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살며] 친언니를 만나니 눈물이 왈칵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한국계 해외 입양인들에게 태어난 나라인 한국은 모국(母國)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생후 6개월에 미국으로 입양된 필자 또한 미국인으로 국적이 바뀌었지만 한국에 대한 호기심과 그리움은 해를 거듭할수록 더해 갔다.

그런 와중에 해외입양인을 위한 모국 체험 프로그램을 인제대에서 시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한국인 룸메이트와 학교 기숙사에서 생활하며 한국어와 문화, 역사를 배우는 이 프로그램은 한국이 어떠한 나라인지 알기에 충분한 듯 보였다.

실제로 이 프로그램은 내 인생의 많은 부분을 바꾸어 놓았다. 가장 큰 변화는 27년 만에 친부모를 찾게 된 일이다. 부모님을 만나기 전 가족사진을 봤을 때 그것은 단순한 종이 한 장에 불과했다. 하지만 두 달 전 친언니네 식구를 직접 만나니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지금은 친언니네 식구들과 함께 거주하며 늦게나마 한국 가족의 사랑을 느끼고 있는 중이다.

내가 생각하는 한국은 정으로 똘똘 뭉쳐졌다. 사랑(love)도 우정(friendship)도 아닌 정은 한국 특유의 문화이자 강점이다. 우선 한국 사람들은 작은 음식 하나라도 나눠 먹는다. 내가 처음 기숙사에 입주하던 날 내 룸메이트가 첫 만남을 자축하며 큰 아이스크림을 사서 함께 나눠 먹은 기억이 있다. 미국에서는 실로 보기 드문 광경이다.

인제대에 머무르는 동안 호스트패밀리였던 제미경 교수님 또한 나의 엄마 같았다. 가끔 교수님 댁에 초대받은 날이면 정말 이른 아침부터 잠자리에 들기 전까지 음식과의 전쟁(?)을 벌여야 했다. 매 끼니는 물론이고 떡과 과일을 끊임없이 먹었던 기억이 새롭다. 교수님으로부터 가장 많이 들었던 말도 "많이 먹어"였다.

아직 한국어가 서툴어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다. 하지만 언어가 아닌 '마음'으로 한국 정서를 느끼고 있어 큰 불편은 없다. 그런 한국 정서가 고맙고 그런 문화가 자랑스럽다. 메간 카라페자(미국인)·인제대 국제인력지원연구소 프로그램 참가자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