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달래 먹고~' 가수 이용복이 돌아왔다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1970년대 무수한 히트곡들로 인기를 끌었던 시각장애인 가수 이용복이 새 음반을 내며 다시 돌아왔다. 바니하우스 제공

'진달래 먹고 물장구 치고 다람쥐 좇던 어린 시절~'('어린 시절') 혹은 '옛 얘기도 잊었다 하자 약속의 말씀도 잊었다 하자~'('그 얼굴에 햇살을'). 이런 노래를 들어보셨는지 모르겠다. 지금 40~50대들에겐 잊혀지지 않는 선율이다.

그 주인공은 1970대 최고의 인기를 누렸던 가수 이용복(59)이다. 시각장애인이라서 화제를 모았으나 이후에는 깊은 음악성을 지닌 실력파 뮤지션으로 더 각광받았다. 그래서 '한국의 레이찰스'로 불린다. 참으로 반가운 이 이름이 다시 나타났다. 새 음반을 내며 우리 곁으로 돌아왔다. 다음은 그와 나눈 얘기들.

1970년대 무수한 히트곡 내며 최고 인기
"방송출연 못했을 뿐이지 꾸준히 음악 활동"


-70년대에 그 얼굴에 햇살이' '어린 시절' '줄리아' '달맞이꽃' '마음은 집시' '사랑의 모닥불' 등 무수한 히트곡을 터트렸는데, 음악은 왜 접은 겁니까?

△음악을 접다니요, 그런 적 없습니다. 시대적인 상황과 맞물린 점은 있겠지요. 개인적인 사정으로 사업 쪽에 기울어진 건 사실이지만 음악을 놓은 적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 틈틈이 공연도 하고 노래 만드는 일에도 참여했답니다.

-전성기였던 70년대 이후의 삶이 궁금합니다.

△80년대 컬러TV시대가 되면서 서서히 방송출연이 줄어들더군요. 85년 미국에서 공연을 하다가 그만 눌러앉게 됐어요. 그동안에도 음악의 공백기는 없었습니다. 한국과 지속적인 교류를 가지며 음악 구상을 많이 했습니다.

-음악을 다시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된 때가 있었을 텐데요.

△91년 귀국한 뒤 녹음실을 차렸습니다. 그래도 음악에 너무 목이 말랐습니다. 음악을 만들어 음반을 발표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2003년 집사람과 함께 정규앨범을 한 차례 발표했지요. 이후 경기도 양평에서 비행기카페를 운영하며 정착하게 됩니다.

-요즘 불고 있는 통기타 붐을 보면 어떤 느낌이 듭니까.

△추억을 함께 나눈 통기타세대들이 왕성한 활동을 하는 게 너무 보기 좋아요. 트로트나 댄스음악 일변도에서 벗어나 순수음악이 사랑받을 수 있는 현실은 얼마나 행복하면서도 바람직한 일인지. 저도 거기 동참하고 싶은 겁니다.

-70년대, 처음 시작할 때 어떤 음악에 매료됐습니까. 히트곡들의 노랫말이 늘 아름다웠던 것 같은데요.

△당시에는 전통 포크음악을 하고 싶었어요. 푸에르토리코 출신의 유명한 가수이자 기타리스트인 호세 펠리치아노의 영향을 받은 듯해요. 감성이 너무 잘 맞고 같은 시각장애인이라 더 공감했던 것 같습니다. 가사요? 아무래도 집사람과의 사랑 얘기라든지 종교활동의 영향 같은 게 있었겠지요. 늘 아름다운 가사와 선율에 심취해 있었거든요.

-이번에 나온 새 음반을 소개한다면요.

△글재주가 있는 집사람이 가사를 쓰고 제가 나머지 작곡·편곡·녹음을 전부 다 했습니다. 타이틀곡 '바람 부는 날'을 포함해 총 3곡을 실었어요. 록음악적 성향을 듬뿍 담아 요즘의 음악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고 봅니다. 점자정보단말기의 도움으로 그동안 고민했던 작업들을 즐겁게 준비할 수 있었답니다. 앞으로 포크음악을 기본으로 해서 블루스, 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하고 싶어요.

-공연 등을 통해 대중들과 만날 계획은 없습니까.

=지난해가 실질적인 데뷔 40주년이지만 올해 가을 쯤에 서울을 시작으로 40주년 전국 투어 콘서트를 하려고 합니다. 방송이나 신문 등 매체를 통해 팬들과 자주 만나는 기회를 만들고 싶어요.

김건수 기자 kswoo333@busan.com



※ '한국의 레이찰스' 이용복

8세 때 사고로 시력을 잃었다. 음악다방에 갔다가 우연한 기회로 작곡가의 눈에 띄어 1970년 고 2 때 가수로 데뷔, 첫 음반을 냈다. 이탈리아 산레모가요제 입상곡을 번안한 '어머니 왜 나를 낳으셨나요'를 불러 유명세를 탔다. 71년 각종 신인가수상을 받으며 가수로서 주목받기 시작했는데, 특히 기타에 출중한 재능이 있어서 양희은의 데뷔앨범 '아침이슬'에서 12줄 기타를 연주하기도 했다. 72년과 73년에는 연속으로 MBC 10대가수상을 받았다. 데뷔 4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고운 그의 목소리는 아름다운 노랫말, 통기타 리듬의 현대적인 감각으로 빛난다.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