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 썰물] '영화의 전성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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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대에 들어선 영화의전당은 한국영화사의 기념비적인 건축물로 평가된다. 그런데 영화의전당에서 최초로 상영된 영화와 날짜를 아는 사람은 얼마 되지 않을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지난 9월 30일 영화의전당 내 시네마테크관에서 상영된 김사겸 감독의 '창수의 전성시대'다.

김 감독은 1971년 '그대 가슴에 다시 한 번'으로 처음 메가폰을 잡았다. 서울 을지로 파라마운트에서 개봉했으나 2천135명이란 관객수가 보여주듯 흥행에서 참패를 겪었다. 그러다 1975년 국도극장에서 '창수의 전성시대'를 올렸지만 3만 171명의 관객수를 기록한 것으로 만족해야 했던 인기 없는(?) 감독이기도 하다. 당초 '속 영자의 전성시대'로 타이틀이 정해졌으나 '영자'라는 제목 사용료 시비가 일어나 '창수'로 바뀌었다. 흥행에서 깨진 '창수'는 김 감독을 처가가 있는 부산으로 내려보냈다.

부산에 변변한 영화인이라고 내세울 수 있는 사람도 없던 시절이다. 그런 속에서도 그는 지난 30여 년 동안 일간지·잡지·학회지 등에 영상예술을 글로 표현하는, 당시로서는 이름도 생소했던 영화평론가로 활동을 계속해왔다. 충무로는 그를 외면했지만 그는 영화를 버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영화인으로서의 열정 때문일까. 이용관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이 개인적으로 돈을 대 최근 김 감독의 저서 '영화가 내게로 왔다'를 출판했다. 여기다 출판기념회를 겸해 '창수'까지 불러낸 것이다. 김 감독의 말마따나 이 위원장이 영화계 선배 대접한다고 벌인 일이란다. 요즘 같은 세상에 보기 드문 '선배 예우'다.

10일부터 영화의전당에서 개관 기념 영화제가 열린다. 올 연말까지 8개 섹션에 222편의 기념작이 상영될 예정이다. 전문가들이 고르고 고른 수작(秀作)들의 잔치다. 영화제의 함의(含意)대로 '영화의 전성시대'는 다시 오는가. 박진수 논설위원 jspar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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