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설] 부산 글로벌허브도시특별법 처리, 더 이상 미룰 명분 없다
부산 글로벌허브도시특별법의 입법 절차가 본격화한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 제1소위는 오는 11일 입법 공청회를 열어 의견을 수렴하고, 16일 법안소위를 열기로 했다. 22대 국회 개원 직후 발의되어 1년 9개월이나 허송세월한 점을 생각하면 분통이 터진다. 윤석열 전 정부 시절 월드엑스포 유치 실패 이후 추진된 이 법안에 민주당은 줄곧 미온적이었다. 공청회조차 열리지 못했고, 내용이 겹치는 북극항로 특별법이 발의되기도 했다. 부산 유일의 민주당 소속 전재수 의원이 발의에 앞장섰다는 점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법안 처리가 본궤도에 오른 것은 뒤늦었지만 다행스럽다. 입법 파행이 되풀이되는 일만큼은 없어야 한다.
글로벌특별법은 부산을 남부권 거점도시로 육성해 수도권과의 상생과 국가 균형발전을 이루려는 취지로 출발했다. 단순히 부산 지역만 잘살자는 게 아니라 국가 성장 전략 측면에서 기획된 것이다. 다가오는 북극항로 시대에 대비하고 변화하는 글로벌 해운·물류 질서 속에서 대한민국이 주도권을 확보하려면 글로벌 허브도시의 확보는 필수 불가결하다. 그러려면 싱가포르, 홍콩, 두바이와 겨룰 수 있는 글로벌 자유 비즈니스 도시가 필요하고, 이를 위한 법적 기반이 글로벌특별법인 것이다. 글로벌 기업·투자 유치와 항만·물류 산업 고도화로 새로운 산업 생태계 조성을 위해 규제 철폐와 권한 이양은 필수적인 과제다.
지역의 성장 엔진을 교체하려던 법안은 정치공학의 틀에 갇히면서 기약 없이 표류했다. 100만 명이 넘는 시민 서명도, 시민단체와 박형준 부산시장의 호소와 천막 시위도 거대 여당의 몽니 앞에 별무소용이었다. 국회의 반전은 행정통합과 ‘3특 특별법’ 개정이 본격화한 덕분이다. 광주전남특별시 출범에 형평을 맞춰 전북·강원·제주특별자치도(3특) 지원 확대를 늦출 수 없게 된 것이다. 이재명 정부가 ‘5극 3특’을 국정 과제로 내세운 마당에 21대에서 22대로 넘어온 글로벌특별법은 더 이상 미룰 명분이 없다. 정부가 해수부 이전으로 추진하는 해양경제권 형성의 전제 조건이기도 하다. 정부와 여당에 결자해지의 책임감이 필요하다.
특별법 공청회 소식은 갑작스럽긴 하지만, 2년 가까이 문전박대의 수모를 견딘 덕분에 얻어낸 성과다. 법안 심의와 처리가 속도를 낼 수 있도록 지역 정치권과 부산시는 총력을 펼쳐야 한다. ‘5극 3특’ 국가 균형발전 구상과 글로벌특별법은 동일체라는 점을 설득해야 한다. 여야 정치권의 트집과 견제로 기약 없는 도돌이표가 되지 않도록 이 법안이 부산만을 위한 시혜가 아니라는 점을 각인시켜야 한다. 특히 정부와 여당은 국가의 명운이 걸린 법안이라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지역의 성장으로 국가의 미래를 바꾸자던 이재명 대통령 공약에 가장 적확한 실행 사례다. 신속한 법안 통과가 지역의 ‘희망 고문’을 끝내는 신호탄이다.
2026-03-11 [05:12]
-
[사설] 국힘 '윤 어게인' 반대 결의문, 당 통합과 정상화 계기로
국민의힘이 지난 9일 긴급 의원총회를 열고 장동혁 대표를 포함한 소속 국회의원 전원 명의로 윤석열 전 대통령의 정치적 복귀에 반대한다는 결의문을 채택했다. 결의문에는 12·3 비상계엄 사과, 윤석열 전 대통령의 정치적 복귀 반대, 당내 갈등을 증폭하는 행동과 발언 중단 등이 담겼다. 전날 오세훈 서울시장이 당 노선 변화를 요구하며 후보 등록을 보류하자 긴급 의총을 열고 ‘윤 어게인’ 세력과의 단절을 선언한 것이다. 오 시장은 “선거를 치를 최소한의 발판이 마련됐다”고 밝혔다. ‘절윤’ 필요성을 강조해 왔던 PK(부산·울산·경남) 지역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국힘이 ‘윤 어게인’ 세력과의 절연을 공식적으로 선언한 것은 늦었지만, 다행스러운 일이다.
