 롱(20점), 게이지 프림(19점 7리바운드), 함지훈(17점 8리바운드)의 활약을 앞세워 조니 오브라이언트가 31점을 넣은 정규시즌 6위 안양 정관장에 87-84, 3점 차이로 이겼다.
울산은 1쿼터 초반 안양과 접전을 벌이다 오브라이언트에게 3점슛을 맞아 6분께에는 11-15로 뒤졌다. 이우석, 서명진의 연이은 3점슛 3개로 24-16으로 전세를 뒤집은 울산은 1쿼터를 24-19, 5점 앞선 채 마감했다.
울산은 2쿼터 들어 4분께 31-24, 7점 차이로 앞섰지만 상대 한승희, 오브라이언트에게 연거푸 10점을 내줘 7분께에는 31-34로 역전당했다. 전열을 재정비한 울산은 박무빈, 트림의 연속 득점 덕분에 전반전을 42-42 동점으로 마감했다.
울산은 3쿼터 들어 공격을 강화한 안양에 밀려 5~7분 사이에 상대 디온테, 이우정에게 10점을 연속 실점해 53-62로 밀렸다. 위기의 순간 롱이 해결사로 나섰다. 그가 6점을 연거푸 몰아넣어 울산은 3쿼터를 59-62, 3점 차이로 추격한 채 마칠 수 있었다.
울산은 4쿼터 들어서는 10번이나 역전에 역전을 거듭하는 혈전을 벌였다. 5분께 숀 롱의 득점으로 75-74로 앞섰지만 이후 상대에 4점을 연거푸 내줘 75-79로 다시 뒤집어졌다. 마지막 고비에서 팀을 구한 것은 또 롱이었다. 그는 7~9분 사이에 혼자 9득점하는 원맨쇼를 펼쳐 팀에 85-84 리드를 안겼다. 울산은 경기 종료 13초 전 박무빈이 자유투로 2점을 얻고 상대 박지훈의 3점슛을 잘 막아 승리를 거뒀다.
2025-04-13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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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KCC, 챔피언에서 9위로 1년 만에 ‘수직 낙하’
부산 KCC가 참담한 성적으로 한 해 농사를 마감했다.
KCC는 지난 8일 경기도 수원시 KT 아레나에서 열린 2024-2025 프로농구 수원 KT전에서 64-68로 패했다. 득점에서 알 수 있듯이 두 팀 모두 부진한 경기를 펼쳤다.
KCC는 올 시즌을 지난해보다 12승이나 적은 18승 36패 승률 0.333으로 마감하며 서울 삼성(16승 38패·승률 0.296)에만 앞선 채 전체 10개 팀 가운데 9위로 올 시즌을 마쳤다.
수치로 볼 때 올 시즌 KCC의 부진은 수비 탓이었다. 경기당 실점이 82점으로 10개 팀 유일하게 80점대를 기록하며 꼴찌로 처졌다. 실점이 가장 적었던 창원 LG(73.6점)보다 경기당 8.4점이나 많았다. 득점은 경기당 78점으로 전체 4위에 올랐지만 무너진 수비가 이를 뒷받침해주지 못한 셈이다.
실점이 많았던 원인 중 하나는 리바운드 싸움에서의 열세였다. KCC는 올 시즌 경기당 리바운드 30.1개를 기록해 1위 서울 삼성(38.0개)보다 7.9개나 적어 10개 팀 중 꼴찌를 차지했다. 공격 리바운드(경기당 7.6개)는 물론 수비 리바운드(경기당 23.3개)도 저조해 모두 최하위였다.
수비가 허술해지고 리바운드에서 밀린 근본적인 원인은 체력이었다. 지난 시즌 5위로 6강 플레이오프에 올라가 많은 경기를 펼치면서 우승했는데, 각종 행사와 대회 참여 때문에 비시즌에 훈련을 제대로 못 한 것이었다. KCC는 지난해 6월 9~15일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두바이에서 열린 국제농구연맹(FIBA) 챔피언스리그 아시아에 출전했다.
