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태 수석코치 "후회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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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년 롯데 생활 마무리' 박영태 수석코치

"28년 인생을 바쳤던 사직야구장. 이젠 안녕이구나. 드디어 작별을 고한다."

'최장수 롯데맨' 박영태 수석코치가 사직야구장을 떠났다. 제리 로이스터 감독의 퇴출 소식에 묻히긴 했지만 지난 13일 박 코치도 재계약하지 못하고 팀을 떠났다.


83년 입단 선수·코치 역임
온화한 성품 궂은일 전담


마산상고-동아대 출신인 박 코치는 지난 1983년 내야수로 롯데에 입단했다. 1992년 10년간 선수생활을 끝낸 뒤 이듬해부터 올해까지 코치로 계속 롯데 유니폼을 입었다. 창단 첫 해인 1982년을 제외하고 28년간 롯데와 함께 생사고락을 함께 한 것이다. 박 코치는 "1983년 롯데에 처음 들어왔을 때는 구멍가게 수준이었는데 이제는 기업으로 규모가 커졌다"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박 코치는 프로야구의 성장을 누구보다 가까이서 지켜본 인물이다.

박 코치에 대한 팬들의 반응은 사실 엇갈렸다. 2000년대 초반 롯데의 긴 암흑기에서도 코치직을 계속 유지한 데 대해 일부 팬들은 '철밥통'이라고 비아냥거리기도 했다. 그러나 구단과 감독, 선수단의 복잡한 관계에서 온화한 성품으로 큰 잡음없이 무난하게 일 처리를 해 온 공은 절대 무시할 수 없다. 자신을 앞세우지 않고 묵묵히 뒤에서 온갖 궂은 일만 다해왔기 때문에 팬들로부터 크게 인정을 받지 못한 것.

박 코치는 "승부의 세계는 늘 이런 것이다. 매년 이를 염두에 두고 있었다. 이제 그 때가 온 것이다. 큰 아쉬움은 없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그는 또 "오랫동안 쉬지 않고 일해 왔기 때문에 당분간 좀 쉬고 싶다"고 말했다.

박 코치는 선수생활 마지막 해인 1992년 우승할 때와 1999년 플레이오프에서 삼성에 극적인 승리를 거둔 때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후론 침체기에 빠져 정신적으로나 여러가지로 아주 힘들었다"고 회고했다.

2008년 로이스터 감독 부임 이후 8년 만에 다시 가을야구를 경험한 것도 잊을 수 없는 기억이다. 박 코치는 "로이스터 감독은 상당히 긴 안목을 갖고 선수들을 기용했다. 단기전에서 다른 팀들이 내일이 없이 투수를 막 쓰는 것에 대해 미국 야구를 배운 로이스터 감독은 전혀 이해하지 못했을 부분"이라면서 "선수들의 미래를 누구보다 중요시하는 감독이었다"고 평가했다.

박 코치는 끝으로 '감독을 할 기회도 있었는데 아쉽지 않냐'는 질문엔 "감독할 만한 그릇은 따로 있다. 나는 내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강희경 기자 him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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