이번 결의문 채택은 석 달도 남지 않은 6·3 지방선거에서 참패할 수 있다는 의원들의 위기의식이 반영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의총에서는 당내 의원들의 ‘절윤’ 요구가 터져 나왔으며, “국민의힘 로고가 있는 선거 운동복을 입고 밖에 나가지 못할 정도로 민심이 심각하다”는 성토도 많았다. 이런 우려가 확산하면서 국힘에선 광역단체장 출마자 기근 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국힘 전통적 강세 지역인 대구·경북에만 광역단체장 후보가 몰리고, 서울·경기는 현역 의원들이 후보 공천을 신청하지 않았다. 부산에선 주진우 의원만 신청했다. “이러다 TK 자민련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당내 우려가 잇따르는 상황이다.
장동혁 대표는 이날 의총에서 발언을 전혀 하지 않았다고 한다. 의총 뒤 박성훈 대변인이 “장 대표는 의원들의 총의를 존중한다는 입장”이라고만 했다. 장 대표가 ‘윤 어게인’ 세력과 실제로 절연하는 모습을 당의 정책과 행동으로 보여줄 수 있을지에 대해선 아직 의문이 가시지 않는 상황이다. 강성 지지층의 반발과 지도부의 후속 조치 여부가 변수로 갈등의 불씨는 남아 있다. 당장 극우 유튜버 전한길 씨는 장 대표를 향해 “윤석열 어게인을 지지할지, 절윤할지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압박하고 나섰다. 장 대표가 윤 어게인 세력의 반발을 무릅쓰고 당 통합을 위한 실질적 조치에 나설지 지켜볼 일이다.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야당인 국힘은 국정의 건전한 견제 세력으로서 정책 경쟁에 몰두하는 것이 본연의 역할이다. 하지만 그동안 ‘윤 어게인’ 세력과의 절연을 둘러싼 당의 노선과 운영을 놓고 극심한 갈등에 빠져 들었다. 지리멸렬한 모습에 실망한 민심으로부터 외면받으면서 지지율은 최악으로 치달았다. 이번 결의문 채택이 단순히 지방선거 표심을 얻으려는 쇼에 그쳐서는 안 된다. 장 대표가 절윤을 못 박는 입장을 직접 밝히고, 한동훈 전 대표 및 친한동훈계 징계 문제 해결을 통해 통합을 모색해야 한다. 결의문 채택을 당 통합과 정상화의 계기로 삼아 보수의 미래와 재건을 위해 제대로 된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2026-03-11 [05:10]
-
[사설] 경선부터 불붙은 부산시장 선거전, 지역 미래 경쟁해야
6·3 지방선거를 84일 앞두고 부산시장 여야 후보군의 윤곽이 드러났다. 서울과 함께 부산의 민심 향배가 한국 정치의 주요 변수로 부각되면서 경선 초반부터 열기가 뜨겁다. 국민의힘에서는 박형준 시장이 3선 도전을 선언했고, 초선인 주진우 의원(해운대구 갑)이 도전장을 내면서 대결 구도가 가시화됐다. 더불어민주당은 전재수 의원(북구 갑)과 이재성 전 부산시당위원장 간의 경선이 유력하다. 하지만 원내 양당은 중앙 정치의 프레임에 갇힌 정쟁과 계파 갈등을 답습하고 있다. 지방선거의 의의를 제대로 살리는 핵심은 중앙 정치 예속의 탈피다. 부산을 책임지겠다고 나선 여야 후보들은 지역의 미래 비전으로 경쟁해야 한다.
