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을 달리는 자전거] 18 만덕 석불사 야간 라이딩
입력 : 2010-09-02 16:52:00 수정 : 2010-09-08 07:11:38
고갯길 스릴에 '오싹' 환상의 야경에 '감탄'
· 낮보다 밤이 좋아
심심하면 휴대폰으로 공익 문자가 날아든다. '폭염경보 발령, 외출 자제 당부'. 에어컨 밑이 아니라면 어디라도 다니기 무섭다. 무더위가 철을 모르고 기승인 탓이다. '모기도 입이 비뚤어진다'는 처서가 지난 지도 한참인데 이상하다.
이럴 땐 자전거로 출퇴근 하는 자출족이 존경스럽다. 아무리 아침과 저녁시간이지만, 해가 쨍쨍한 거리를 달리는 것은 고통이다.
그래서 자전거 라이딩을 즐기는 이들은 요즘 같은 날씨엔 주로 밤에 자전거를 탄다. 더위도 피하고, 운동도 하는 일석이조의 재미가 있다.
야간 라이더들의 메카로 부상하고 있는 북구 만덕동 석불사를 다녀왔다. 갈 때는 혼자였다. 고갯마루에 올라서니 북구 덕천동 방면에서 올라온 라이더들이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다.
한밤중 불빛을 보고 달려드는 부나방처럼 자전거들이 만덕고개로 하나 둘씩 모여 여럿이 되었다.
만덕고개 옛길. 꼬불꼬불한 구비마다 더위를 피해 나들이를 나온 어르신들과 데이트 나온 연인, 라이더들이 웅성거렸다.
덩달아 냉음료나 요깃거리를 파는 포장마차도 불이 환하다. 집에만 있는 사람은 느낄 수 없는 별천지가 그곳이었다.
· 앞이 보이지 않아
도시철도 명륜역에서 출발하여 롯데백화점 동래점 옆을 지나 유락여중과 금정마을까지는 순조로웠다. 도시의 불빛이 주위를 환하게 밝혀 밤에 달리고 있는지 조차 모를 정도였다.
닭백숙이나 오리탕을 먹으러 왔던 손님들이 거의 빠져 나간 금정마을은 어둑해졌다. 마을을 벗어나서 3-1번 마을버스 회차지를 지나 만덕1터널 도로 아래 굴다리를 빠져나가자 갑자기 어둠이 가로막았다.
외로움을 느낀 것 같다. "혼자 타기 적적하지 않으세요?" 덕천동에서 모여 야간 라이딩을 나온 '북구 자출사' 회원들이 만덕고개에서 물었을 때 그제야 끝간 데 없이 굽이치던 밤길과, 희미해져 가는 전조등에 조마조마해 했던 것의 실체가 뭔지 알 수 있었다.
자동차가 간간이 와 주는 것이 얼마나 고마운지. 교통표지판이 불빛을 받아 환하게 빛날 때 얼마나 안심이 되든지. 삼삼오오 모여 앉은 사람들도 격려가 되었다. 사람이 사람에게 고마웠다.
금강대 옥불사 입구를 지나 한참을 올라가니 길 옆에 포장마차가 더러 보인다. 고갯마루를 향해 더 올라가니 비탈 절개면을 넓히느라 공사를 하는 곳이 있다.
· 시내 야경 별천지
왼편 아래엔 30분 전에 지나온 도시의 화려한 조명들이 불잉걸처럼 이글거리고 있다. 지나가던 차도, 자전거도, 오토바이맨들도 조용히 길가에 비켜 서서 야경을 바라본다. 자동차 불빛과 가로등 불빛에 도로와 건물은 제 모습을 잘 드러내고 있다. 스스로 나서지 않고, 조명에 의해 간접적으로 자신을 표현해서 그런지 낮보다 더 아름답다. 겸양의 미가 숨어 있는 것일까?
고갯마루 '철학로 쉼터'에서 쉬고 있는 팀들과 인사를 했다.
"석불사 가는 길은 포장이 돼 있지만 상당히 가팔라 앞바퀴가 들리니 조심하세요. 그리고 좀 어둡답니다. 암자까지 올라가면 개가 짖어댑니다. 보통 주차장까지 가죠." 자출사 회원의 친절한 안내를 뒤로하고 다시 오를 내리막길을 내려간다.
