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근교를 달리는 자전거] <3> 클레이아크 김해미술관 ~ 장유면 3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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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자기한 산악·평지·도심 구간, 활강코스까지 '논스톱'

낙남정맥의 정병산, 비음산의 산허리로 난 숲길을 달렸다. 땀 나는 오르막에선 내리막이 그리웠다. 경사가 가파른 데서 활강할 때 속도계가 금세 시속 50㎞를 넘었다. 허리를 숙이고 무게 중심을 뒤로 옮긴 채 브레이크를 짧게 잡는다.

경남 김해시를 가르는 해반천에서 출발해 김해평야를 돌아온 자전거는 이제 분청 도자기의 고장 진례면으로 향한다. 낙남정맥의 정병산, 비음산, 대암산이 너른 들을 감싸는 곳이다. 준산들의 골이 깊어 물이 맑고, 흙도 부드러워 예부터 분청도자기로 유명하다. 전국 최대의 도자기 박물관인 클레이아크 김해박물관이 괜히 여기 있는 게 아니다. 진례면 일대에서 매년 10월께 도자기 축제도 열린다. 자전거는 낙남정맥의 허리춤으로 나있는 임도를 따라가다 장유면으로 떨어진다. 말이 면이지 인구 10만 명의 소도시다. 아파트가 숲을 이뤘다.

이번 코스는 산악과 평지, 도심 구간이 아기자기하게 섞여 있다. 질박한 산악 코스의 끝에는 시속 50~60㎞를 오르내리는 활강코스가 기다린다. 장유면의 도심 가로수를 보며 달리는 길은 깔끔하고 미끈하다.

출발지점은 진례면 송정리 클레이아크 김해미술관이다. 클레이아크는 클레이(흙)과 아키텍처(건축)를 합친 단어다. '과학과 기술로 도자와 건축 분야를 결합해 상호 발전을 꾀하겠다'는 게 미술관의 건립 정신이다. 지난 2006년 5월 완공됐다. 주 건축물인 둥근형의 전시관 외벽에 5천여 장의 '도자기 그림(Fired Painting)'을 붙였다. 이 자체가 신기술이다. 2007년 대통령자문기구인 건설기술·건축문화선진화위원회의 '좋은 건설 최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남녀노소 누구든 참가할 수 있는 체험관이 있다. 관람요금은 성인 2천 원(어린이 500원)이다. 매주 월요일은 쉰다.

미술관 정문에서 시례리 쪽으로 페달을 젓는다. 여름 벼가 조금씩 고개를 숙이고 있다. 신작로는 논과 논 사이로 나 있다. 시례리에 효자 전설이 있다. 조선 세조 때 선비 반석철은 6년간 시묘했다. 효심에 감동한 호랑이가 매일 저녁 그 옆을 지켰다. 어느 날 호랑이가 사냥꾼이 쳐놓은 덫에 걸렸는데, 반 선비가 풀어주자 호랑이가 선비를 등에 태우고 집으로 돌아왔다고 한다. 왕이 효자비를 내렸는데 도로가 생기면서 사라졌다.

시례리에서 논길을 따라가다 이정표가 보이면 노티재로 올라간다. 고도가 조금씩 오르지만 그다지 벅차진 않다. 아침에 흐리던 날이 점점 어두워진다. '우중 라이딩'이 염려된다.

노티재로 가는 갈림길에서 평지마을 방향으로 튼다. 길가에 잡풀과 억새가 무성하다. 자전거 바퀴는 털털거리면서 앞으로 나아간다. 무명교를 건너자 갑자기 가풀막이 나온다. 잔자갈이 많아 길이 미끄럽다. 급히 기어를 변경해 페달을 젓지만, 중심을 잃고 만다. 자전거를 끌고 산길을 오른다.

마사토가 깔린 길에서는 '차르르' 소리가 나는 것 같다. 황톳길을 달리면 이 소리가 '스르르'로 바뀐다.

호젓한 산길이 이어진다. 오르내리막이 번갈아 나오지만 성가시지 않다. 숲길을 벗어나 전망이 좋은 곳에서 진례면을 바라본다. 남해고속도로가 면을 동서로 양분한다. 알록달록한 공장이 수백 개다. 골프장, 축구장 등 복합스포츠레저시설이 들어선다는 송정리 일대는 누런 흙이 훤히 드러나 있다. 보상문제로 몇 년째 삽질만 하고 있단다.