국민의힘 내부 상황은 우려스럽다. 현직 시장이 3선에 나서고 여기에 젊은 도전자가 맞서면서 경선 흥행 가능성은 커졌다. 하지만 경선 초반부터 ‘낙동강 전선’ ‘보수의 명운’ 같은 선명성 발언이 쏟아지고 있다. 여기에 당권파 주도의 징계 갈등과 ‘윤(석열) 어게인’ 논란이 촉발한 당 내분이 지자체장 경선 구도에서 재연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런 계파 갈등은 시민의 눈높이와는 거리가 멀다. 지방선거는 중앙 정치 세력의 결속을 시험하는 장이 아니다. 국민의힘이 부산 시정을 책임진 정당이라면 성과와 한계를 냉정히 평가하고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 우선이다. 정치 구호를 앞세운 경선 전략으로 지역 유권자의 마음을 얻을 수 없다.
민주당은 최근 여러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에 앞서는 결과가 나왔다. 하지만 이는 상대의 실책과 혼란에 기인한 반사 효과라고 겸허히 받아들이는 것이 옳다. 국회 다수당의 입법 독주에 대한 문제의식을 과소평가해서도 안 된다.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전재수 의원은 통일교 관련 의혹이 말끔히 해소되지 않은 상태다. 공직에 나서려면 도덕성 의혹을 해소하는 것이 기본이다. 여론조사의 수치로 경쟁력을 과대평가하는 것을 민주당은 경계해야 한다. 제2의 도시 부산마저 소멸 위험 진단을 받은 데에 집권 여당은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 부산 시정을 맡게 해달라고 지지를 호소하기 전에 지역 재도약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지선을 앞두고 각축전처럼 펼쳐진 행정통합 논의를 지켜보면서 부산 시민들은 묘한 상실감을 느꼈다. ‘20조 지원’ 당근책을 놓쳤기 때문은 아니다. 부산이 처한 위기가 악화일로여서다. 부산은 아기 울음소리가 잦아들고 청년이 떠나는 도시가 됐다. 첨단 산업 전환·유치, 가덕도 신공항, 북항 재개발, 인구 감소 등에 과감하고 신속한 대응이 필요하다. 부산이 다시 성장 동력을 회복하려면 핵심 과제에 대한 해법을 찾고 실행할 리더십이 필요하다. 지선이 정쟁과 계파 갈등으로 흐른다면 지역은 미래가 아닌 과거로 뒷걸음칠 수밖에 없다. 정치 구호 대신 변화의 청사진이 필요하다. 시민들이 매의 눈으로 지켜보고 있다.
2026-03-10 [05:12]
-
[사설] 국제 유가 100달러 돌파, 한국 경제 덮치는 '3高' 쇼크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전쟁으로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섰다. 전쟁 직전 국제 유가가 배럴당 70달러에 못 미쳤던 점을 감안하면 불과 일주일 사이에 인상 폭이 50% 가까이나 가파르게 커진 것이다. 국내 사용 에너지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대한민국으로서는 1980년대 중반 끝난 2차 오일쇼크 이후 무려 40여 년 만에 3차 오일쇼크에 준하는 위기를 맞은 셈이 됐다. 이 같은 충격은 단순히 에너지 위기에만 머무르지 않고 물가와 환율, 금리까지 잇따라 끌어올리는 중이다. 전쟁 전부터 예견된 위기였지만 관련 시나리오에 따른 정부 대책은 선제적 측면에서 아쉬운 형국이라 위기감은 더 고조되고 있다.
9일 오전 기준으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이 배럴당 107.54달러를 기록했다. WTI 가격이 배럴당 100달러를 넘은 것은 4년 만이다. 중동전쟁이 장기화할 경우 이 가격은 더욱 가파르게 오를 가능성이 크다. 원유 수입 의존도 100%인 대한민국은 유가 상승에 따른 소비자물가 상승이 불가피하다. 장중이지만 9일 원달러 환율도 1500원을 넘었다. 17년 만의 1500원대 기록이다. 채권을 필두로 한 금리도 들썩인다. 이날 서울 채권시장 3년 만기 국고채 금리가 장 초반 3.4%를 넘어서기도 했다. 원유 62달러 기준으로 설정한 경제성장률 2% 달성은 고사하고 장기적인 스태그플레이션 도래 우려까지 나온다.
