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칼럼] '줄자' 외길로 세계 정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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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헌 ㈜코메론 대표이사

산을 오르거나 길을 걷다가 우리는 목적지가 얼마나 남았는지 지나가는 사람에게 묻곤 한다. 그럴 때면 대개 "조금만 가면 된다" "거의 다 왔다" "아직 한참 더 가야 된다" 같은 답변이 돌아온다. 물음에 대한 명확한 답, 수치에 대한 개념이 약하다. 예로부터 '대강대강, 대충대충, 어림잡아' 등의 표현이 일상화되다 보니 눈금이 새겨진 줄자보다는 끈이나 적당한 도구로 길이를 재는 데 익숙하다. 요즘은 많이 변하고 있긴 하지만 우리의 측량 문화가 이러했다.

선진국은 가정에서 줄자 사용 일상화

선진국에서는 줄자가 일과 생활에 밀착돼 있다. 한국도 산업현장, 공업용, 스포츠 등 전문분야에서는 줄자를 사용하지만 선진국에서는 전문가들보다 일반 가정에서 줄자를 훨씬 더 많이 사용한다. 주택환경과 그에 따른 생활 양식 탓에 한국에서 DIY(Do It Yourself)가 발달하지 못한 게 아닌가 싶다.

그래서 코메론은 설립 초기부터 수출에 사활을 걸었다. 줄자 한 품목으로 80개 넘는 국가에 거래처를 구축했고 미국 유럽 중국에 현지법인을 설립하여 글로벌 경영체제를 가동하고 있다. 무엇보다 '대강대강'의 정서와 DIY 문화가 발달하지 못한 한국에 세계 2위의 줄자 회사가 있다는 것에 우리는 자긍심을 갖는다. 그것도 자체 브랜드로!

40여 년간 축적된 기술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국내외 특허와 실용신안권의 출원 및 등록건수가 200여 건에 달하고, 국내의 KS마크는 물론 까다롭기로 유명한 일본의 JIS규격, EC(유럽공동체)의 통합규격과 ISO9001(품질경영시스템) 인증까지 획득하여 품질 신뢰성을 대내외적으로 인정 받고 있다. 특히 1985년 유리섬유 성형테이프 압출기술을 개발해 섬유제 줄자의 인장 강도를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 올렸으며, 세계 최초로 녹슬지 않는 스테인리스 줄자도 개발해 시판 중이다. 기존 줄자의 눈금 표면보다 10배나 강한 내마모성을 가지는 특수나일론 코팅 줄자, 세계 최초로 자석을 응용하여 혼자서도 파이프 배관 등 철 구조물에서 편리하게 작업할 수 있는 자석 줄자 등 신제품을 지속적으로 선보여 세계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보수성이 강한 공구산업에도 디자인이 새로운 수요를 창출할 수 있다." 코메론은 이런 판단으로 지난 1990년대 초부터 디자인 경영을 도입, 산업자원부 품질인증마크(GD마크)를 20여 회 받았으며, 2001년부터 공구부문에서 국내외 디자인상을 잇따라 수상했다. 2007년 6월 중소기업으로서는 드물게 사내에 '디자인경영연구센터'를 설립했다.

올해 코메론은 창사 이래 최고의 수익을 올릴 것으로 기대된다. 혁신적인 제품 디자인은 기본이며 기능적인 면에서도 특허로 뭉쳐 있다. '40년 집중'이 차별화를 낳고 혁신으로 연결되는 주원동력이다. 이것이 작지만 강한 중소기업 코메론의 핵심역량이다. 세계시장에는 150년 이상 된 줄자 제조회사들이 많다. 감히 자신하건대 혁신적 기능과 디자인만큼은 코메론이 세계 선두이며, 현재는 그들이 우리를 모방하는 상황이라고 말할 수 있다.

디자인 경영 성과, 종합공구 브랜드로

기업은 오래오래 살아남아야 한다. 기업이 흔들리지 않고 건강하게 살아남으려면 어느 분야에서건 최고 전문기업이라는 인정을 받아야 하며 그것을 위해 기업의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그리고 평소 정직하고 투명한 경영을 통해 예상치 못한 위기 요소들을 없애야 한다.

1963년 회사가 설립된 이후 코메론이 생산한 1m에서부터 100m까지의 다양한 줄자 제품들을 모두 연결할 경우 지구 둘레를 30바퀴도 넘게 감을 수 있는 양이 된다. 그야말로 장인정신으로 한 우물만 파왔다.

이제 코메론은 자체 브랜드와 그동안 구축해 놓은 80여 개국의 네트워크를 통한 영업력을 바탕으로 줄자와 함께 사용되고 있는 측정공구, 작업공구로 아이템을 확대하여 세계적인 종합공구 브랜드로 거듭나기 위해 오늘도 한걸음씩 힘차게 내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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