대회를 마치고 돌아온 뒤 선수들에게 휴식을 주는 바람에 7월 중순이 돼서야 제대로 된 훈련을 시작했다. 다른 팀들보다 한 달이나 늦게 새 시즌 준비에 돌입한 것이다. 전창진 감독도 시즌 도중 인터뷰에서 “선수들이 뛰면서 체력이 많이 부족한 모습을 보였다. 훈련량이 중요하다는 걸 새삼 느꼈다. 여름에 훈련이 제대로 되지 않아 부상자가 많이 나온다”고 말했다.
전 감독 말처럼 KCC는 주전 선수들의 연이은 부상으로 시즌 내내 고생했다. 송교창은 물론 최준용, 정창영이 무릎 부상으로 이탈했다. ‘에이스’ 허웅도 부상의 늪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서울 SK는 서울 삼성을 79-76으로 눌러 41승 13패의 전적으로 정규시즌 1위를 차지했다. 창원 LG는 고양 소노에 99-101로 졌지만 34승 20패를 기록해 2위를 차지하며 서울 SK와 함께 4강 플레이오프에 직행했다.
서울 SK는 4위 수원 KT-5위 대구 한국가스공사가 벌이는 6강 플레이오프 승자와 4강에서 만난다. 창원 LG는 3위 울산 현대모비스-6위 안양 정관장전 승자와 준결승에서 격돌한다.
한편 지난 시즌 득점 2위였던 자밀 워니(서울 SK)는 경기당 22.6점을 기록해 2년 만에 득점왕 자리를 되찾았다. 아셈 마레이(창원 LG)는 경기당 리바운드 13.1개로 타이틀 4연패를 달성했다. 허훈(수원 KT)는 어시스트(경기당 6.2개), 코피 코번(서울 삼성)은 야투성공률(58.0%)에서 각각 1위를 기록했다.
2025-04-09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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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만의 색깔로 계속 우승하는 팀 되겠다”
“개인적인 목표는 통합 우승을 해 보는 것이다. 감독님만 믿고 따라가면 이룰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개인 목표를 물었는데 리그 통합 우승이라는 통 큰 대답이 돌아왔다. 2024-2025 여자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최우수선수(MVP) 안혜지의 당돌하고도 현명함이 드러나는 대목이었다. 2일 부산일보를 찾은 박정은 감독, 이종애 수석코치, 안혜지 선수를 비롯한 여자프로농구(WKBL) 부산 BNK 썸의 지금 팀 분위기도 느낄 수 있었다.
키 164cm로 한국여자프로농구 역대 최단신 안혜지는 직접 만나보니 역시 보통 선수가 아니었다. 이종애 코치는 “혜지는 항상 입술이 시퍼렇게 될 정도로 연습을 많이 한다. 힘들지 않느냐고 물으면 늘 괜찮다고 대답한다. 자기에게는 뛰는 시간이 굉장히 소중하기에, 뛸 수 있을 때 뛸 거라고 한다”고 전했다. 체력이 바닥이 나서 이제는 못 뛸 것 같은데도 공만 던져주면 악착같이 뛴다는 것이다. 안혜지는 그렇게 2024-2025시즌 전 경기를 빼놓지 않고 뛰었다. 그냥 코트에서 뛰는 것 자체가 좋다고 하니 그걸 누가 이기나.
파면 팔수록 안혜지는 미담이 속출했다. 지금도 틈만 나면 모교인 동주여중에 가서 재능 기부를 하고 온단다. 동문 선배인 박정은 감독은 “동주여중에 부산 BNK 우승 플래카드가 붙었는데 안혜지 글자는 굉장히 크고 나는 요만큼 작게 붙었다. 이제 입지가 달라졌다”라고 한숨을 쉬었다. 안혜지는 지난해 동주여중에 장학금 2000만 원을 기부했다. 덕분에 농구부 전원이 일본 전지훈련을 다녀올 수 있었다. 그는 “꿈을 크게 가져야 깨지는 조각도 크다는 말이 있다. 아이들에게 필요한 게 있다면 언제든 해 주려고 생각하고 있다”라고 대인배다운 이야기를 했다.