물가·환율·금리가 나란히 치솟는 ‘3고 쇼크’ 도래가 임박했지만 정부의 관련 정책은 상대적으로 많이 아쉽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장 전국 주요소 기름값이 리터당 2000원을 넘나들며 리터당 3000원 전망까지 나오고 있는데도 정부는 주유소업계 등에 대한 압박에 치중하는 모양새다. 파격적인 선제 지원책으로 전쟁 발발에도 기름값 인상 폭을 수십 원 수준으로 유지한 일본과 비교하면 아쉬움은 더욱 크다. 부산시도 중동전쟁에 영향받는 기업에 대한 실태 조사를 지난 6일부터 시작했으나 전쟁 위기가 어제오늘 일이 아니었기에 선제적 행정 면에서 다소 아쉽다. 해당 기업들이 부산 주력산업인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대한민국은 1970년대부터 1980년대에 걸쳐 두차례의 오일쇼크를 겪은 바 있다. 중동 현지 사정에 따라 발생한 오일쇼크의 고통을 절감한 이후 대한민국은 원유 수급과 유가 안정화에 전력을 투구하다시피 해 왔다. 3차 오일쇼크를 예고하는 이번 유가 급등은 2차 오일쇼크 이후 40여 년 만에 본격화했다. 오랜 기간을 거치며 오일쇼크의 기억이 무뎌진 탓인지 정부의 대응책은 속도감이 덜한 느낌이다. 이제라도 생존을 위한 비상대응에 적극 나서야 한다. 유류세 인하 폭 확대와 공급망 안정 조치 등 실질적인 민생 지원책을 강구해야 한다. 정권의 진정한 실력은 코스피 지수가 아니라 비상상황 대처 방식에서 드러나는 법이다.
2026-03-10 [05:10]
-
[사설] 기름값 최고가격제, 시장 왜곡·재정 부담 부작용 고민해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이란의 무조건 항복 없이는 협상이 없다고 밝힌 데다, 이란이 인접국 공격을 재개하자 장기전 우려가 커지며 국제유가가 급등하고 있다. 중동발 고유가 파장은 국내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해 국가 경제와 서민 생활을 위축시킬 뿐만 아니라 운송 지연과 운임 상승으로 수출에도 비상등이 켜진다. 이러한 시장 불안감은 올해 2% 성장 전망치마저 흔들고 있다. 이란 사태로 촉발된 불확실성과 불안감은 리터당 2000원으로 치닫는 기름값이 상징적이다. 시장 안정화와 소비자 보호 대책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구조적 대응책을 놓친 채 단기 처방에 급급하다면 국가적 위기로 번질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필요하다.
정부는 30년 만에 기름값 최고가격제를 검토하고 있다. 판매가 상한을 정해 소비자 부담을 낮추는 방식인데, 1990년대 가격 자유화 이후 사문화된 정책을 꺼내 든 것이다. 하지만 시장 구조가 달라진 상황에서 인위적 통제의 효과와 타당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 우선 시장 왜곡 가능성이다. 정유사와 주유소의 공급 기피와 유통 축소를 초래할 수 있다. 소비자 사재기가 나타날 소지도 있다. 재정 부담도 부작용이다. 인위적으로 설정된 가격을 넘은 부분을 정부가 보전하면 사태 장기화 때 부담이 눈덩이처럼 커질 수 있다. 이미 유류세 인하로 세수 감소가 발생한 상황에서 추가적인 재정 부담을 떠안으면 정책 지속 가능성도 흔들릴 수 있다.
고유가 대책은 지역 경제의 현실을 살펴서 추진돼야 한다. 부산은 항만과 물류, 수산업 등 연료 의존도가 높은 산업이 밀집한 도시다. 유가 상승은 비용 증가로 이어진다. 경유 가격이 휘발유를 앞지르자, 운송·물류업 부담이 커지고, 화훼 농가는 난방비 상승의 직격탄을 맞았다. 가격 통제로 공급이 위축되거나 유통 혼란이 발생하는 것은 막아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시장 안정과 소비자 보호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책이다. 유류세 인하 연장과 비축유 방출 같은 단기적 완충 장치는 적기를 놓쳐서는 안 된다. 수입선 다변화는 기본이고, 국내 유통 구조 투명성 제고와 취약 업종 선별 지원책 등 정교한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
이란 사태의 장기화로 인한 변동성과 불안감은 실물경제의 발목을 잡고 금융시장을 마비시킬 공산이 크다. 치솟는 기름값이 물가 상승, 소비 심리 위축, 내수 감소의 악순환을 초래하도록 방치해선 안 된다. 정부가 선제적으로 개입하겠다는 정책 의지를 보이는 것은 적절하다. 다만 단순 처방이 시장 혼란을 야기해서는 안 된다. 가격 통제 정책을 30년간 사용하지 않은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인기 위주의 단기 대응이 아니라 시장 안정과 재정 건전성을 함께 고려한 종합적이고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유가는 물가와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다. 유가 불안에 대응하는 정책일수록 신중하면서도 구조적인 해법이 요구된다.
