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 썰물] 착시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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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여름 한낮 더위로 선글라스를 쓴 사람들의 모습을 많이 볼 수 있다. 올해는 특이한 디자인과 화려한 장식의 오버사이즈 선글라스가 유행이라고 한다. '연예인 선글라스'라 불리는 이 선글라스는 시선을 분산시켜 얼굴이 작아 보이게 한다고 해서 젊은 여성들에게 인기가 많다고 한다. 착시효과를 노린 디자인이다.

아파트 모델 하우스에 가보면 같은 면적의 일반 아파트에 비해 방과 거실이 훨씬 넓게 보인다. 그러나 이는 실제로 넓은 게 아니라 넓어 보이도록 한다는 것이다. 그 비결은 모델 하우스용 가구가 따로 있다는 사실. 시중에서 파는 침대나 소파보다 사이즈가 작은 가구를 배치함으로써 상대적으로 방과 거실을 넓어 보이게 한다. 모델하우스 체크 포인트 1호가 이런 착시현상에 속지 말라는 것이다.

경제학 용어 중에 '구성의 오류'란 게 있다. 개별적으론 합리적 판단을 해도 전체가 똑같은 선택을 하면 나쁜 결과가 초래되는 현상이다. 예컨대 극장에서 앞사람 때문에 화면이 잘 보이지 않아 한 관객이 자리에서 일어난다면 그 사람은 합리적 판단을 한 것이다. 그러나 관객 모두가 일어날 경우 아무도 영화를 볼 수 없게 된다. 일부에게 진실인 것이 전체에게도 진실일 것이라고 믿는 구성의 오류가 올바른 경제 진단을 내리는 데 방해가 된다는 것이다.(경제학의 검은 베일/토머스 소웰 저)

사상 최대의 단기성 유동자금 811조원이 시중에 떠돌고 있다고 한다. 금융위기 이후 정부가 돈을 풀고 금리를 내린 탓이다. 문제는 이 엄청난 돈이 실물경제로 흐르지 않고 주식·부동산으로 몰려드는 데 있다. 증시·부동산 시장의 이상과열 속에서 구성의 오류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실물경기가 떠받쳐 주지 못하는 지표상의 호전이 단기 거품현상을 낳을 수 있다는 것. 이 역시 착시경제를 경계하자는 얘기다. 김상식 논설위원 kisa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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