박 감독은 BNK에 와서 4시즌 만에 우승했다. 역시나, 가장 궁금한 부분은 지난해 꼴찌팀 BNK가 그다음 해에 바로 우승한 비결이다. 그는 “첫 번째와 두 번째 시즌은 스텝업(목표를 성취하기 위해 하나씩 취하는 행동)에 신경을 써서 선수들이 많이 성장했다. 작년에는 과도기로 안 되는 부분에 많이 부딪혔다. 그러다 꼴찌를 하고 나서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변화를 많이 주기 위해 선수 영입에 뛰어들어 박혜진과 김소니아 선수를 영입했다”라고 밝혔다. 특히 박혜진은 코트 안팎에서 선수들의 중심을 너무나도 잘 잡아줬단다.
박 감독은 “우리만의 색깔을 좀 더 내고 싶다. 그래서 조금 더 단단한 강한 팀이 되고 싶다. 단발성 우승이 아니라 지속적인 우승팀으로 가기 위한 그런 밑거름을 잘 만들어 놓아야 된다”라고 말했다. 그는 제일 중요한 것으로 식스맨의 성장을 꼽았다. 기존 주전 선수들은 너무나 좋은 기량을 갖고 있지만 그 선수들과 같이 뛸 식스맨들, 그리고 아시아 쿼터의 빈자리를 얼마나 우리 선수들로 잘 메꿀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렇게 열심히 하다 보면 언젠가는 ‘BNK 왕조’라는 말을 들을 수 있는 날도 올 수 있다고 믿고 있었다.
박 감독은 특히 ‘부산’을 강조했다. 그는 “BNK 썸은 부산에 대한 특성화가 너무 잘 되어 있는 팀이다. 부산에서 홈 경기를 할 때 그런 걸 가장 많이 느낀다. 박혜진이나 안혜지 선수 등은 워낙 부산에 대한 의리 같은 것이 있어서 팀워크도 좋고 목표가 하나로 모이는 데도 정말 많은 도움이 된다”라고 말했다.
2025-04-02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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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KCC, 1위팀 서울 SK 꺾고 연패 탈출
프로농구 부산 KCC가 정규 리그 1위 팀 서울 SK를 꺾고 연패에서 탈출했다. KCC는 23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SK와의 2024~2025시즌 KCC 프로농구 정규리그 원정 경기에서 81-71 승리를 거뒀다. 이날 승리로 2연패에서 탈출한 KCC는 17승 31패를 기록, 고양 소노(16승 31패)를 제치고 단독 8위로 올라섰다.
KCC는 이승현의 득점으로 포문을 열었지만 SK에 연속 득점을 내주며 끌려갔다. 1쿼터는 SK가 4점 차로 앞서면서 분위기를 주도했다. 2쿼터 한때 23-37로 크게 밀렸지만 KCC는 포기하지 않고 추격에 나서 3점 차로 경기를 뒤집었다. 3쿼터에도 상승세를 탄 KCC는 특히 4쿼터 초반에 집중력을 발휘해 전준범과 이호현의 연속 3점슛이 나왔다. 정창영은 스틸에 이은 원맨 속공으로 분위기를 띄웠다. SK는 작전 시간을 요청하며 전열을 가다듬었지만 분위기를 뒤집지는 못했다. KCC는 이승현의 쐐기포를 묶어 승리를 챙겼다. KCC에선 캐디 라렌이 18점 10리바운드의 더블더블로 팀 승리에 앞장섰다. 여기에 이승현도 12점 10리바운드의 더블더블로 힘을 보탰다. SK에서는 아이재아 힉스가 12점으로 분투했으나 패배를 막지는 못했다.