2026-03-09 [05:12]
-
[사설] 감천항 수산가공단지, 주먹구구식 운영에 조성 취지 무색
부산은 한국을 대표하는 수산도시이다. 수산물 유통 및 가공업체, 냉동냉장창고 등이 밀집한 것은 물론 국내 최대 규모의 국제수산물도매시장 등 다양한 수산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그중에서도 서구 암남동 감천항에 들어선 수산가공선진화단지는 수산물을 고부가가치 상품으로 가공, 세계 곳곳에 수출하는 중요한 거점이다. 특히 감천항을 국제수산물류무역기지로 발돋움시키기 위한 핵심 시설이다. 하지만 부산시가 상위법에 위배되는 방침을 마련하면서 수산가공선진화단지 내 입주 업체들이 공장 양도양수를 임의적으로 자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이런 불법 행위가 공공연하게 장기간 반복되었다고 하니 기가 막힐 일이다.
〈부산일보〉 보도에 따르면 수산가공선진화단지를 관할하는 시 관리사업소는 사용 계약 만료 등으로 퇴거를 앞둔 기존 입주업체가 입주할 업체를 직접 선정해 사업소에 추천할 수 있도록 하는 내부 방침을 2016년 마련했다. 공공예산을 들여 건립한 공공시설 입주가 업체 간의 비공개적인 양도양수에 의해 사실상 좌우되도록 한 것이다. 이는 산업집적법 등에 명백히 위배된다. 사업소는 퇴거 업체가 초기 투자 설비를 남겨놓고 갈 경우 큰 손해를 본다는 이유로 불법적인 내부 방침을 만들었다고 한다. 조성 취지를 해칠 구조적 문제가 있으면 근원적 해결책을 모색해야 하는데도 이를 외면한 것은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다.
더 큰 문제는 이런 불법이 공공연하게 자행되고 있는데도 그동안 감사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1421억 원을 들여 6만 6395㎡ 부지에 지상 7층 규모로 건립한 수산가공선진화단지는 지난 2014년 2월 개장했다. 그런데도 부산시는 지난해 9월 선진화단지에 대한 첫 감사를 진행해 불법적인 내부 방침의 존재를 확인했다. 공공시설에 대한 감사는 통상 3~5년마다 이뤄지는 게 정상인데도 개장 11년 만에야 첫 감사를 진행한 것은 그동안 부산시의 관리감독이 아예 부재했다는 방증으로 읽힌다. 결국 부산시의 행정력에 구멍이 뚫리면서 관리사업소가 불법적 운영으로 일관하는 어이없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현재 수산가공선진화단지에는 식품가공공장 55곳이 입주 중이다. 선진화단지는 영세하지만 성장 가능성이 높은 소규모 수산업체들을 인큐베이팅해 수출 거점 기업으로 육성하자는 취지로 건립됐다. 수산물종합연구소와 수출입정보센터 등 연구·지원시설도 갖췄다. 하지만 그동안 단순 공장 임대에 그치고 입주 기업 설비나 연구 사업에 대한 다양한 자금 지원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급기야 면밀한 심사를 통해 성장성 있는 입주 업체를 지정하려는 시의 노력이 부재한 상황에서 업체들간의 ‘깜깜이 양도양수’까지 판친 것으로 드러났다. 수산가공선진화단지 조성 취지를 망각한 부산시의 각성을 촉구한다.
