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정의 이러쿵저러쿵] 믹키유천은 몰라도 박유천은 아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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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그룹 출신임에도 진지한 연기가 돋보이는 박유천. MBC 제공

가수 믹키유천은 잘 모른다. 그러나 배우 박유천은 좀 안다. 과거 일본을 비롯해 아시아 전역을 제패한(?) 아이돌 그룹 '동방신기' 속 믹키유천이 얼마나 대단했는지도 사실 잘 모른다.

굳이 변명을 하자면, 그가 동방신기로서 활약을 했을 때 방송, 연예 담당 기자도 아니었고 아이돌을 좋아할 나이는 휠씬 지났으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거대 기획사 SM엔터테인먼트를 빠져나와 3명이 JYJ라는 그룹을 만들었고 SM의 눈치를 보는 방송사들 때문에 방송 출연이 쉽지 않다는 정도는 알고 있다. 난 지금 믹키유천이 아니라 배우 박유천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지난주 박유천이 '백상 예술 대상'에서 쟁쟁한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TV부문 신인상과 인기상을 차지했다. 트로피를 들고 환하게 웃는 그의 모습이 참 해맑아 보였다. 사실 박유천을 직접 만나기 전까지 그에 대해 갖고 있던 편견이 있었다. 태생적인 한계, 아이돌 그룹 출신이라는 점이다. 아름다운 얼굴의 소년, 소녀들이 현란한 군무를 추며 시청자들의 눈을 즐겁게 해 주는 그들의 순기능은 인정하지만 가요계를 점령해버린 그들 때문에 가수의 '가'자가 아름다울 '가(佳)'인지 헷갈릴 지경에 이른 현실은 못마땅했기 때문이다.

얼마 전 만난 드라마 '시티 헌터'의 주인공인 탤런트 이민호는 "자신은 수십 번의 오디션을 본 후 작은 배역 하나를 겨우 얻는데 아이돌 그룹의 멤버들은 드라마 주요 배역을 너무 쉽게 차지하는 것이 속상한 적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 말에 공감이 갔다. 지난해 '성균관 스캔들'로 연기에 도전한 박유천을 처음 접할 때 이런 느낌이었다. 10대들에게 인기가 많은 젊은 배우들을 모아 청춘극 만드는 구나. 아이돌 그룹 출신 박유천을 캐스팅한 것도 젊은 팬에 대한 배려차원이겠지 했다. 그런데 이 친구, 꽤 진지하게 연기를 풀어가며 집중도를 발휘하는 것이 아닌가. 예상 외 열연에 새롭게 박유천을 보게 되었다.

그리고 최근 MBC 드라마 '미스 리플리'를 취재하기 위해 박유천을 길게 만났다. 드라마에 대한 소개와 인물에 대한 이야기를 진지하게 말하는데 준비를 많이 하고 나왔구나 싶었다. 속으로 "곧 밑천이 떨어지겠지"라는 생각도 했다. 그런데 웬걸 즉석으로 쏟아지는 질문에 소신을 가지고 깊이있는 대답을 내 놓는다. 그것도 시종일관 겸손한 자세와 웃는 태도로 답을 한다. 월드투어와 드라마 촬영 때문에 하루 한 시간을 잔다는 이야기를 들을 땐 감정이 이입돼 짠한 마음마저 들었다. 함께 인터뷰를 진행하는 배우에 대한 배려까지 그의 인터뷰 답변과 태도는 흠 잡을 구석이 없었다. JYJ가 방송 출연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질문을 했을 땐 기사화하지 않겠으니 솔직한 마음을 고백해달라고 청했음에도 해맑은 얼굴로 "하고야~ 싶죠!"라는 여운 긴 답만 내놓는다.

박유천! 김 기자에게 아이돌 그룹 멤버에 대한 편견을 깬 첫 번째 사람이다. '미스 리플리'에서 보여줄 그의 연기가 새삼 기대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tere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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