한편 막판으로 치닫는 프로농구 정규리그의 순위 싸움이 여전히 안갯속이다. 2024-2025 KCC 프로농구 정규리그는 23일 일정을 마친 뒤 이제 팀당 5∼8경기를 남겨두고 있다. 서울 SK만 1위(39승 10패)를 확정 지었을 뿐, SK와 더불어 4강 플레이오프(PO)에 직행하는 2위나 6강 PO에 나설 주인공은 완전히 가려지지 않았다. 2∼4위와 이후 6위권, 최하위권에서 각각 불꽃 튀는 순위 경쟁이 이어지고 있다.
이날 안방인 창원체육관에서 대구 한국가스공사를 85-81로 어렵게 따돌린 창원 LG는 30승(18패)을 돌파하며 SK에 이어 2위를 달리고 있다.
하지만 LG는 3위 수원 kt(28승 19패)에 1.5경기 차, 4위 울산 현대모비스(28승 20패)에는 2경기 차로 쫓기고 있어서 여전히 안심할 수는 없는 처지다.
6강 막차를 타기 위한 경쟁은 특히 치열하다. 안양 정관장과 원주 DB가 21승 27패로 공동 6위를 달리고 있다. 정관장이 21일 부산 KCC를 잡고 공동 6위에 오르자 22일 DB가 가스공사를 꺾고 단독 6위를 되찾았고, 이날 정관장이 다시 현대모비스를 따돌리며 공동 6위를 형성해 말 그대로 ‘자고 나면’ 순위표가 바뀌고 있다. 최하위에 머물다가 1월 하순부터 2월 초까지 5연승을 달리며 기세를 올리고 어느새 6위권으로 올라선 정관장은 시즌 막바지 돌풍의 핵으로 떠올랐다.
앞서 중하위권인 고양 소노, 가스공사, 부산 KCC를 상대로 3연승 했던 정관장은 이날은 2위 도약을 위해 갈 길이 바쁜 현대모비스의 덜미를 잡고 4연승을 수확해 기세가 오를 대로 올랐다. 5위 가스공사(24승 25패)는 공동 6위에 2.5경기 차로 앞서 있어서 6강 진입은 안정권으로 보이지만, 이날 LG에 지며 4연패에 빠진 터라 일단 연패를 끊고 분위기를 쇄신해야 하는 상황이다. 5∼6위 3개 팀 중 최근 5경기 성적으로만 보면 정관장이 4승 1패로 가장 좋고, DB가 2승 3패, 가스공사가 1승 4패를 기록 중이다.
최하위를 피하기 위한 경쟁도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다. 지난 3시즌 연속 꼴찌였던 서울 삼성이 15승 31패로 최하위인 10위에 머문 가운데 9위 고양 소노가 16승 31패, 8위 KCC가 17승 31패로 3개 팀이 1경기 차 안에서 맞물리고 있다. 공동 8위였던 KCC가 이날 선두 팀 SK를 적진에서 81-71로 제압하면서 단독 8위가 돼 일단 약간 앞섰다. 대부분의 팀이 순위 경쟁에 엮이면서 이번 주 초 이어질 경기들도 매번 분수령이 되는 만큼 각 팀의 집중력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상황이다.
2025-03-24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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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감독 새 역사… 차분·섬세 '언니 리더십' 밑거름 [BNK 썸 첫 우승]
부산 BNK 썸이 창단 6번째 시즌 만에 마침내 여자프로농구 왕좌에 오른 데는 구단의 적극적인 투자와 함께 박정은 감독의 리더십이 있었다. BNK는 사실 여자프로농구계에 변화의 바람을 일으켜 온 팀이다. 초대 사령탑인 유영주 감독과 현재 팀을 이끄는 박 감독이 모두 선수 시절 여자농구를 이끌었던 ‘레전드’ 출신이며, 코치들도 모두 여성으로 구성해 주목받았다.
