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세평] 99냥의 수수께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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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록 로이 부산외대 인도어과

벌써 한 해를 마무리할 때가 왔다. 매년 그래왔듯이 힘들었던 한 해를 빨리 보내고 희망찬 새해를 기대하며 소주잔을 기울이는 모임이 여기저기서 열리고 있다. 올 한 해 미래를 걱정하고 있는 미국이나 유럽의 상황과는 달리, 다행히 아시아는 경제 위기를 보다 쉽게 해소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아시아의 성공 뒤에는 자유시장 원리보다 조심스러운 규제가 있어 왔다고 경제학자들은 말한다. 9%가 넘는 경제 성장률을 과시하는 중국과 인도를 보면 이 같은 사실이 입증되는 듯하다.

인도·중국 경제 9% 놀라운 성장

전 세상을 움직이는 힘은 결국 시장에서 나온다. 시장 규모와 잠재력 때문인지 지난 6개월 동안 영국, 독일, 미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 등의 정상들이 너도 나도 앞다투어 인도의 수도 뉴델리를 방문한 것을 보면 이러한 사실을 알 수 있다. 한국의 이명박 대통령도 올해 일찍이 뉴델리를 다녀왔다. 무역, 시설투자, 에너지 공급, 핵기술을 포함한 과학연구 등에 관련된 많은 협정들을 보더라도 세계가 인도의 미래를 아주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또 전과는 달리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포함한 많은 세계 지도자들이 인도에 유엔 안보리의 자리를 약속하기도 했다.

그러나 인도에 대한 긍정적인 부분도 있는 반면 문제점도 제시되고 있다. 그 문제는 바로 빈부격차이다. 얼마 전 인도의 큰 정보통신 회사의 광고가 인기를 끌었다. 이 광고에서 평범한 한 주부는 시장에 가서 여러 가게를 돌아다니며 "감자는 얼마예요?" "양파는 얼마예요?" 등의 똑같은 질문을 했다. 그러자 상인들도 반복하며 가격을 알려 주었다. 하지만 흥미로운 것은 그녀가 그렇게 묻고 다녀도 그녀의 장바구니는 비어 있었다는 것이다.

인도의 경제를 만들어가는 훌륭한 학자이며 총리인 맘모한 싱은 "시장경제는 좋다. 그러나 이는 시장에 참여한 사람에게만 해당되는 말이다. 아직 시장 근처에도 가지 못한 사람들이 더 많다"고 말했다. 분명 아직 시장에 발을 들여놓지 못한 인도 인구가 많아서 그렇게 말한 듯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은 온 나라가 부자가 되고 있다고 흥분하며 누구나 나라 발전에 한몫을 할 수 있다는 꿈을 꾸고 있다.

반면 정치 지도자들의 생각은 다르다. 빨리 양파값을 내리지 못하면 수많은 투표권자의 분노를 면치 못할 것이라는 두려움에 안절부절못하고 있다. 전에도 양파값으로 인해 정권이 바뀐 적이 있다.

경제 성장의 속도가 높다고 해서 인도 시민들이 곧바로 혜택을 볼 수 있을까? 희망 하나만 가지고 행복한 내년을 기대해도 될까? 인도의 이런 현상을 '구십구의 쩌꺼르(딜레마)'라고 한다. 옛날에 잠을 못 자는 왕이 있었다. 그래서 왕의 이발사는 왕이 잠을 잘 수 있도록 매일 마사지를 해 주었다고 한다. 하지만 마사지를 하는 도중에도 편안히 잠을 잘 수 있는 이발사의 모습을 보고 왕은 부러운 마음이 들기도 하고 또 질투가 나기도 했다. 결국 궁금함을 참을 수가 없던 왕은 신하에게 답답한 마음을 털어 놓았다. "어떻게 사람이 마사지를 하며 잠을 잘 수 있느냐?" 그러자 신하는 웃고 말았다. 다음날 이발사의 마사지는 엉망이었고 그의 눈은 잠을 잊은 듯한 모습이었다.

지나치게 성장 집착하면 행복은 멀어져

왕이 이발사에게 무슨 일이 있느냐고 묻자, 이발사는 "간밤에 누군가가 제 집 창문으로 99냥의 동전을 넣은 주머니를 던지고 가 버려 그때부터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고 했다. "왜 하필이면 100냥이 아니고 99냥일까? 혹시 돈을 준 사람이 잘못 세고 주머니에 넣은 것은 아닐까?" 하고 생각하며 불행해지는 이발사를 보고 왕은 똑똑한 신하의 지혜에 탄복했다고 한다.

받은 99냥의 돈보다 못 받았다고 생각하는 한 냥이 수억 사람들의 생각을 좌우한다면, 한순간에 그들의 행복은 사라질지도 모른다. 부자 나라 미국에서도 금융위기 때 그 모습을 볼 수 있었듯이 누군가는 이 경쟁시대에 99냥의 수수께끼를 빨리 풀어야 한다. 알록 로이 부산외대 인도어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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