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일 선임기자의 충무로 겉과 속] 영화 '메리와 맥스' '친구 소중함' 일깨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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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와 맥스' 소나무픽쳐스 제공

한때 너도나도 '펜팔'(Pen pal)을 한다며 호들갑을 떨던 시절이 있었다. 외국에 있는 친구도 사귀고 영어 공부도 할 겸 웬만한 학교나 단체에서는 펜팔을 적극적으로 권장할 정도였으니 그럴 만했다. 하지만 요즘 펜팔의 인기는 예전만 못하다. 인터넷이 보급돼 이메일 활용이 늘고 해외여행 자유화로 외국 나들이가 일상생활로 정착되자 펜팔은 서서히 아날로그 시절의 추억으로 밀려나고 있다.

모처럼 펜팔 이야기를 하게 된 것은 진흙으로 만든 클레이메이션 '메리와 맥스'(22일 개봉)의 주요 소재가 '펜팔'이기 때문이다. 두 주인공이 사는 곳은 지구 반대편쯤인 호주의 멜버른과 미국의 뉴욕. 게다가 8세 소녀와 44세의 아저씨의 만남은 자칫 '원조 교제' 아니냐는 의심을 품을 수도 있지만, 영화는 20년 넘게 이어진 두 사람의 특별한 우정에 얽힌 이야기를 차분히 들려준다.

멜버른의 소녀 메리는 알코올 중독에 도벽까지 있는 엄마와 가족에게는 일말의 관심조차 없는 아빠 밑에서 제대로 사랑을 받아 본 적 없이 자랐다. 외모 콤플렉스가 있어서 항상 열등감을 가지고 있지만 마음씨 만은 누구보다 곱다. 그러던 어느 날 메리는 전화번호부를 통해 미국의 맥스에게 편지를 보내게 된다.

편지를 받은 맥스는 아스퍼거 증후군 환자. 사람들과 만나는 것을 극도로 꺼리고 집 밖으로 거의 나가지 않는다. 고물 타자기로 편지를 써서 초콜릿을 동봉해 메리에게 보내는 일을 반복적으로 할 뿐이다. 쉽게 스트레스를 받게 되고 그럴 때마다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을 보이곤 하는 정신질환에 시달리고 있다.

실화를 토대로 빚어낸 애니메이션이지만 내용이 다소 무거워 꼬마 관객들보다는 '성인용'에 가깝다. 그런데 러닝타임 90분가량인 이 작품을 보다 보면 저절로 푹 빠져들게 된다. 장애를 가진 맥스의 눈으로 세상을 향해 꽤 의미 있고 철학적인 대사를 연신 토해내는 것.

그와 소통하는 메리 역시 외톨이다. 특별한 장애를 가지지 않았지만 화목하지 못한 집에서 자라 외롭고 열등감이 심했다. 결국, 사회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둘은 그렇게 펜팔을 주고받으며 솔직하고 순수하게 우정을 키워갔다. 비록 메리가 성인이 되고 사회 활동을 하게 되면서 예기치 못한 시련이 닥쳐오지만 둘의 진정한 우정은 마지막까지 변하지 않는다. 그러면서 영화는 관객들에게 묻는다. 과연 '진정한 우정을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 것일까'라고. 나약함과 외로움을 가지고 있는 인간에게 의지가 되는 친구라는 존재가 얼마나 삶에 소중한지를 다시 한번 고민을 하게 만든 수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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