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을 달리는 자전거] ⑥ 에코레일 타고 영동 나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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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정취 만끽하며 시원스레 금강변 라이딩

 


자전거를 타고 얼마나 멀리까지 갈 수 있을까. 비록 인간의 힘을 이용해서 가는 두 바퀴의 보잘것없는 운송수단이지만, 결론적으로 못 갈 곳은 없다. 세계 일주도 하고 사막 횡단도 한다. 심지어 몽블랑을 자전거로 오르는 사람도 있다. 비행기나 열차와 연계하면 여행의 지평은 거의 무한대로 확대된다.

부산에서 자전거를 싣고 전국을 달리는 자전거 열차가 운행되고 있었다. 마침 국악과 와인의 고장 충북 영동을 다녀오는 코레일의 에코레일 MTB 열차가 있어 부산역에서 자전거와 함께 탔다.

#열차에 자전거를 싣고

사람이 타는 열차에 원칙적으로 자전거를 실을 수 없다. 개인 휴대화물 규격을 초과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에코레일 관광열차는 가능하다. 별도의 거치 열차에는 120대 정도의 자전거가 실린다.

부산역에서 오전 7시에 출발한 에코레일 MTB 열차는 구포역과 화명역, 밀양역에서 각각 정차한 뒤 경부선을 따라 대구, 김천을 거쳐 영동에 오전 10시가 넘어 도착했다.

일반 관광열차 3량과 자전거 승객 열차 2량, 자전거 거치 화물 열차 2량 등 총 7량의 특별 관광열차였다. 열차에 매점은 운영되지 않는다. 부산역에서 미리 컵라면에 뜨거운 물을 부어 타길 잘했다. 다른 승객에게 피해를 줄까봐 열차 연결 공간에서 아침을 해결했다.

열차가 화명역을 지나 낙동강변을 달리자 승객들은 하나 둘씩 도시락이며 김밥을 꺼내서 먹기 시작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좀 있다 객실에서 먹을 걸 그랬다.

#영동역 광장을 메우다

100여 대에 가까운 자전거와 사람들이 영동역 광장에서 출발 신호를 기다리고 있다. 영동 MTB 동호회 회원들이 코스 안내를 해 준다. 팀은 2개로 나뉘었다. 고개와 오르막길이 제법 가파른 1코스는 라이딩에 자신있는 동호인들이 줄을 섰다.

평탄한 길이지만, 강변을 달리는 풍광이 일품이라기에 2코스를 택했다. 선두의 호각소리와 함께 자전거는 긴 대열을 이루며 도로를 달린다. 시내 도로 전체가 자전거 대열로 꽉 채워진다. 뱀 같이 긴 대열을 이루며 앞과 뒤를 가늠해 보는 재미가 있다.

옥천 방면 국도를 달린다. 난계 박연 선생을 기리는 국악박물관과 국악체험관 국악기제작소가 있는 곳에 도착했다. 국악박물관 등을 관람하는 옵션이 에코레일 상품에 포함돼 있다. 신나게 장구도 두드리고, 북 치는 것도 배운다. 국악박물관은 한국 정악에 쓰이는 모든 악기를 전시해 놓았다.

#금강 상류를 만나다

영동 자전거 라이딩 코스는 금강을 마음껏 구경하도록 설계되어 있었다. 특히 강변길은 한적해서 10분을 달려도 차량 한 대를 만날까 말까 하는 정도의 쾌적함이 있었다.

덕분에 편도 차로를 모두 자전거가 차지하고 달려 도로의 주인이 된 기분이었다. 강변도로에는 복사꽃이 피어 눈을 더 즐겁게 해주었다. 한창 물 오른 버드나무도 살랑대며 손을 흔들어 주었다.

강을 끼고 이름난 유원지들이 많다. 영동군 양산면 송호는 100년 이상 된 소나무들이 울울창창한 강변 유원지다.

비단강숲마을이라는 농촌체험마을에서 올갱이국으로 맛난 점심을 먹었다. 밥을 먹고 나오니 떡메치기가 한창이다. 접시로 떡을 잘라 콩고물에 썩썩 비벼 칼로 썰어낸다. 썰기가 무섭게 없어진다. 한참을 기다려서야 쑥떡 한 점을 얻어 먹었다. 봄이 짙게 배어 있다.

#와인족욕, 피로를 풀다

점심을 먹고 영동 읍내를 통과하여 와인코리아로 갔다. 영동의 명물 포도를 2차 가공하는 기업이다. 포도주와 초콜릿 등 상품을 생산하는 것은 물론, 족욕 체험장을 만들어 놓았다.

하루 종일 라이딩에 지친 발을 물로 헹군 후 족욕탕에 담갔다. 와인의 붉은 색이 발에 스며드는 것 같다. 피로 풀기엔 으뜸이란다. 30분을 체험할 수 있는 데 와인 한 잔과 함께 하면 더욱 좋겠다. 족욕을 마친 뒤 포도씨 지압통에서 마지막 남은 피로를 털어낸다.

이 정도라면 한 100㎞쯤 타도 끄떡 없겠다. 부산역 출발 MTB 열차는 7일 오후 11시 30분 출발하는 철원 DMZ 무박2일 라이딩 등 5월 일정이 푸짐하다. 상품 문의 코레일 부산역 051-440-2513.

글·사진= 이재희 기자 jaehee@busan.com



코스 영동역~난계국악박물관~금강 강변도로~송호유원지~비단강숲마을~영동~와인코리아~영동역

총 이동거리 56.5㎞

총 라이딩 시간 6시간 14분

평균 속도 9㎞/h

난이도 생활

가이드 한적한 도로를 따라 충북 영동의 금강 상류와 아름다운 시골 마을을 둘러볼 수 있는 코스이다. 자전거를 갓 배운 초보자도 전체 일행과 보조만 잘 맞추면 얼마든지 코스를 소화할 수 있다. 다만, 전체 라이딩 거리가 조금 길어 막판에 지칠 수도 있다. 대부분 차량이 한적한 지방도를 이용하나, 비단강숲마을 농촌체험마을에서 영동 시내로 돌아오기 위해서는 4차선 국도를 이용한다. 갓길이 넓긴 하지만, 차량 통행을 주의해야 한다. 와인코리아에서 영동역으로 돌아오는 길은 완만한 내리막이어서 속력이 잘 나니 행인이나, 차량을 주의해야 한다.

자전거 동호인들이 에코 레일 자전거 전용 열차에 자전거를 싣고 있다.
영동역에 내린 동호인들이 출발을 기다리고 있다.
자전거 투어에 나선 동호인들이 난계국악박물관을 향해 라이딩 하고 있다.
난계국악박물관에서 편경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는 자전거 동호인들.
금강 상류의 강변로는 차량 통행이 거의 없어 자전거를 타기에 좋았다.
장거리 시골도로를 달리면 체력 소모도 심하다. 이정표를 보면서 몸을 추스려야 한다.
비단강숲마을 이장님이 마을 유래를 설명하고 있다. 다슬기와 민물고기 낚시 체험이 가능하고 민박도 한단다.
와인체험장으로 가는 오르막길에서 힘들어 하는 라이더를 도와주는 아름다운 풍경이다.
정말 개운해요! 힘든 라이딩을 마치고 와인족욕을 하며 피로를 푸는 동호인들.
귀가하기 위해 영동 와인코리아를 떠나 영동역으로 향하는 동호인들. 족욕을 마쳐서인지 패달링이 한결 가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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