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쿠리코 언덕에서' 10대들 순수 로맨스..정엽 OST 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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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애니메이션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가 이끄는 스튜디오 지브리의 신작이 한국을 찾았다.

29일 개봉해 절찬리에 상영 중인 애니메이션 '코쿠리코 언덕에서'는 '하울의 움직이는 성' '벼랑 위의 포뇨' 등을 통해 사랑을 받아온 지브리가 새롭게 도전하는 로맨스 애니메이션이다.

오묘하게 아름다운 하늘, 노을을 담은 바다, 공간감이 풍성하게 느껴지는 언덕, 세심하게 삽입된 음악과 함께 순수의 시대를 복원하려는 지브리의 힘이 느껴지는 작품이다.

1963년 한적한 시골동네의 골목길과 경쾌한 음악으로 영화는 막을 올린다. 열여섯 살 소녀 우미는 요코하마 항구 인근의 언덕에서 코쿠리코 하숙집을 꾸려가며 살아간다. 선장이었던 아버지는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났고 어머니는 공부하러 미국에 가 있다. 돌아가신 아버지를 그리워하는 우미는 선박의 안전한 항해를 기원하는 깃발을 매일 아침 높이 내건다.

그러던 어느 날 우미는 학교 선배 슈운이 깃발을 거는 자신의 모습을 시로 써 학생신문에 게재한 것을 보고 묘한 감정을 느끼고, 학생회 활동을 열심히 하는 슈운에 이끌려 그의 활동에 점점 동참하게 된다. 그러나 우미 집에서 열린 파티에 오게 된 슈운은 우미 아버지의 사진을 보게 되고, 자신이 양아버지로부터 받은 친아버지의 사진과 같다는 사실에 놀란다. 친남매 사이라고 알게 된 두 사람은 이뤄질 수 없는 사랑 앞에서 아파하는데….

1980년대 일본의 한 만화잡지에 연재된 동명의 만화를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무엇보다 아날로그 감성이 돋보인다. 산업화와 도시화로 파괴돼 가는 디지털 문명과는 반대의 지점이다. 공간적 배경이 되는 바다와 항구, 언덕, 집, 시장의 모습은 일본의 풍경이긴 하지만, 우리네 그것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면서 우리가 잃어버린 순수한 세계의 모습을 판타지로 그려내고 있다.

지브리의 첫 로맨스 이야기답게 가장 순수한 사랑의 감정인 첫사랑을 그려낸 것이 살갑다. 매일 아침 돌아가신 아버지를 생각하며 언덕 위에서 깃발을 올리는 소녀와 바다 위에서 그 깃발을 바라보는 열일곱 소년이 처음으로 경험하게 되는 사랑의 설렘과 아련한 그리움이 돋보인다.

물론 스토리만 놓고 보면 진부하지만 이런 대목은 오히려 의도한 것으로 보인다. 기획과 각본은 미야자키 하야오가, 연출은 그의 아들인 미야자키 고로가 맡아 부자가 의기투합했다. 이제 고희를 넘어선 미야자키 하야오. 줄곧 환경과 세계, 문명을 조망하던 시선을 살짝 돌려 초심으로 돌아가서 사람의 마음속을 응시한 듯하다. 낡고 오래된 삶의 방식이 남아 있던 그 시절로 말이다.

한편 가수 정엽은 '코쿠리코 언덕에서'의 주제가인 '이별의 여름'을 불러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멀티미디어부 mult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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