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과 휴식에 어른들의 야한 놀이터까지, '3色' 재미에 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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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탈출] 겨울 제주도 여행

1 제주 올레를 걸을 때는 다른 건 다 잊고 '놀멍 쉬멍 여유롭게 즐기며 걷기'에만 신경쓰면 된다.

"떠나요 둘이서 모든 걸 훌훌 버리고/제주도 푸른 밤 그 별 아래…/이제는 더 이상 얽매이긴 우린 싫어요/신문에 TV에 월급봉투에….”노래 가사처럼 모든 걸 잊고 제주도에 다녀왔다. 제주는 겨울과 봄의 갈림길에 있었다. 눈이 쌓인 한라산은 아직까지 겨울이 점령하고 있지만, 올레길을 걷다 봄의 전령을 만났다. 여행지 제주도는 진화하고 있었다. 제주도를 즐기는 법 세 가지이다.



· 김녕 요트투어

제주도 북동쪽 김녕항에서 '김녕 요트투어'를 만났다. 국내 최초의 알루미늄 수제 조립 1호라는 52피트급 요트 '보나 520호'는 날렵해 보였다. 어디선가 본 듯도 했다. 알고 보니 SBS 드라마 '나쁜 남자'에 나왔단다.

육지를 떠난 '보나호'에서 보란 듯 돛이 펼쳐졌다. 잔잔한 바다 위로 요트가 미끄러지듯 나아간다. "내 배는 살같이 바다를 지난다. 산∼타 루치아 산타 루치아…." 노래가 저절로 나온다. 배에는 예쁜 침실까지 갖춰 놓았다. 마치 영화 속 주인공이라도 된 듯한 기분이다.

풍력발전기들이 돌아가는 모습이 가까워진다. 바람의 섬 제주는 풍력발전의 메카로 성장하는 중이었다. 요트에서 바라본 김녕해수욕장은 에메랄드 빛으로 눈부셨다.

김녕 요트투어는 돌고래를 쉽게 볼 수있다고 소문이 났다. 일대가 돌고래 서식지여서 돌고래가 자주 나타난다는 것이다. 5∼8월에 돌고래 출몰이 가장 많다. 돌고래들도 이제는 요트가 적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배 주변에서 장난치는 모습도 볼 수 있단다. 많게는 100마리 가까이 목격된 적도 있다. 아쉽게도 이날은 돌고래를 만나지는 못했다.

그 아쉬움은 바다낚시로 달랠 수 있었다. 낚시를 드리운 지 몇 분 되지 않아 노래미가 올라왔다. 초보 낚시꾼에게 쉽게 잡히는 걸 보면 고기가 많긴 많은 모양이다. 낚시를 마치고 선실로 돌아오니 어느새 생선회와 와인이 준비되어 있다. 이것 참 로맨틱하다. 프러포즈를 하기에 이만한 장소도 없을 것 같다. 신혼여행 온 부부라면 추억 만들기에 좋아 보인다. 잔잔한 바다 위에서 요트가 살짝 흔들흔들한다. 열심히 일한 당신, 럭셔리 투어를 즐길 자격이 충분하다. 기업체 단체 워크숍 상품도 운영한다. 이런 요트에서 하는 선상 회의라면 좋은 아이디어가 팡팡 쏟아지지 않을까. 최대 30명까지 승선이 가능하다. 1시간에 성인 6만 원, 청소년 4만 원. www.gnytour.com 064-725-0225.



· 제주 러브랜드

찜질방 이름 같은 '제주 러브랜드'는 '19금(19세 미만 관람불가)'이다. 7세 미만은 부모가 동반할 때만 입장할 수있다. 2004년 홍익대를 졸업한 20명의 아티스트들이 힘을 합쳐 문을 열었는데 그만 '대박'이 났다. 태국 파타야, 미국 맨해튼 주변 해상에도 이런 러브랜드 설립이 추진되고 있다. 중국 하이난에서는 얼마 전에 제주 러브랜드 그대로 지어달라고 요청이 왔단다. 대체 뭐하는 곳이기에….

우리나라에서 유일한 성(性) 테마파크. 관람 시간도 화끈하게 자정까지이다. 고백건대 신문에 쓰기 위해 가장 점잖고 재미없어 보이는 사진을 골랐다. 어떻게 하면 덜 야하고 엘레강스하게 표현할지 고심했다. 노동1호 미사일을 살짝 비틀어 '밤노동1호 미사일'이라 이름을 붙이니 공포 대신 웃음이 폭발한다. 이 미사일은 버섯, 빨간 고추와 나란히 놓여 있다. 초대형 봉분의 이름은 '가슴과 가슴 사이'이다. 거구의 여성이 깡마른 남자를 낚아챈다. 제목은 '가긴 어딜 가'이다. 저절로 고개가 끄덕거려진다.

