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세평] 아이코 흥부 살려, 심청 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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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록로이 부산외국어대 교수 인도어과

인도에 이런 속담이 있다. '가게에 들어오는 손님과 죽음은 언제 닥치는지 알 수 없다'. 얼마 전에 일어난 묻지 마 살인과 베트남 신부의 죽음도 이 사실을 재확인시켜 주었다. 묻지 마 살인 피해자인 90세 할머니. 젊은이에게 잘 잤느냐고 말을 건넸을 때, 칼에 찔릴 짓이라고 생각이나 했을까? 베트남 신부도 한국에 와서 남편에게 맞아 죽을 것이라 꿈에라도 생각했을까? 또, 아내를 죽인 한 경찰관은 자살 시도를 왜 했을까? 원인이 어떠하든 간에 살고 죽는 것은 그들 개인의 자유선택이 되어서는 안 된다. 삶과 죽음은 그렇게 쉽게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때론, 숨을 쉬는 것이 살아 있는 것인지 아니면, 숨이 끊어지는 것이 죽음인지조차 인간에게 알 수 없는 수수께끼다.

베트남 신부의 죽음이 던진 파장 거세

한국어 배울 때가 생각이 난다. 그 당시, 전래 동화책을 읽는 것을 즐겼다. 한국어 공부가 될 뿐만 아니라 한국 사회의 가치관과 지혜를 엿볼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읽은 동화 중 지금 생각이 나는 것은 흥부와 놀부 이야기이다. 1980년대 한국사회는 흥부의 시대 같았다. 그러나 요즘은 바보 같지만 순수하고 착한 흥부의 삶보다 영리하고 계산적이며 처세에 밝은 놀부의 삶이 본보기가 된 것 같다. 길거리에도 '놀부' 간판이 가끔 보이는데, 이것은 단순히 상호인가 아니면 놀부 신드롬인가?

또 하나 자극을 받았던 동화가 있다면 효녀 심청의 이야기이다. 이상하게도 젊은 학생 시절에는 그녀의 이야기가 전혀 마음에 와 닿지 않았고 아주 어리석어 보였다. 효도 방법도 여러 가지가 있는데, 굳이 아버지를 위해 인당수에 몸을 던질 필요가 있었을까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제 어느 정도 세상을 살아 보니 심청과 같은 심정이었을 일부 외국인 신부들이 위대하게 느껴진다. 밥그릇 하나를 줄여, 남은 가족이라도 잘 먹게 해주기 위해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타국으로 시집가는 것이 얼마나 큰 모험인가! 그녀들은 그런 희생조차도 제 나름대로의 효도 방법이라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외국인 신부들의 그런 처지를 '누리는' 놀부들이 적지 않은 한국사회의 현실이 슬프다.

몇몇 유명한 인사들은 베트남 신부의 장례식을 찾아 위로금을 전달하기도 했고, 일부는 베트남 현지까지 방문했다. 법 제도를 고쳐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법에 앞서 외국인 신부를 배려할 줄 아는 흥부와 같은 착한 사람이 많아져야 한다는 것이고, 그들이 바보 취급을 받기보다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사회가 변화할 필요가 있다.

통계상으로 보면, 한국 사회에서 소외 받고 피해를 보는 외국인들이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사실에 한국사회는 여전히 무감각하고 무관심하다. 외국에서 시집 온 신부를 돈으로 사온 재물로 보는 경향을 보더라도 알 수 있다. 그뿐인가? 6·25전쟁을 겪었던 사회에서 혼혈아로 불린 아이들에 대해서 사회적 눈치는 얼마나 따가웠는가? 그들은 언제 다문화 가정이었는가? 한국말밖에 모르며 아버지를 본 적도 없고, 아버지의 나라에 가 볼 꿈도 꾸지 못하며 이 땅에 살아 남아야만 했다. 어머니의 나라에서 그들은 환영 받지 못하는 철저한 이방인이지 않았는가? 그들 중 몇 명은 피와 땀을 흘려 성공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들 마음에 새겨진 상처를 누가 치유할 수 있겠는가?

소외받는 '이방인'들에 따뜻한 시선을

이보다 더한 상황의 사람들도 있다. 베트남에 살고 있는 만 명 이상의 라이따이한이다. 그들의 삶은 한국에서 혼혈아로 불린 아이들보다 훨씬 더 비참하다. 적군의 아이들이었기 때문이다. 베트남전의 결과로 원치 않게 태어나고 원치 않게 버려져 고립되고, 사회적 소외만 있을 뿐이었다. 또 교육적 기회가 없어서 의식주 문제도 해결하지 못하는 그들은 어느새 2세대, 3세대가 되어 버렸다. 한가지 확실한 점은 그들의 아버지가 한국인이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아버지를 원망하지 않는다. 사실은, 아버지 탓이라고 생각할 여유조차 없을지도 모른다. 분명한 것은 한국 사회의 어딘가에 그들의 아버지와 사촌, 육촌 등의 가족들이 살고 있을 것이다. 죽은 베트남 신부의 혼을 기려 좀 더 따뜻하고 넓은 시선으로 주위를 뒤돌아보며, 이런 기회에 라이따이한에게도 마음을 쓰는 것이 어떠한가? 알록로이 부산외국어대 교수 인도어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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