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난개발도시에서 환경도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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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승국 자연과사람들 대표 인제대 생명공학부 겸임교수

지난 크리스마스 이브 무렵, 김해와 관련된 기사가 여러 신문에 실렸다. '경사도 11도 제한', '난개발 급제동', '명품도시 기틀 마련'등의 제하 기사들이었다. 순간 "진짜?!"라는 의구심과 놀라움의 탄성이 터져 나왔다.

지금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의아해 하시는 분들이 많을 것으로 생각된다. 지난달 22일 '난개발 방지 도시계획조례 개정안'이 김해시의회에서 통과된 이야기이다. 현재까지는 김해시에서 경사도 25도 이하이면 산에 공장을 건립해도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이번 개정된 조례는 산의 경사도 11도 이상에서는 공장을 건립할 수 없다는 것이다. 사실 경사도 25도 이하이면 김해의 일부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산이 포함된다. 이를 11도로 낮춘 것은 김해의 거의 모든 산을 보호하고 난개발을 막겠다는 엄청난 일이다.

생태학을 전공한 본인은 20여 년 전 김해와 인연을 맺어 터를 잡고 김해의 산하 곳곳을 돌아다니며 자연과 환경에 대한 조사와 연구를 해 오고 있다. 10여 년 전부터는 아이들과 자연과 함께하는 일도 같이 해 오고 있다. 20여 년 전 그때부터 김해의 산하는 개발의 이름으로 초록빛의 자연이 회색의 도시로 변해 버렸다. 김해의 곳곳에 공장들로 들어차기 시작했고, 6천 개나 되는 공장들이 이미 시골의 마을 곳곳 산꼭대기들을 점령하였다.그래서 오래 전부터 김해의 자연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주요 자연 지역들을 보존 등급별로 나누고 생태계보전구역, 경관보전구역 등을 조례로 지정해 난개발로부터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후 여러 번의 노력에도 이러한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조례안은 나의 주장보다 더 획기적인 난개발 방지책이다. 사실 시에서 이런 결단을 내렸다니 믿지 못할 정도였다. 시의 정책 우선 순위에서 자연환경은 언제나 개발의 논리에 밀려왔던 것이 사실이며, 지금 김해의 모습이 바로 그 결과물이다. 이런 현실에서 자연을 보호하고 난개발을 막기 위한 정책은 매우 놀라운 사건이었다.

나는 이번 조례안을 매우 반긴다. 개발중심주의 탓에 난개발의 대표 도시가 된 김해가 자연을 보호하기 위한 가장 획기적인 조례안을 협의로써 통과시킨 이번 사례가 한 순간만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 확신한다. 물론 이러한 조례의 결정만으로 김해의 자연이 되살아나고 환경이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난개발을 막고 자연을 보존하기 위해 생태계보존구역 및 등급 선정, 생태축 연결, 비오톱 조성, 산지 보존 및 복원, 대체 산업단지 조성, 하천 복원 계획 등 앞으로 고민해야 할 일들이 매우 많다. 이제 시작이다. 이후 여러 사람들의 고민을 통해 이러한 결정이 올바른 실행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지금 대부분의 지자체는 개발과 보존의 갈등에 직면해 있다. 정부의 환경보호정책은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이다. 하지만 현재의 지자체는 '이 최소한만 지키면 된다'라는 식의 환경정책을 펴고 있다. 지금도 개발을 위해 여러 가지 기준을 완화하고 있는 지자체가 많다. 이제는 지자체들도 정부 중심적 환경정책을 벗어나 스스로의 환경보전에 대한 역할을 해야 할 때이다. 그 지역의 자연과 환경은 그 지역의 사람들이 가장 잘 알고 있다. 또한 무엇을 보호해야만 하는가도 그 지역의 지역민이 판단해야할 일이다.

이제 많은 이들이 김해시의 결정을 보았다. 그리고 그 이후를 지켜볼 것이다. 이런 김해시의 노력과 결정이 기폭제가 되어 우리나라의 모든 지자체들이 우리의 자연과 환경에 대해 깊이 고민해 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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