만덕고개를 넘어 북구로 들어섰다. 병풍사 주차장에서 지하수로 갈증을 달랬다. 자전거와 눈에 불을 켜고 잔뜩 허리를 구부린 채 헉헉대며 올라갔다. 밤이 깊어 석불사 주차장은 고즈넉했다. 대롱에서 졸졸 나오는 물소리만 우렁차다. 되돌아오는 길. 야경이 너무 좋았던 아까 그 곳에서 아예 자전거를 세우고 곧 달려갈 도시의 불빛을 별인 양 센다.
글·사진=이재희 기자 jaehee@busan.com
코스 도시철도 명륜역~유락여중~우장춘로~금정마을~금강대 옥불사~만덕고개~병풍사 약수터~석불사 공터~병풍사 약수터~만덕고개~금정마을 입구~미남교차로~도시철도 동래역~도시철도 명륜역.
총 이동거리 15.3㎞
총 라이딩 시간 2시간 9분
평균 속도 9㎞/h
난이도 산악
가이드 도시철도 명륜역에서 도로를 건너기 위해서는 차로를 통해 신호를 받는 편이 안전하다. 유락여중에서 우장춘로까지 도로가 좁다. 금정마을 입구도 퇴근 시간 사직동 방면에서 오는 차들로 혼잡하니 신경을 바짝 써야 한다. 금정마을에 들어서면 상대적으로 한산하다. 다만 도로에 주차를 한 차량들이 많다.
마을버스 회차장을 지나 만덕1터널 접속도로 아래 굴다리를 건너면서 가로등이 없는 깜깜한 길이 시작된다. 옥불사 입구에는 가로등이 드문드문 있다. 만덕고개에 못미쳐 도로 공사를 하는 구간이 있으니 주의할 것.
병풍사 약수터에서 석불사 업힐 코스가 시작된다. 미리 저단 기어로 변속하거나 오르막이 나타나면 바로 변속을 해서 넘어지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시멘트 포장길이지만, 경사도가 심해 앞바퀴가 들릴 수 있으니 최대한 몸을 숙이고, 기술을 발휘해야 한다. 내려올 때는 앞·뒤 브레이크를 번갈아 잡아 미끄러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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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륜동역에서 출발하여 유락여중과 우장춘로를 지나 한참 올라가면 동래금정마을 이정표가 나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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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길을 힘차게 페달을 젓는다. 해바라기가 길가에 도열해 반긴다. 야간 금정마을은 차량 통행이 많지 않아 한적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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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버스 회차지를 지나 굴다리를 지나자 산속 도로가 나온다. 만덕고개로 가는 옛도로이다. 플래시를 터뜨리고 사진을 찍었더니 이정표만 선명하다. 도로가 꼬불꼬불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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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대 옥불사 앞의 부처상들이 이채롭다. 이 부근은 가로등이 훤해 나들이를 나온 어르신들이 여기저기 모여 더위를 식히고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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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덕고개에 다달았을까. 비탈면을 더 깎아내리는 공사가 한창이다. 굽은 도로를 펴는 작업이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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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덕고개에 북구를 알리는 이정표가 있다. 낙동정맥의 능선이기도 한 이곳은 동래구와 북구의 경계이기도 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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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천동에서 출발한 자출사 팀들이 철학로 쉼터에서 숨을 고르고 있다. 이들에게서 석불사 코스에 대한 안내를 받을 수 있었다. 이들은 쇠미산을 거쳐 어린이대공원을 지나 돌아간다고 한다. '짐승?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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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풍사 주차장에서 석불사로 오르는 길에 가로등이 있는 곳이 두어 군데 있다. 하지만 대부분 깜깜한 길이라 야간 장비를 잘 갖춰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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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불사 주차장에 올랐다. 매점으로 사용한 듯한 오래된 건물이 있다. 건물 한쪽의 절벽 면에 작은 샘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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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름달이 휘영청 떴다. 한달 후면 추석이다. 달빛과 도시의 불빛이 조화를 이룬 곳에서 한참을 발을 뗄 줄 몰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