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국민보호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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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것은 국가의 당연한 의무다. 그런데 국가가 되레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위협한다면? 그런 국가에 미치는 국민의 통제가 사실상 불능의 상태라면? 이제는 국제사회가 나서 핍박 받는 국민을 보호해야 한다?

국민과 국가의 관계에 대한 당연한 명제가 헝클어지면서 꼬리에 꼬리를 무는 '국민 보호' 논란이 국제사회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미국 영국 프랑스 등 서방 연합군이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의 위협으로부터 반정부군에 선 국민들을 보호하겠다며 지난 19일부터 공습을 감행하면서 내세운 '국민보호책임(Responsibility to protect, r2p)'이라는 명분이 논란의 핵이다. 

'국민보호책임'은 한 국가가 자국민을 상대로 집단 학살, 전쟁 범죄, 인종 청소, 인권 유린 등 반인륜적, 반인도적 범죄를 자행했을 때 국제사회가 개입해 이를 억제하고 해당국 국민을 보호할 공동책임을 지고 있다는 개념이다. 지난 2005년 9월 제6차 유엔총회에서 열린 191개국 정상회의에서 만장일치로 채택되었지만 독립국에 대한 주권 침해 소지가 있어 사실상 유명무실했다가 이번 리비아 사태에 대한 유엔 안보리 결의 1973호에서 처음으로 적용됐다.

'국민보호책임'을 명분으로 내세운 서방 다국적군의 리비아 군사 도발에 대한 국제사회 배심원단(?)의 평가는 어떨까. 중국 러시아 인도 터키 베트남 체코 베네수엘라 볼리비아 등을 비롯하여 22개 국가로 구성된 아랍연맹(AL)에 이르기까지 주권 침해라는 반대의 목소리가 높다.

국제사회의 융단폭격을 각오해야만 할 인권 유린의 경계는 어디까지?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누릴 수 있는 최소한의 국가 주권은? 논란의 '국민보호책임'을 보호할 책임이 국제사회에 다시 요구되고 있는 형국이다. 임성원 독자여론팀장 forest@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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