하지만 그동안 좋은 성적을 내지 못했던 BNK는 박 감독 부임 이후 달라졌다. 2021-2022시즌 4위(12승 18패)로 올라서 창단 첫 플레이오프에 진출하고, 2022-2023시즌엔 정규리그에서 2위(17승 13패)에 오른 뒤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해 준우승했다. 2023-2024시즌에만 다시 최하위(6승 24패)로 추락해 아쉬웠다.
2022-2023시즌 우리은행과의 챔프전에서 한 경기도 따내지 못한 채 3연패로 무기력하게 물러났던 BNK는 이번엔 우리은행을 상대로 3연승을 달리며 완벽한 우승을 일궜다. 우리은행에 2년 전 당한 완패를 말끔히 설욕한 박 감독은 여성 사령탑의 존재조차 희귀한 여자프로농구에 새로운 역사를 남긴 것이다.
박 감독은 대한민국 여자 농구의 전설인 박신자의 조카다. 부산에서 태어나 동주여상 졸업을 앞두고 1994년 삼성생명에 입단한 이래 은퇴할 때까지 19년간 팀의 핵심으로 뛰었다. 그의 선수 시절 등번호 11번은 삼성생명의 영구 결번으로 지정됐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 4강의 주역을 포함해 총 4차례 올림픽에 나가 ‘명품 포워드’라는 별명으로 큰 사랑을 받았다. 2013년 선수 은퇴 후 2016년까지 삼성생명 코치를 맡은 박 감독은 2018년부터 한국여자농구연맹(WKBL) 경기운영부장, 본부장을 지냈고, 2021년 3월 BNK 사령탑에 올랐다.
부산 출신으로 고향 팀을 맡아 프로 사령탑으로 데뷔한 박 감독은 1997년 출범한 여자프로농구에서 여성 사령탑 최초로 팀을 플레이오프, 챔프전에 올려놓은 데 이어 이번 시즌엔 여성 감독 첫 챔프전 승리와 우승을 차례로 달성했다. 국내 여자프로농구에서 선수와 감독으로 모두 챔프전 우승을 차지한 것도 박 감독이 최초다. 위기 상황에서도 좀처럼 흥분하는 모습을 보기 어려운 박 감독은 차분하고 세심한 ‘언니 리더십’으로 팀을 정상으로 이끌며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박 감독은 작전타임 내내 쉴 새 없이 팀전술을 수정하고, 선수들의 동선 등 잘못된 부분을 일일이 지적하고 교정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작전 타임 때 "언니가 볼 때는" "언니가 생각할 때는 말야"라며 '언니'를 붙여 편안하게 다가서는 부분이 눈에 띈다.
박 감독은 “선수 복이 많아서 이렇게 된 것 같다. 직접 뛰어서 우승하는 것보다 선수들이 뛰어서 우승하는 느낌이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대단하다“면서 미소를 지었다. 그는 또 “무엇보다 여성 감독 최초로 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다. 여성 지도자들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그렇게 보여줄 수 있게 되어 선수들에게 고맙다”고 말했다. 앞서 그가 “앞만 보고 달리다 보니 1위에 올라 있었고, 고비와 위기도 있었으나 선수들과 고민하며 헤쳐나온 것이 이런 상황까지 온 것 같다”라고 회상하는 대목도 인상적이었다.
배우 한상진 씨가 남편이다. 한 씨는 챔프전 3경기도 모두 '직관'하며 아내와 BNK를 열렬히 응원했고 우승 순간 누구보다 기뻐했다. 박 감독의 선수 은퇴식 때 주인공보다 더 많은 눈물을 쏟아 화제가 되기도 했던 아내의 열혈 팬이다.