2026-03-09 [05:10]
-
[사설] 중동 전쟁 틈탄 '미친 기름값' 시장 안정 대책 필요
미국과 이란의 중동 전쟁으로 국제유가 변동성이 높아지면서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이 5일 오후 3시 기준 1822원을 기록했다. 휘발유 가격이 1800원을 넘어선 건 2022년 8월 12일(1805.9원) 이후 3년 7개월 만이다. 특히 사흘 새 부산 휘발윳값은 L당 141원, 경유 가격은 L당 226원이나 폭등했다. 그야말로 ‘미친 휘발윳값’이다. 증시가 최근 단기 급등했지만, 성장률은 1%대에 머물고 실질 소비 지출도 마이너스로 돌아서는 등 실물 경제 부진은 여전하다. 특히 고환율로 물가가 계속 오르는 상황에서 기름값 폭등은 가뜩이나 어려운 서민 경제 주름살만 늘릴 우려가 크다.
국제 유가 상승이 국내 주유소 가격에 반영되기까지 통상 2주가 걸린다. 정유사가 원유를 정제·유통하는 과정에서 시차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원유가 국내에 공급되기도 전에 주유소 판매가격이 먼저 오르는 모양새다. 정유사들이 불안한 국제 정세를 빌미로 기름값을 올린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23년 10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단체 하마스 간 무력 충돌로 국제 유가 불확실성이 커졌을 때도 국내 휘발유 판매가격은 L당 1800원에 육박했다. 현재 국내 석유 비축일수는 208일분, 세계 6위 수준으로 단기 재고량에는 문제가 없다. 하지만 불안한 민심 수요를 악용해 기름값이 ‘오를 때는 빠르게, 내릴 때는 천천히’라는 관행이 되풀이되는 것이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정부도 강경 대응에 나섰다. 이재명 대통령은 5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임시 국무회의에서 폭등하는 휘발유 가격에 대해 ‘최고가격 지정제’ 시행을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지역별·유류 종류별로 적용하는 등 현실적 방법을 찾아 신속하게 지정하도록 해달라”고 말했다. 최고가격 지정은 2004년 관련법률 제정 이후 처음 시행하는 것이다. 또 주유소의 바가지 행위를 제재할 필요성을 언급했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도 “유가가 오르는 틈을 타 매점매석이나 가격 인상은 파렴치하다”며 상응하는 처벌이 따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어려운 시장 상황을 악용해 폭리를 취하려는 시도에 정부가 단호한 대응을 천명한 것은 합당하다.
중동 전쟁이 장기화한다면 국제 석유 시장 변동성이 증가하고 에너지 수급 불안이 현실화할 수 있다. 국제 유가가 치솟으면 국내 경제에 상당한 파장을 미치고, 자가용·생계용 운전자 등의 부담은 더 커진다. 정부도 에너지 수급 우려가 커지자 5일 석유·가스에 ‘관심’ 단계의 자원 안보 위기 경보를 발령했다. 수급 위기에 대비한 원유 추가 물량 확보, 비축유 방출 준비, 석유 유통 시장 단속 강화 등을 차질없이 해야 한다. 가짜 석유, 정량 미달 등 불법 유통 행위 관리도 강화해 부당하게 폭리를 취하는 일이 없어야 하겠다. 적극적인 석유 시장 안정 대책을 통해 서민 부담을 줄이는 데 온 힘을 쏟아야 할 것이다.
2026-03-06 [05:12]
-
[사설] "2차 공공기관 이전 나눠먹기식 분산 지양" 꼭 실천을
이재명 정부는 다양한 지역 균형발전 전략을 추진 중이다. 대표적인 것이 ‘5극(초광역권) 3특(특별자치도)’과 제2차 공공기관 이전이다. 국토 곳곳에 다양한 성장축을 만들고 공공기관들이 지역 경제를 견인토록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5극 3특은 행정통합을 둘러싼 정치 셈법이 난무하는 것은 물론 지방 분권 강화 등의 보완책도 없이 본질만 희석되고 있는 상황이다. 2차 공공기관 이전도 눈치보기식 균형 배분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이런 상황에서 김민석 국무총리가 공공기관 이전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나눠먹기식 분산 배치를 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힌 것은 무척 시의적절하다.
