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30년, 롯데 30년 부산의 거인, 그들을 만난다] <1> 롯데 자이언츠 창단 감독 박영길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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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범 당시 롯데는 서울 연고지 희망, 창단 가장 늦어져"

박영길 롯데 자이언츠 창단 감독이 한국야구위원회(KBO) 내 각 구단 기록판 앞에서 전화를 받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지난 1982년 3월 부산역 광장에서 열린 창단 환영식에 참가한 롯데 선수단. 박희만 기자 phman@

지난 1982년 출범한 프로야구가 올해로 30세가 됐다. 그동안 프로야구는 팬들에게 환희와 애환을 가져다주며 꾸준히 성장해왔다. 원년 멤버인 롯데 자이언츠도 같은 세월을 보냈다. 부산 갈매기 팬들에게 야구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생활의 일부가 됐다. 프로야구 출범 30년을 맞아 연중 기획 시리즈로 역대 롯데 스타 30명 릴레이 인터뷰를 매주 실시한다. 지난 시절을 되짚어보고 롯데와 프로야구의 미래 등을 전망한다.


프로야구 성공 요인 '지방색'
지역 연고가 팀 사랑으로
부산역 창단 환영식 구름인파

타선 최강 롯데 올 우승 가능


"한국 프로야구가 성공할 줄 알았지. 출범할 때부터 예견했던 일이야."

지난 1982년 프로야구 출범 당시 롯데 자이언츠 창단 사령탑을 맡은 박영길(70) 전 감독의 말이다. 그는 프로야구의 성공은 이미 예견된 일임을 강조했다.

성공의 열쇠는 지방색이라고 했다. 사회전반에 걸쳐 악영향을 끼치던 지방색이 프로스포츠에서는 팀에 대한 애정으로 탈바꿈하면서 성공적인 정착에 큰 힘이 됐다는 것. 박 전 감독은 "구단이 지역을 연고로 창단하면 당연히 지방색이 나타난다. 1~2년만 지나면 지방색이 팀에 대한 사랑으로 변해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고 말했다.

프로구단이 전국에 골고루 분포돼 있었던 것도 성공의 한 요인이라고 했다. 그는 "프로야구는 전국적으로 골고루 연고지를 두면서 지방색이 뚜렷해 성공할 수 있었다. 출범 당시 일본프로야구 구단주들이 한결같이 한국프로야구의 성공을 예견한 것도 이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프로야구 출범 당시 롯데 자이언츠(부산, 경남)를 비롯해 OB 베어스(당시 충청), 삼성 라이온즈(대구, 경북), MBC 청룡(서울), 해태 타이거즈(광주, 전남·북), 삼미 슈퍼스타즈(인천, 경기, 강원) 등 모두 6개 구단이 창단했다. 이들은 모두 각 지역을 연고로 창단해 지역민들을 중심으로 한 막강한 팬을 확보했다.

롯데가 부산, 경남을 연고로 결정하는 데는 약간의 진통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롯데그룹 신격호 회장이 부산 등 지방보다는 서울을 연고지로 선호했기 때문. 박 전 감독은 "당시 신 회장이 구단 연고 문제를 두고 중앙과 지방을 저울질했는데 결국 마지못해 부산을 택했다. 이 때문에 롯데는 6개 구단 중 가장 늦게 창단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부산 시민들의 롯데 사랑을 보면 롯데가 부산에 연고를 둔 게 얼마나 잘한 일인지 알 것"이라고 말했다.

박 전 감독은 부산 팬들의 야구 열정은 옛날부터 정말 대단했다고 회상했다. 프로야구 출범 당시 부산 시민들의 야구에 대한 열정은 대구와 서울, 인천 시민들이 따라가지 못할 정도로 굉장했다는 것. 부산역 광장에서 열린 시민 환영식에는 수많은 야구팬들이 몰려 열기가 뜨거웠다고 한다.

부산은 일본과 지리적으로 가깝다. 부산 시민들은 광복 이후 라디오 등 전파를 타고 일본야구를 많이 접할 수 있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할아버지-아버지-손자로 이어지는, 대를 잇는 야구 사랑이 가능해졌다. 부산고, 부산상고, 경남고, 경남상고 등 부산지역 고교 야구부가 잇따라 생겨나면서 이들 학교의 경쟁구도가 부산을 야구도시로 성장시키는 데 밑거름이 됐다.

경남고-동아대를 나온 박 전 감독은 롯데 사령탑을 거쳐 삼성과 태평양 돌핀스 감독을 역임하기도 했다. 한때 KNN 야구해설자로 활약했고, 지금은 스포츠서울 객원기자로 일한다.

박 전 감독은 1984년 삼성의 '봐주기' 시합이 프로야구 30년 역사에 오점을 남겼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해 전기리그를 우승한 삼성이 만만한 롯데와 한국시리즈를 벌이기 위해 후기리그 때 져주기 시합으로 롯데를 선택했다. 하지만 한국시리즈에서 롯데가 우승하는 바람에 삼성은 망신만 샀다"고 말했다. 이를 계기로 '야구는 해 봐야 안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구단들이 야구에 더욱 매진할 수 있게 됐다고 그는 덧붙였다.

국내 첫 외국인 감독인 로이스터에 대한 느낌도 전했다. 그는 "지난 3년간 메이저리그식 자율적 야구를 도입해 좋은 성적을 올린 것은 훌륭한 일이다. 하지만 로이스터는 토너먼트식의 플레이오프 개념, 다시 말해 한국식 야구에 대한 인식이 부족해 포스트시즌에서는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했던 것 같다"고 평가했다.

박 전 감독은 올해 롯데의 우승을 자신했다. 그는 "롯데보다 강한 타선은 어느 구단에도 없다. 롯데에는 당장 다른 구단 1군에서 뛸 수 있는 후보 선수들이 많아 우승 가능성이 높다"면서 "마무리 투수진이 아직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것이 흠"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제9, 10구단 창단에 대해 적극적인 찬성 의사를 밝혔다. 프로야구 발전과 관중 1천만 명 시대 도래, 선수 진로 문제 해결 등을 위해서라도 제9, 10구단은 반드시 창단돼야 한다는 것이다. 박 전 감독은 "연간 700명의 야구선수가 고교, 대학을 나오지만 프로로 가는 선수는 고작 80명에 불과하다. 부산의 야구열기를 감안하면 롯데 이외에 제2구단이 창단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박 전 감독은 롯데가 팬들로부터 계속 사랑을 받으려면 팬들의 갈증이 무엇인지 알고 이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산 팬들이 우승에 목말라 있으니 올시즌 우승으로 팬들의 성원에 보답하라는 얘기다. 이를 위해서는 구단의 전폭적인 지원 또한 뒤따라야 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박 전 감독은 지난해부터 일본 간사이 독립리그에 참여하는 서울 해치 팀의 회장을 맡고 있다. 독립리그는 대개 프로팀에서 방출됐거나 프로입단 기회를 잡지 못한 선수들이 모여 뛰며 프로 진출을 꿈꾸는 곳이다. KIA 타이거즈 김진우와 최근 한화 이글스에서 방출된 손지환도 한때 이 팀에서 선수생활을 했다.

박 전 감독은 "야구인으로 한평생 살아간다는 사실이 너무 행복하다. 팬들의 사랑을 먹고 사는 프로야구가 앞으로도 영원히 발전하기를 기원한다"며 환하게 웃었다. 김진성 기자 paper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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