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과 일본의 흥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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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기섭 부산외대 외교학과 교수

북한은 지난 5월 25일 제2차 핵실험 강행에 이어 지난 13일 '우라늄 농축작업 착수, 추출 플루토늄 전량 무기화, 봉쇄 시 군사적 대응'이란 위험천만한 조치를 선언했다. 그동안 6자회담의 성과와 유엔 결의를 무시한 행동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북한의 제2차 핵실험 강행에 대해 만장일치로 대북 추가제재 결의안 1874호를 채택했다. 확정된 제재결의안의 핵심은 세 가지다. 일체의 무기 수출입 금지, 인도적·비핵화 목적 이외의 모든 경제 원조와 금융 거래 금지 및 북한 의심 선박에 대한 화물 검색이 그것이다.

지난 2006년 10월 제1차 핵 실험 때의 유엔제재 1718호 결의안보다 훨씬 강화된 내용이다. 이번 유엔의 대북제재 합의에는 북한의 원조 지원국으로 알려진 중국과 러시아조차 불쾌감과 우려를 감추지 않고 동참했다.

이번 1874호 결의안은 물론이고 지난 2006년의 결의안 채택 때에도 가장 강력한 태도를 보인 나라는 다름 아닌 일본이었다. 일본은 유엔 제재 외에도 모든 대북 교역을 중단하는 등 독자적 제재 강화에 돌입할 태세다. 일본은 왜 북한 정세에 민감하고 가장 강력한 제재조치에 열을 올리는가? 거기에는 다음 몇 가지 이유가 존재한다.

무엇보다 북한의 노동 미사일이 사실상 일본 전역을 사정거리에 두게 되는 상황에서 북핵이 제조된다는 위기의식 때문이다. 북한 노동 미사일은 최대 사거리 1천300km로서 일본 주요 도시까지 날아갈 수 있다. 만약 북한이 소형 핵폭탄을 제조해 미사일에 장착할 수 있는 능력을 개발한다면 도쿄, 오사카 등이 핵위협에 그대로 노출된다. 거기다 북한은 미국의 하와이, 알래스카까지도 보낼 수도 있는 대포동 2호 미사일을 개발 중이다. 일본으로서는 자기 영토와 영해를 넘어 발사될 수 있는 핵 또는 미사일 사태에 기분 나쁘고 불안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또 일본인 납치 문제가 여전히 미해결 과제라는 점도 일본으로서는 신경이 거슬린다. 2002년 9월 고이즈미 전 총리가 북한을 방문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회담을 가졌을 때 김 위원장은 '통 크게' 일본인 납치를 인정하고 사과했다.

북·일 국교 교섭 타결과 거액의 수교 자금을 바라는 전략에서 그러한 태도를 취했겠지만 일본 사회는 북한의 마구잡이식 납치와 납치된 일본인 13인 중 40대 초중반이 됐을 8명이 죽었다는 보도에 경악했다. 북한의 납치 폭력에 언론은 자극성 보도를 계속 내보냈고 일본 정치지도자들은 국민의 불만을 북한으로 분출시킨 면이 없지 않았다. 이후 아베 내각에서 현 아소 내각에 이르기까지 대북한 강경정책은 이어져왔다.

또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이 일본사회의 보수 우경화 및 군사화를 촉진시키는 촉매제 기능을 하는 점이다. 일본 자민당정권은 동아시아에서 무섭게 부상하는 '경제·군사 강대국 중국'에 대한 전략적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1990년대 중·후반까지 자민당 정권과 보수 우익세력은 북한의 도발을 오히려 즐겼고, 이를 이용했다. 대표적으로 1998년 8월 대포동 1호 발사 사건을 이용해 미·일 동맹 강화와 보수 우경화를 촉진하는 다수의 일본 국내법이 통과됐다. 일본 우익 세력들은 어쩌면 북핵 위기를 개헌을 통한 재군비와 핵무장의 기회로 삼을지 모른다.

북한의 무모하고도 위험천만한 핵무장 도발을 바라보는 심정은 착잡하다. 북한은 물론이고 일본과 한국의 섣부른 핵무장 논의도 위험하다. 정부와 우리 국민은 북한의 핵무장을 단호히 거부하는 국제 공조 시스템 구축과 국론 통합의 예지를 모으는데 혼신의 힘을 쏟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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