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부산국제영화제와 태국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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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구 부산외대 태국어과 교수

오는 10일 부산국제영화제 기간 중 태국의 밤 행사가 개최된다. 이 행사는 태국의 영화산업을 전폭적으로 후원하고 있는 푸미폰 국왕의 장녀 우본랏따나 랏차깐야 공주가 주관해 태국영화 산업을 홍보할 목적으로 개최된다.

널리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지만 태국은 아시아권에서 손꼽히는 영화산업 국가다. 우리나라에 많이 수입되는 아시아 영화 중 태국영화는 중국, 일본, 홍콩에 이어서 네 번째 순위를 차지하며 동남아 국가 중에서는 수위를 차지하고 있다.

국내에서 최초로 관심을 끈 태국영화는 2001년 부산국제영화제 폐막작으로 상영된 '수리요타이'다. 이후 널리 알려진 작품은 '옹박' 시리즈로 '옹박-무에타이의 후예'(2003), 속편인 '옹박 2' 는 '옹박-더 레전드'(2009)란 제목으로 개봉되었다.

태국은 영화산업 육성에 큰 관심을 갖고 있으며 일정한 경쟁력도 갖고 있다. 우리나라도 받은 적 없는 프랑스 칸영화제 최고의 영예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데서도 경쟁력은 입증되고 있다. 최근 국내 개봉작인 아피찻퐁 위라세타쿤 감독의 영화 '엉클 분미'가 그 수상작이다.

태국 영화가 경쟁력을 갖게 된 요인은 1990년대 중반 이후 영화 중흥기를 맞이한 데서 찾아 볼 수 있다. 한동안 침체기에 빠졌었던 태국영화 산업은 논지 니미부트르 감독의 '댕 버럴리와 일당들'(1997)을 시작으로 전반적인 변화가 모색되었고 다양한 영화 장르가 개척되었으며 해외 수출도 본격적으로 이루어졌다.

태국 영화의 흥행성은 또 다른 경쟁력의 주요 요인이 된다. 우리나라에서 유행하고 있는 태국영화의 장르는 대개 액션과 호러물이다. 액션물의 대표주자 '옹박' 시리즈는 기존의 액션 영화가 보여준 컴퓨터그래픽(CG)과 와이어를 쓰지 않은 100% 리얼 액션이란 새로운 장르를 개척해 큰 인기를 끌었다. 호러물은 가장 널리 알려진 영화장르이다.

근래 들어 태국 영화는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 가고 있는 중이다. 한국을 배경으로 하는 제작 방식의 변화가 그것인데 비근한 예는 '우연'(As it happens, 2009)과 '꾸원 믄 호'(헬로 스트레인저, 2010)에서 찾아 볼 수 있다. 이 중 '꾸원 믄 호'는 한·태교류센터(KTCC)가 한국제작의 전 과정을 담당하고 서울시의 행정 및 재정지원을 받아 제작되었는데 거의 전 과정을 한국에서 촬영했으며 지금까지 관객 수 140만 명을 상회하고 있다. 태국 전역의 스크린 수가 한국의 30% 정도라는 것을 감안하면 그 위력을 짐작 할 수 있다.

'우연'과 '꾸원 믄 호'는 단순히 영화 자체로서의 의미뿐 아니라 태국인들의 한국 관광에도 크게 기여함으로써 한·태 양국 간 상호이익을 창출해 내고 있다. 현재 한류가 보편적인 사회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는 태국에서 한국을 배경으로 한 태국 영화도 한류에 편승해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셈이다.

우리도 이런 추세에 따라 부산시 차원에서 태국과의 공동 영화제작에 적극적인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이번 부산국제영화제가 그 계기가 돼 부산과 태국과의 영화와 문화인 교류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부산을 배경으로 한 태국 영화를 제작해 양국 문화교류의 또 다른 새로운 장이 열렸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것은 관광산업으로 이어질 수 있는 파급력도 갖게 돼 부산경제에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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