김 총리는 5일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2차 공공기관 이전에 대해 공공기관의 수도권 잔류를 최소화하고, 나눠먹기식 분산 배치도 지양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전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5극 3특 지역별 특화산업과 연계하는 등 지역이 실질적 성장 거점이 되도록 집적화하겠다”고도 밝혔다. 김 총리는 특히 1차 공공기관 이전의 성과와 교훈을 토대로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고도 했다. 수도권 153개의 공공기관을 전국 10개 도시로 옮긴 1차 공공기관 이전 이후 망국적인 수도권 일극화는 더욱 고착화됐다. 상당수 이전 공공기관들은 각 지역에 뿌리내리지 못한 채 여전히 서울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2차 공공기관 이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선택과 집중이다. 그동안 정부는 공공기관 이전과 관련, 국토 곳곳에 다양한 성장축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금 대한민국에 필요한 것은 수도권에 견줄 수 있는 핵심 성장축을 구축하는 것이다. 즉, 2차 공공기관 이전 등 어렵게 마련한 지역 균형 성장 전략이 호혜성 균등 분배 원칙에 그친다면 효과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될 경우 대한민국은 질긴 관성에 따라 수도권 일극 체제를 계속 유지할 수밖에 없다. 다양한 성장축을 만들면서 부산과 울산, 경남 등 다양한 산업·관광 인프라를 갖춘 동남권을 ‘제2의 국가 중심축’으로 부상시키는 전략이 필요한 것이다.
정부는 2차 이전 대상으로 공공기관운영법·지방분권균형발전법에 따른 공공기관·단체 등 350여 개를 검토 중이다. 부산은 지난해 말 해양수산부 이전을 기점으로 해양강국 미래를 이끌 글로벌 해양도시, 금융도시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해수부 이전 등에 발맞춰 부산을 명실상부한 제2의 중심축의 거점인 남부권 해양수도로 발돋움시키려면 관련 공공기관과 단체를 모두 이전시켜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2차 공공기관 이전은 부산을 폭발적으로 성장시키는 마중물이 되어야 한다. 균등 분산은 국가 미래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선택과 집중에 기반한 공공기관 이전이 너무나 절실하다.
2026-03-06 [05:10]
-
[사설] 분권 강화 온데간데없고 정치적 셈법만 남은 행정통합
대구·경북(TK) 행정통합 특별법이 여야의 공방 속에 결국 5일 시작되는 3월 임시국회로 넘어왔다. 더불어민주당 한병도,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2월 국회 마지막 날인 3일 행정통합 특별법 처리를 위한 법제사법위원회·본회의 개최 문제를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송 원내대표는 필리버스터 중단 등 민주당 요구를 다 수용한 만큼 대구·경북 통합 특별법을 신속히 처리하자고 요구했으나, 한 원내대표는 충남·대전 통합 법안도 함께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한 것이다. 지역 균형발전을 위해 추진돼야 할 행정통합이 정치적 셈법에 따른 힘겨루기 양상으로 진행돼 지역 갈등만 조장하지 않을지 우려스럽다.
행정통합법이 1차 시한은 넘겼지만, 최후 협상의 여지는 남아 있다. 민주당 원내지도부에선 “사실상 이번 주가 진짜 데드라인”이라면서도 “국민의힘 하기에 달렸다”는 말이 나왔다. 통합법의 향배는 3월 임시국회 첫 본회의가 열리는 12일이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여야가 12일 대미투자특별법을 합의 처리하기로 한 상황에서 국힘이 이를 매개로 대구·경북 통합법 통과를 조율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힘 김태흠 충남도지사가 4일 “대구·경북 통합과 함께 대전·충남 찬성 당론을 요구하는 것은 국민의힘을 갈라치기 해서 내분을 조장하기 위한 민주당의 전략”이라고 비판하면서 특별법 일괄 처리가 어려운 상황이다.
여야가 두 지역의 통합을 놓고 막판까지 평행선을 달리는 배경에는 지방선거 유불리에 대한 계산이 깔려 있다. 민주당 지도부는 전남·광주 통합법을 통과시킨 상황에서 대구·경북 통합법만 통과시키면 핵심 승부처인 충남·대전에서 역풍이 불 것을 우려한다. 국힘 텃밭인 TK 통합이 불발돼도 야당 책임론을 제기해 내부 분열을 유도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국힘은 충남·대전 통합 시 지지율이 높은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의 통합특별시장 출마를 부담스러워한다는 분석이다. 민주당 일각에선 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대구시장에 출마할 경우, 통합시보다는 현 상황 유지가 낫다는 시각도 있다. 여야가 행정통합을 지선 승리의 방편으로 활용하려는 볼썽사나운 모습만 보여주는 셈이다.
