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워 하이스트'] 뉴욕 금융계에 힘없는 소시민이 날리는 KO 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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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워 하이스트' UPI 제공

이자 몇 푼 더 받자고 피땀 흘려 모은 전 재산을 저축했는데 믿었던 은행이 문을 닫는다고? 올해 한국 사회를 뒤흔든 '저축은행 사건'은 현재 검찰 수사가 끝나고 재판이 진행 중이지만, 일부 저축은행이 부실로 문을 닫는 게 현실화돼 서민의 허탈감은 그 어느 때보다 심했을 터다.

이 같은 국내 실정을 알기라도 한 것일까. '러시아워' 시리즈로 인정받은 브렛 래트너 감독의 '타워 하이스트'는 금융위기 이후 공공의 적이 된 부패한 금융계 거물에게 힘없는 소시민이 힘을 모아 통쾌한 한 방을 날리는 범죄 코미디다.

뉴욕 상류층이 살고 있는 타워 아파트 관리소장인 조시(벤 스틸러). 성실하고 꼼꼼한 그는 아파트와 관련된 일은 손바닥 보듯 꿰뚫고 있다. 입주민 대표이자 펜트하우스 주인인 거물투자가 쇼(앨런 알다)를 위해서는 비서처럼 잔심부름을 도맡아 해준다.

그러던 어느 날 쇼가 FBI로부터 사기와 횡령 혐의로 체포되고 조시가 관리소 직원들의 연금을 불려달라며 맡긴 돈까지 모두 날릴 위기에 처한다. FBI 요원으로부터 쇼가 어딘가에 비자금을 챙겨놨을 거라는 얘기를 들은 조시는 맡긴 돈을 되찾기 위해 친구들을 규합하고 전문 털이범 슬라이드(에디 머피)까지 영입해 비자금 탈취 계획을 세운다.

이 작품은 2천만 달러를 훔친다는 범죄영화로 빚어졌지만, 코미디와 액션까지 곁들여져 볼거리가 넉넉하다. 이야기가 그럴듯한 것은 작당에 나선 인물들이 하나같이 이 건물을 누구보다 꿰뚫고 있다는 것. 또한, 이들은 머리를 모아 금고 전문털이범까지 끌어들인 뒤 떼인 돈을 훔치기 위해 타워의 펜트하우스를 점령해 기막힌 반격을 꾀한다.

아무리 범죄영화로 포장해도 할리우드의 대표적인 코믹 배우라 할 수 있는 벤 스틸러와 에디 머피를 내세운 탓에 코미디를 벗어나기는 어렵다. 워낙 개인기가 좋은 배우들이기에 스틸러-머피의 조합은 이름만으로도 어느 정도 웃음은 보장되고 배꼽을 떨어뜨릴 만한 웃음 폭탄을 기대케 한다. 특히 인물들이 초고층 빌딩의 꼭대기에서 줄 하나에 매달려 탈출하는 장면은 꽤 긴박하게 펼쳐진다.

한국도 그렇지만 미국 사회 분위기도 심상치 않다. 금융위기 이후 최근 월가에서 시작된 시위 등으로 이런 소재를 가볍게 다루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메가폰을 잡았던 래트너 감독은 "억울하게 돈을 강탈당한 사람들이 돈을 되찾는 과정에서 그들이 성공했으면 하는 마음이 절로 들도록 드라마와 코미디를 조율했다"고 털어놨다. 너무 많은 장르를 혼합했기에 자칫 이도 저도 아닌 영화가 될 수 있다는 것은 이 작품의 약점. 하지만 현실에선 불가능한 해피엔딩이기에 관객들에게 통쾌함을 안겨준다. 김호일 선임기자 tok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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