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17 여자월드컵 8강 나이지리아전 4골 1도움 여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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女봐란 듯 '민지' 떴다

연합뉴스

오빠와 동네 골목에서 공을 차던 여자아이가 세계 축구계의 샛별로 떠올랐다.

'제2의 지소연' 여민지(17·함안 대산고)가 2010 국제축구연맹(FIFA) 17세 이하(U-17) 여자 월드컵에서 한국의 사상 첫 4강 신화를 이끌었다.

성인팀서도 통할 천부적 골 결정력 보유
한국선수 첫 FIFA 대회 득점왕 가능성
함안 대산고 재학… 북한도 동반4강


여민지는 17일 오전(이하 한국 시간) 트리니다드토바고 산페르난도 마라벨라의 매니 램존 스타디움에서 열린 나이지리아와 대회 8강전에서 4골 1도움을 기록하며 한국의 6-5 역전승을 이끌었다.

여민지는 이날 한국 선수로는 처음 FIFA 주관대회에서 한 경기 4골을 터뜨리는 득점력을 과시하며 한국 여자축구의 차세대 대형 스트라이커 탄생을 알렸다. 여민지는 이번 대회에서 7골 2도움을 기록해 독일의 키이라 말리노프스키(7골)와 득점 공동선두로 올라섰다. 그러나 독일이 8강에서 떨어짐에 따라 여민지는 한국선수로서는 사상 처음 FIFA 대회 득점왕에 오를 기회를 잡았다.

지난 2008년 대회에서 8강에 머물렀던 한국은 사상 첫 4강 진출을 일궈내 지난 7월에 열린 U-20 여자월드컵 3위에 이어 한국 여자축구의 힘을 전 세계에 과시했다. 한국은 18일 스페인-브라질의 8강전 승자와 오는 22일 오전 5시 결승 진출을 다툰다. 북한은 한국을 누르고 조 1위로 8강에 오른 독일을 1-0으로 꺾고 준결승에 진출해 남북한 동반 4강 신화를 창조했다.

집안 형편상 창원과 김해로 이사를 다닌 여민지는 창원 명서초등 4학년 때 장유에서 오빠(고3)와 함께 공을 차다 최경돈 창원기공 축구감독의 눈에 띄었다. 최 감독의 귀띔으로 여민지를 처음 본 명서초등 대성길 감독은 "신체조건이나 힘이 남달랐다"며 "성장속도가 정말 빨랐다. 6학년 때 창의성과 골결정력이 눈에 띌 정도였다"고 말했다.

여민지는 명서초등 재학 시절인 2005년 득점왕을 휩쓸며 팀을 전국대회 전관왕으로 이끌었다. 함성중 2학년이었던 2007년 14세 때는 19세 이하 국가대표팀에 발탁됐다. 당시 이영기 대표팀 감독은 "언니들이 여민지의 스피드와 드리블, 패스를 배워야 할 정도였다"고 말했다.

여민지에게도 시련은 있었다. 2008년 4월 경기 도중 무릎 전방십자인대 파열의 큰 부상을 당해 2008년 뉴질랜드에서 열린 U-20 여자 월드컵 출전의 꿈이 무산된 것. 이번 대회를 앞둔 지난 7월 초에도 부상이 재발했지만 축구에 대한 열망과 투지는 아무도 막을 수 없었다.

여민지는 "지소연 언니가 U-20 여자월드컵 이후 스타가 된 것처럼 이번 대회에서 꼭 정상에 올라 한국 여자축구에 새로운 금자탑을 세우겠다"고 다짐했다.

한편 여민지가 나이지리아전에서 4골을 넣자 함안 대산고는 물론 그가 다닌 명서초등, 창원 대방중, 함안 함성중은 이날 하루 내내 여민지 이야기로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아버지 여찬국(46) 씨는 "어릴적부터 축구를 마냥 좋아하는 민지를 말릴수가 없었다"며 "주변의 눈을 의식하지 못할 만큼 민지가 축구를 좋아했다"고 말했다. 학생 시절 도민대회 육상종목에 출전한 경험이 있는 어머니 임수영(42) 씨는 "민지의 기본 체력 등 건강은 날 닮은 것 같고, 끈질긴 성격은 아빠를 닮은 것 같다"며 웃었다. 명서초등은 오는 22일 학교 강당에서 대회 4강전을 지역 주민들과 함께 시청할 계획이다. 정태백·변현철 기자 byunh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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