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살며] 처음 보는 사람도 이웃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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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때 한국 드라마를 즐겨 보았다. 그 전까지 외국 문화에 대해 관심을 가져본 적이 없었다. 그러나 한국 드라마는 예외였다. 전반적으로 일본과 비슷한데도 무엇인가 다른 내용이 특별한 느낌을 안겨 주었다. 그 드라마를 보면서 한국 연예인, 한국 문화, 한국 음식이 좋아졌고 그러다 몇 차례 한국을 여행하기도 했다.

처음 한국에 여행 왔을 때는 마치 드라마 속에 들어온 것 같았다. 여기저기에서 들리는 한국어가 바로 그런 느낌의 진원지였다. 처음 경험하는 것도 많았다. 이른바 문화 차이였다. 도로가 일본과 반대였고, 자동차 핸들도 거꾸로였다. 고기나 냉면을 자를 때 가위를 쓰는 것, 반찬이 공짜로 나오는 것, 길에서 야채를 파는 할머니, 은색 그릇이나 젓가락 등도 다 신기한 풍경으로 다가왔다.

여행은 이후에도 계속됐다. 그러나 뭔가 아쉽다는 생각이 마음 한 구석에 자리잡고 있었다. 그것은 한국어를 할 줄 모른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그래, 한국어를 배우자. 유학은 그렇게 시작됐다. 일본에서 다니던 대학을 잠시 휴학하고 지난해 동서대에 들어왔다.

그동안 몇 차례 여행을 통해 한국 문화는 어느 정도 익숙했다. 따라서 학교 생활도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 1년 동안 가장 많이 만난 사람이 한국인이었다는 사실은 내게 분명히 아주 특별한 경험이었다. 한국에 살면 한국인과 친분도 쌓아야 했다. 택시운전기사, 식당의 이모, 옷가게 점원, 심지어 길을 묻는 사람도 그 범주에 들었다. 이들은 잘 사귀기만 하면 언제든지 훌륭한 이웃이 될 수 있었다.

한국인은 친구들과의 전화 연락도 잦았다. 전화로 심각한 이야기를 나누는 경우도 종종 목격했다. 일본인은 사생활 보호를 위해 아무리 친한 친구라도 깊은 이야기를 나누는 경우는 거의 없다. 하지만 이런 인간관계가 기쁘고, 따뜻하고, 고마웠다. 그것이 한국인의 정이리라.

오츠카 카오루코(일본인)·동서대 일본어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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