백록미술관 2관에서 열리는 '성에 대한 발칙한 상상전'에서는 디오라마(모형) 시리즈를 보고 탄복을 하고 말았다. 호기심 많은 중학생부터 휴가 나온 김 상병까지 이들을 관통하는 주제는 '욕망'이다. 지금도 결혼피로연에서 '바나나 까먹기' 같은 걸 시키는지 궁금하다. 이 모든 작품들이 작가들의 경험에서 우러나왔다고 확신한다. 화장실 이름은 '왕 볼일 봅써'이다. 화장실 손잡이는 거시기이고, '훔쳐보기'라는 작품까지 설치되어 있다.

남녀의 성행위를 상징하는 조형물들로 자칫 어색한 시간이 되지 않을까? 정안수 러브랜드 관장은 "외설이 아닌 예술로서의 성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한다. 인간과 성은 역시 자연의 일부임을 깨닫게 된다. 늦은 시각 조명 아래서 보면 더 좋은 것 같다. 관람료 9천 원. 제주시 연동 680의 26. 064-712-6988.



· 제주 올레

'올레'는 제주 방언으로 '좁은 골목길'을 뜻한다. 대한민국에 걷기 열풍을 몰고 온 제주 올레. 문광부는 올해 제주 올레를 한국 10대 으뜸 명소에 지정했다. 올레가 개장한 2007년 9월 이후 지난해 10월까지 올레를 찾은 인원은 모두 95만 5천여 명, 지역경제 파급 효과는 724억 원에 달한단다.

제주 올레는 17코스까지 생겼다. 걸어서 거의 제주도 전역을 다닐 수 있게 된 셈이다. 올레는 어디가 제일 좋다고 꼭 집어서 말할 수는 없다. 사람마다 취향이 다르기 때문이다. 고민하다 올레인들이 가장 사랑한다는 7코스를 선택했다. 7코스는 외돌개∼월평 16.4㎞의 해안 올레 구간.

안내소에서 가이드 맵을 하나 받아들고 출발이다. 이 책자에는 제주 올레에 나선 당신이 반드시 기억해야 할 몇 가지가 있다. 이 가운데 '올레 옆에 매달린 귤이 탐스럽다고 욕심내지 않기'와 '올레의 풍광을 놀멍 쉬멍 여유롭게 즐기며 걷기'가 기억에 남는다. 늘씬한 야자수들이 여기가 제주도라는 사실을 웅변하고 있다. 걷다 보니 중국말이 여기저기서 들린다. 외국 관광객들이 올레를 많이 찾아오고 있었다. 올레에서 만나 결혼한 커플도 있다.

외돌개는 바다 한가운데 외롭게 홀로 서 있다 해서 이름이 붙여졌다. 외돌개에서 돔배낭길로 이어지는 구간에는 나무로 만든 길이 바다를 끼고 멋있게 펼쳐져 있다. 서귀포여고를 지나 올레인들이 가장 사랑하고 아끼는 자연생태길 '수봉로'를 만났다. 수봉로는 올레지기인 김수봉 씨가 2007년 염소가 다니던 길에 삽과 곡괭이로 계단과 길을 만들어 사람이 겨우 걸어 다닐 수 있도록 한 길이다. 길에 이름이 남는다는 것은 참 멋진 일이다. 일강정 바당올레에서 서건도 사이에 바윗길이 좀 험했다. 강정포구, 월평포구를 지나 월평마을에 도착하는 데 4∼5시간이 걸린다. 제주올레 홈페이지(www.jejuolle.org)에서 코스별로 자세한 여행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064-762-2190.

글·사진=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


· 찾아가는 길 올레 7코스 출발지인 외돌개를 대중교통편으로 찾아가려면 제주공항에서 서귀포행 600번 리무진 버스를 탄 뒤 뉴경남호텔에서 하차한다. 뉴경남호텔에서 외돌개까지는 기본요금 구간인 택시를 이용하면 편리하다. 자가승용차를 이용할 경우에는 서귀포까지 가서 서귀포항 방향으로 가는 길에 외돌개를 만날 수있다.

요트투어를 하려면 공항에서 1132번 지방도를 따라 함덕에 도착한 뒤 김녕 입구 삼거리에서 김녕항으로 향하면 된다. 제주 러브랜드는 제주공항에서 1135번 도로를 따라 노형오거리에 도착한 후 서귀포시 방향으로 1139번 도로를 갈아 타 한라수목원과 신비의 도로를 지나면 나온다. 박종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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