한편 여자프로농구(WKBL)에는 또 한 명의 여자 감독이 탄생했다. 인천 신한은행 에스버드는 20일 “여자프로농구에 대한 열정과 선수들에 대한 높은 이해를 바탕으로 팀 분위기를 쇄신하고, 소통력과 포용력을 통해 팀을 안정시킬 신임 감독으로 최윤아 전 여자농구 국가대표 코치를 선임했다”고 발표했다. 최 감독은 2019~2021년 부산 BNK 썸 코치를 지내기도 했다. 부산 BNK 박 감독은 “여자 지도자가 또 생겨서 좋다”고 환영했다.
WKBL 역사에서 대행을 제외한 정식 여자 감독은 2012년 KDB생명 사령탑을 맡았던 이옥자(73) 전 감독이 최초다. 이어 전 국가대표 선수인 유영주(54)가 BNK의 창단 감독으로 2시즌 지휘봉을 잡았고, 후임인 박 감독이 세 번째다.
2025-03-23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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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만의 설욕, 최단신이 MVP
지난해 꼴찌팀이 우승을 하고, 한국여자프로농구 역대 최단신이 MVP로 뽑히는 만화 같은 이야기가 현실이 됐다. 여자프로농구(WKBL) 부산 BNK 썸이 창단 6년 만에 처음으로 챔피언결정전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BNK는 20일 부산 사직체육관에서 열린 하나은행 2024-2025 여자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5전 3승제) 3차전 홈 경기에서 우리은행을 55-54로 따돌렸다. 아산에서 열린 16일 1차전, 18일 2차전에 이어 안방에서 개최된 3차전마저 잡은 BNK는 시리즈 3연승으로 우승 트로피의 주인공이 됐다.
2019년 창단한 BNK는 2022-2023시즌 처음으로 챔프전에 올라 우리은행에 3연패를 당하며 물러섰던 아쉬움을 2년 만에 그대로 돌려주며 사상 첫 챔피언 등극의 기쁨을 누렸다. BNK의 박정은 감독은 WKBL에서 여성 감독으로는 사상 처음으로 우승을 이끌고, WKBL 선수와 감독으로 모두 우승하는 최초의 기록도 세웠다. BNK는 지난 시즌 정규리그에서 6승(24패)을 따내는 데 그치며 최하위에 머물렀다. 절치부심한 올 시즌 BNK는 챔프전 최우수선수(MVP)만 3차례나 받은 박혜진과 리그 득점왕(2022-2023시즌) 출신 김소니아를 영입하며 약점으로 지적돼 온 경험 부족을 확실히 보완했다.
거기에 챔피언결정전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된 안혜지의 눈부신 성장이 있었다. 안혜지는 키 164센티로 한국여자프로농구 역대 최단신 선수다. 안혜지는 통산 4회나 리그 어시스트왕에 올랐을 정도로 어시스트 능력은 뛰어나지만, 슛은 약점으로 꼽히는 선수였다. 그래서 상대가 수비 시 자주 ‘내버려두는’ 대상이 됐다. 그랬던 안혜지가 챔피언결정 3차전에서 3점 슛 3개를 포함해 13점 7어시스트를 기록한 것이다. 상대 팀 우리은행의 위성우 감독은 “안혜지 때문에 졌다. 내버려 두는 카드였는데, 슛이 들어가니까”라고 혀를 내둘렀다.
여자프로농구 챔프전 역대 최다 우승팀(12회) 우리은행은 통산 15번째 정규리그 1위에 오른 데 이어 11번째 통합 우승과 챔프전 3연패를 노렸으나 이번엔 BNK를 넘지 못했다. 우리은행에선 김단비가 팀 득점의 절반인 27점을 몰아치고 7리바운드 5어시스트를 곁들이는 원맨쇼를 펼쳤지만, 그 외엔 두 자릿수 득점을 올린 선수가 없었다. BNK에선 이이지마 사키가 14점으로 가장 많은 득점을 올렸고, 안혜지가 13점 7어시스트, 김소니아가 10점 7리바운드, 박혜진이 8점 7리바운드, 이소희가 8점을 올려 우승을 합작했다.
2025-03-23 [18: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