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원더우맘'의 'TGIF' 따라잡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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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영 멀티뉴스팀장

'원더우맘'은 무엇이며, 'TGIF'는 또 뭐란 말인가. 서울의 한 화랑에서 열고 있는 전시회에서 무한한 능력을 과시하는, 대한민국 아줌마를 일컫는 의미로 전웅이라는 작가가 제시한 '원더우맘'(원더우먼+엄마). 원더우맘은 다부진 팔뚝과 육체파적인 각선미를 자랑하는 동시에 현대를 살아가는 '어머니'를 상징한다는데, 'TGIF(트위터, 구글, 아이폰, 페이스북)'로 불리는 새로운 모바일 인터넷 시대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적어도 원더우맘 같은 존재가 되어야 한다고 강박하는 건 아닌가 싶어 어울리지 않게 둘을 연관짓게 되었다.

아닌 게 아니라 최근 1년의 디지털 생태계는 과거 10년과 맞바꿀 만큼 큰 변화를 보여주고 있고, 일과 삶 자체를 송두리째 바꿔놓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 보니 '한 시대의 유행은 바로 문화'라는 말이 요즘처럼 절절이 다가온 적도 없었던 것 같다.

공교롭게도 올 초 멀티뉴스팀으로 자리이동을 하면서 개인적으로도 새롭게 시작한 두 가지가 있었는데, 트위터와 페이스북으로 대표되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세계 입문과, 주말농장 생명텃밭을 가꾸는 '도시농부(City Farmer)'의 삶이다.

지금이 8월이니 최소한 6개월 이상의 시간을 투자한 그 둘은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내게 적잖은 기쁨과 두려움을 동시에 전해주는 것들이 되고 있다. 여기서 기쁨이라 함은 도시농업을 시작함으로써 평소에는 관심이 덜하던 생태교육, 생명교육에도 저절로 관심을 두게 된 것일 테고, 두려움은 빠르게 변화하는 디지털 생태계의 변화에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으면 정보 낙오자가 되고 말 것이라는 막연한 불안감이다.

겨우 10평 남짓의 좁은 땅에 감자, 상추, 토마토, 콩 등 대여섯 가지 농작물을 심는 도시농부의 유유자적 삶과 달리 1인 미디어, 1인 커뮤니티, 정보 공유 등을 포괄하는 개념의 SNS 진화는 개방과 공유라는 변화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또 다른 화두가 되고 있어 두려울 수도 있다. 변화가 두려운 건 아니지만 예측불허의 상황이 불안한 게다.

단적인 예로 최근 한국능률협회컨설팅(KMAC)이 전국의 25~54세 직장인 688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앞으로 가장 힘을 가질 것으로 예상되는 미디어 채널'로 응답자의 53.9%가 트위터를 꼽았다고 한다. 빠르게 변화하는 세태를 잘 반영한다는 백화점 문화센터 강좌 중에도 'TGIF 따라잡기'가 등장할 정도여서 새로운 웹 소통 트렌드가 40, 50대 고객까지 아우르는 관심사항으로 등장한 건 틀림없어 보인다.

인터넷 미디어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인 클레이 셔키 뉴욕대 교수도 "혁명이라는 것은 사회가 새로운 툴을 받아들인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 바뀐 행동을 사람들이 받아들일 때 혁명이 일어난다"면서 "인터넷이 생활적으로 다가온 게 10~15년 전이고 기술이 발전하다 보니 이제는 행동이 바뀌는 때가 왔기 때문에 혁명적이라고 할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런 위기감은 신문사마저 변하게 만들었다.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 같은 신문은 매 정각과 30분마다 온라인 신문 판갈이를 하고 있으며 마감 시간이란 개념도 따로 없다. 일단 온라인으로 기사를 선출고 하게 되면 통합뉴스룸 편집부에서 관련 데이터를 찾아 인포그래픽을 만들게 되고, 온라인 퍼블리싱을 거쳐 스마트폰으로 기사를 전송하고, 아이패드 편집을 거쳐 종이신문 발간에 이르게 되는 구조다. 이른바, 디지털 컨버전스(융복합)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하물며 변화에 무디다는 신문사도 이럴진대 일반 기업은 말할 나위도 없을 게다. 고객과 소통하지 않는 회사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건 공공연한 사실이 되었다. 선진형 사회로 진입할수록 중요성이 커진다는 소통과 융합은 당분간 우리의 과제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다만 기술의 진화가, 문화와 장소 그리고 조직의 시스템에 대한 구분이 모호해지는 단계로 우리를 끌어와 버렸다고는 해도, 기술의 힘 아래 모든 것이 동질화되는 것만큼은 피하고 싶은 게 솔직한 심정이다. 내가 가서 뽑아줄 잡초라도 있는 생명텃밭을 곁에 두고 있다는 게 지금은 큰 위안이 된다. key66@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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