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직 홈으로 끝내 못 돌아온 당신 임수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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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경기 중 쓰러진 '비운의 거인' 10년 투병 끝 사망

7일 서울 경희대 동서신의학병원 장례식장 빈소에 놓인 영정사진 속의 고 임수혁이 롯데 자이언츠 유니폼을 입고 밝게 웃고 있다. 연합뉴스

프로야구 전 롯데 자이언츠 선수 임수혁이 끝내 눈을 감았다. 그라운드에서 쓰러져 뇌사 판정을 받고 10년 가까이 투병해 온 임수혁은 41세를 일기로 7일 오전 8시 세상을 떠났다.

서울 부친의 집 근처 요양원에 있던 임수혁은 이틀 전 감기 증세로 서울 강동 성심병원으로 옮겨졌고 이날 오전 심장마비가 오면서 끝내 의식을 찾지 못하고 생을 마감했다. 고인은 급성 심장마비에 허혈성 뇌손상 합병증이 겹쳐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빈소는 서울 경희대학교 동서신의학병원 장례식장 12호실(02-440-8912)에 마련됐다. 발인은 9일 오전. 유족으로는 아내 김영주(40)씨를 비롯해 아들 임세현(16), 딸 임여진(14)양이 있다.

임수혁은 지난 2000년 4월18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의 경기에서 2루에 서 있다가 갑자기 쓰러져 의식불명이 됐다. 임수혁은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심폐소생술이 늦어져 식물인간 판정을 받았다. 2000년 당시 잠실구장에는 응급 심폐소생술을 할 만한 의료진이 없었고, 구급차도 들어가지 못했다. 초기 응급대처가 미흡했다는 지적 아래 2003년 그의 가족들은 롯데와 LG를 상대로 서울지법 동부지원에 민사조정을 신청했고, 법원은 두 구단에 4억2천600만원의 배상금을 지급하라는 결정을 내렸다. LG가 불복하면서 합의금은 롯데 2억2천만원, 엘지 1억1천만원으로 조정됐다. 이 사건 이후 야구장에 의료진과 구급차가 상시대기 중이다.

고인을 보살펴 온 아버지 임윤빈씨는 "건강하게 지내다 5일부터 갑자기 고열 증세를 보여 병원으로 옮겼다. 그러다 오늘 호흡곤란까지 겹쳐 결국 세상을 떠났다"고 비통해했다.

사이판에서 전지훈련 중인 롯데 선수단은 비보를 접하고 고인을 깊이 애도했다. 주장 조성환은 구단을 통해 "너무나 슬프고 충격적인 소식이다. 후배들이 자주 못 찾아봬 마음 아프다. 선수와 팬 모두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는데…"라며 안타까워 했다. 박진웅 대표이사를 포함한 롯데자이언츠 임직원들은 8일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강희경 기자 him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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