자전거는 다시 숲길로 들어간다. 흙길과 시멘트 길이 대중없이 나타난다. 부슬비가 조금씩 내린다. 솔 향기가 길가에 그윽하게 깔렸다.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의 고도가 400m대를 왔다 갔다 한다. 오르막을 오를 때는 내리막을 생각하며 힘을 쏟는다. 내리막을 활강할 때는 오르막의 지겨움을 반추한다. 삶이나 라이딩에서나 부침이 있다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용지봉 동쪽 능선 고개에 올랐다. 등산로와 만나는 지점이다. 이곳에서 20분가량 달리면 임도 차단기가 나온다. 임도가 끝나는 곳이다.

이 지점에서 오롯한 내리막이 2.3㎞ 정도 이어진다. 장유폭포 계곡을 따라가는 길인데, 아스팔트 포장길이다. GPS 속도계가 시속 60㎞를 가리킨다. 브레이크를 적당히 풀어주지만, 긴장은 놓지 않는다. 이 길은 김해시에서 차량 진입을 통제하는 구간이다. 하지만 장유암을 방문하는 차량이 간혹 올라올 때가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폭포휴게소를 지나 왼쪽으로 꺾으면 장유면 도심으로 들어선다. 부영아파트 삼거리, 대청1교 사거리를 지나 10분 정도 가면 장유터널이 나온다. 터널에 보행자·자전거 전용 통로가 있어 안심이다. 터널에서 나오면 곧장 1차로로 붙어 김해시 폐기물소각시설 방면으로 달린다.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가 마음을 편하게 한다.

소각장 삼거리에서 좌회전해 1042번 지방도로를 따라 냉정고개를 넘어 진례면 땅을 다시 밟는다. 도로 확장 공사 중이다. 지방도로를 따라 20분 정도 부드러운 내리막을 타면 진례면 주민센터로 가는 갈림길이 나온다. 초전교 부근에 향초슈퍼가 있다. 영화 '달마야 놀자'에서 배우 박신양이 이 슈퍼에서 길을 묻는 장면을 찍은 곳이다. 향초슈퍼에서 진례면 소재지를 지나 클레이아크 미술관까지 10분 정도 걸린다. 문의 : 라이프레저부 051-461-4164. 최찬락 답사대장 010-3740-9323.

글·사진=전대식 기자 pro@busan.com

그래픽=노인호 기자 nogari@

도움말=김진홍 자문위원(MTB랜드 대표)

이창형 교수(양산부산대병원 재활의학과)


[라이딩 길잡이]

코스

클레이아크 김해미술관~시례리~노티재 임도사거리~장유폭포 임도~부영아파트 삼거리~냉정고개 삼거리~진례면주민센터~클레이아크 김해미술관


주행

이동거리 36.5㎞

라이딩 시간 4시간 50분

평균 속도 8㎞/h


난이도

기술★★★★

체력★★★★(5개 만점)


가이드

전체 구간 중 70%가량이 낙남정맥 산자락을 따라가는 산길이다. 고도가 해발 50m에서 460m까지 오르며, 다운힐 구간의 노면이 불규칙하고 거친 곳이 꽤 있다. 중급 이상 라이더에게 권한다. 시례리에서 노티재로 연결되는 구간만 찾으면 나머지는 이정표를 따르면 된다. 억새나 잡풀 줄기가 우거진 곳이 있다. 반소매 상의를 입었다면 팔목보호용 토시를 챙기자. 임도가 끝나는 장유암 갈림길부터 편도 1차로 포장도로다. 완벽한 활강 구간이지만 사찰 차량도 조심해야 하고, 굽어진 길에 도로가 파인 곳도 있다. 냉정고개 삼거리는 러시아워 시간에 교통체증이 심한 곳이다. 가로등이 없어 새벽, 저녁 라이딩은 위험하겠다.
▲ 표고 (※ 사진을 클릭하면 더 크게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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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글 어스 (※ 사진을 클릭하면 더 크게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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