행정통합은 ‘5극 3특’에 기반한 지역 균형발전을 통해 수도권 일극 체제를 극복하겠다는 국가전략이다. 그러나 여야가 보여주는 행태는 지역의 생존 문제를 정치적인 계산으로만 접근한다는 인상을 준다. 분권 강화는 온데간데없이 이해관계를 앞세워 시간만 끄는 사이 지역의 생존권과 주민들의 삶은 벼랑 끝으로 몰리고 있다. 여야는 지방분권의 핵심인 실질적인 행정권과 재정권 이양 등 합리적 대안을 조속히 마련해 행정통합의 기본 정신과 원칙을 되살려야 한다. 정치적 셈법으로 계산기만 두드릴 것이 아니라 균형발전의 대의에 부응하는 대국적 관점에서 행정통합 문제를 마무리 지어야 할 것이다.
2026-03-05 [05:12]
-
[사설] 부산 이전 발목 잡는 HMM 노조, 산업은행 전철 밟나
부산은 지난해 말 해양수산부 이전을 기점으로 해양강국의 미래를 선도할 글로벌 해양도시로의 도약을 준비 중이다. 해수부 산하기관과 해운 기업들이 연이어 부산 이전 로드맵 마련에 착수한 상황이다. 그중에서도 핵심은 국내 최대 컨테이너 선사인 HMM의 부산 이전이다. 부산 해양산업 생태계의 경쟁력을 높이려면 국적 선사인 HMM의 빠른 부산 안착이 시급하다. 그러나 HMM 노조는 이전에 강력 반발, 법적 조치와 총파업을 예고했다. 국가 명운을 걸고 추진 중인 해양강국의 꿈을 정면으로 무시하는 처사다. HMM 부산 이전은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하지만 지역 균형발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부산일보〉 보도에 따르면 HMM 육상노조는 지난 3일 입장문을 내고 다음 달 2일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총파업 결의 대회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육상노조는 또 본사 소재지 변경을 위한 정관 개정안이 의결될 경우 이사들에 대한 배임죄 고소를 진행하는 것은 물론 향후 주주총회 특별의결에 대해 효력정지가처분 혹은 이전금지 가처분을 진행할 것이라고 전했다. 육상노조가 하루라도 빨리 이뤄져야 하는 HMM 부산 이전을 적극적으로 돕지는 못할망정 되레 반발하고 나선 것은 국가 미래를 위해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육상노조가 전향적인 자세로 부산 이전에 협조하는 자세를 보이는 것이 마땅하다.
HMM의 부산 이전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인 과제다. 특히 세계 8위 해운사인 데다 지난해 연간 매출액이 10조 8914억 원에 달하는 대기업 HMM의 이전은 부산을 단기간 내에 글로벌 해운 물류 중심도시로 발돋움시킬 수 있는 파급력을 갖고 있다. 해운정책을 총괄하는 해수부, HMM 대주주이자 해운 지원 업무를 수행하는 한국해양진흥공사 본사가 부산에 자리한 점을 감안하면 이전 시너지 효과도 엄청날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 경제 파급 효과도 5년간 15조 원을 상회할 것으로 분석됐다. 더욱이 HMM 부산 이전은 해양산업 거점 완성과 국내 대형 해운선사들의 부산 집적화를 위한 첫 단추이기도 하다.
부산은 글로벌 금융중심지 도약을 위해 2022년부터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의 조속한 이전을 촉구하고 있다. 하지만 당시 대선 공약이었던 산업은행 이전은 노조의 강력한 반발로 현재까지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 만약 HMM 육상노조가 산업은행 사례를 전범으로 삼아 부산 이전을 반대한다면 절대로 용납하기 어렵다. 집단 이기주의가 국가 정책의 발목을 잡는 불행한 사례가 근절되도록 정부도 단호한 의지를 보여야 한다. 황종우 해수부 신임 장관 지명자도 절차가 마무리되는 대로 첫 임무라고 생각하고 노조 설득에 나서야 할 것이다. 부산시도 직원들이 만족할 만한 정주 여건 마련 등을 통해 힘을 보태길 바란다.
2026-03-05 [05: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