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세평] 한국어 세계화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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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록 로이 부산외대 교수·인도어과

한국어를 배우려는 외국인들이 쇄도하고 있다. 한국어의 확산은 한국인에겐 자랑스러운 일이다. 자국의 글자가 없는 나라들이 한글을 쓸 수 있도록 하자는 주장도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언어를 마케팅하는 것은 경제강국으로서의 브랜드 이미지를 키울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라 한국어 마케팅은 한국어 자격 검증기관들이나 한국어 교사 교육 과정이 있는 대학들에도 짭짤한 수입을 가져다 준다. 한국에 체류하기를 원하는 외국인 유학생이나 근로자, 혹은 한국 국적을 취득하려는 외국인들에게 있어서 한국어 자격증은 선택이 아닌 필수조건이 되었다.

한국어 학습 열풍 속 중도 포기자 적지 않아

2010년 베트남에서 한국어 능력시험을 본 사람들의 수는 거의 3만 명에 이르고 있다고 한다. 이 숫자가 4년 전보다 5배나 늘어난 수치라는 것만 보아도 외국인들이 얼마나 한국어 능력 향상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지 알 수 있다.

30년 전 외국인들에게 있어서 한국어는 너무 생소한 것이었다. 그 당시 외국인들에게 한국 문화를 배우는 데 있어 한국어를 배울 필요성은 그리 절박하게 다가오지 않았다. 한국학도 대개 한국 학자들에게만 국한된 학문이었기에 외국인 학자들은 외국어 사용이 능숙한 사람들을 통해서만 한국학을 접할 수 있었다. 그 당시의 한국어 학습자들을 꼽자면 몇 명의 헌신적인 선교사, 한국 정부 장학금이나 보조를 받던 소수의 학자들, 그리고 일부 외교관들뿐이라고 할 수 있었다.

이제는 한국어를 공부하려는 외국인이 급증하고 있는 만큼 학습자 중심의 차별화된 학습 방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우선 학습자들에 대해서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배움의 목적은 무엇인가? 사회·문화적 신분은 무엇이고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배우는데 있어서 그것이 얼마나 도움이 되는가? 그리고 그들에게 정식, 혹은 약식 교육의 기회를 어떻게 마련하면 좋을까?

먼 곳에서 한국까지 온 학생들이 학업을 중도 포기하게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아마도 가장 큰 원인은 학습자의 배움을 돕는 친근한 학습 분위기가 아직까지 잘 형성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언어를 가르치는 데 있어서 구조적·음운학적 접근은 시험 보는 데 중요할지 모른다. 하지만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학습자의 성취감 중심의 사회·인류학적인 접근이 더 필요하다. 사람은 자존심을 먹고 사는 존재이다. 주변 환경이 그들의 노고를 인정하고 삶의 생기를 가져다 주며 더 나은 미래를 약속한다면 배우려는 사람들도 저절로 신이 날 것이다.

한국어가 세계 곳곳으로 많이 퍼져 나간다고 해서 마냥 좋아할 일은 아니다. 마치 집집마다 피아노가 있다고 해서 훌륭한 피아니스트와 음악 애호가가 생겨나는 것은 아닌 것처럼, 한국어 교육시설이 많아지고 이곳에서 교육을 받는 사람들이 많다고 해서 학습자들 모두가 한국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는 실력을 갖추게 되는 것은 아니다. 문화의 교류는 일방통행이 되어서는 안 된다. 무언가 주는 것이 있으면 받는 것도 있어야 한다. 장기적인 면에서 볼 때 언어 마케팅 전략만으로 만들어진 유행은 오래 갈 수 없다. 언어 마케팅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학습자 중심의 후속 조치가 뒤따라야 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열린 사회와 내실 있는 교육제도 선행돼야

언어는 오랜 세월과 문화 전통에서 자라나는 꽃이다. 한국어와 한국문화의 세계화를 위해서는 우선 한국사회가 열려 있어야 한다. 역사를 거슬러 보면 한때 프랑스어와 프랑스 문화는 엘리트들의 전유물이었다. 영국에서도 프랑스어를 모르면 엘리트 대우를 받기 어려웠다. 그러나 이제 영어는 세계적인 언어가 되고 영어 사용 지역도 어느 한곳에 제한되어 있지 않다. 영어는 외국어가 아니고 그 사용자의 인격 수준을 나타내는 척도까지 되어 버린 셈이다. 영어 마케팅이 세계적인 성공을 거둔 것은 열린 체계 속에 성장했기 때문에 어느새 많은 지식과 정보를 주고받는 훌륭한 매체가 된 때문이 아닐까 싶다.

한국어와 한국문화의 세계화를 위해서도 열린 마음, 열린 사회와 내실 있는 교육제도의 다양화가 필요할 듯하다. 알록 로이 부산외대 교수·인도어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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