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인&아웃] '임수혁의 날'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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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 팬들은 지난 2000년 4월 18일 서울 잠실야구장을 잊지 못한다. 그날은 슬픈 수요일이었다.

오후 7시 10분 잠실야구장에서는 롯데와 LG 트윈스 전 2회초 상황이 진행되고 있었다. 롯데의 임수혁이 상대 실책으로 진루한 뒤 6번타자 테드 우드의 우전안타 때 2루까지 갔다. 이어 7번타자 조성환이 타석에 들어섰다. 이 때 임수혁은 갑자기 뒤로 쓰러져 의식을 잃었다. 그는 응급처치를 받은 뒤 급히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끝내 눈을 뜨지 못했다.

18일은 임수혁이 경기 도중 쓰러진 지 딱 10년이 되는 날이다. 그는 10년 가까이 식물인간 상태로 투병생활을 하다 지난 2월 7일 가족과 동료들의 눈물 속에 끝내 세상을 떴다.

임수혁이 쓰러진 뒤 동료선수들은 매년 그를 잊지 않고 '임수혁 후원의 밤' 행사를 열어 뒤에 남은 가족들에게 큰 힘을 보태줬다. 며칠 전에는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회장 손민한)가 임수혁의 자녀에게 장학금 4천만 원을 전달하기도 했다.

우연의 일치일까. 임수혁이 쓰러진 지 10년이 되는 18일 롯데는 다시 잠실야구장에서 시합을 갖는다. 상대는 LG가 아니고 두산 베어스이지만. 이제 임수혁은 가고 없다. 그러나 이날 잠실야구장 2루 베이스를 자세히 바라보면 그의 밝은 미소가 빛날 지도 모른다.

16일은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최초의 흑인선수였던 재키 로빈슨을 기념하는 '재키 로빈슨 데이'였다. 이날 메이저리그 경기가 열린 미국 모든 구장에서는 그를 생각하는 다양한 행사가 열렸다.

재키 로빈슨 데이를 지켜보면서 국내 프로야구에 매년 4월 18일을 '임수혁의 날'로 제정하자고 제안한다. 해마다 이 날이 되면 프로야구 경기가 열리는 4개구장에서 묵념을 하고 그를 기리는 것은 어떨까. 이렇게 함으로써 그를 영원히 기억함은 물론 야구장에서 선수가 쓰러져 숨지는 불행한 일이 다시는 없기를 기원하자는 뜻이다.

남태우 기자 l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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