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 썰물] 아마추어의 반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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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이나 스포츠, 기술 따위를 취미로 삼아 즐겨 하는 사람을 일러 아마추어라 한다. 라틴어 아마토르(amator, 사랑하는 것)에서 나온 말이고 보면 애호가로 새기는 것이 적확하겠지만 현실에서는 '직업적인' 프로와 비교해 아마는 비전문가쯤으로 격하되기 일쑤다. "왜 이래, 아마추어같이"라는 유행어가 그래서 회자되기도 한다. 

뭔가 덜떨어진 듯한 이미지를 갖고 있는 아마추어들의 반란이 이웃 일본에서 이즈음의 벚꽃처럼 만개하고 있어 화제다. 국내에서는 다큐멘터리 '아마추어의 반란'과 책 '가난뱅이의 역습' '가난뱅이 난장쇼'의 번역 출간으로 이미 화제를 모았는데, 일본 도쿄 고엔지(高円寺) 인근에 위치한 리사이클 숍, 전파상, 헌 옷 집, 카페, 술집 등 '아마추어의 반란'이라는 똑같은 상호를 가진 재활용 가게들이 그 중심에 있다.

기존 권위에 도전하는 아마추어들의 반란은 때론 허를 찌르고 때론 무모하기 짝이 없다. '3명 집회'(집회신고를 한 뒤 단 3명만 나가서 진압하러 온 경찰들 골탕 먹이기) '집세를 무료로 해라, 집회' 'PSE법(구형 전자기기를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일본법) 반대 집회' '길목 좋은 곳을 데모 장소로 점거하기 위해 선거에 출마하기' 등을 통해 '만국의 가난뱅이여 단결하라' '가난뱅이를 등쳐 먹는 자본주의에 맞서자'는 전략을 공공연하게 내세우고 있는 것이다.

10일 도쿄 고엔지 중앙공원에서 '아마추어의 반란'이 트위터 등을 통해 주최한 원전 반대 집회에 1만 5천여 명의 시민들이 운집해 일본의 새로운 사회현상으로 부상했다. "원전은 안전하며 친환경적이다"는 정부와 발전소에 맞서 "후쿠시마 사고를 부른 원전을 폐기하라"는 아마추어들의 반란인 것이다. 전문성을 방패 삼아 일반인들의 접근을 완강하게 가로막았던 '원자력 발전' '가정상비약 약국 외 판매 금지'…. 아마추어들의 반란은 이제 이미 시작된 것이다. 임성원·독자여론팀장 forest@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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