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2010년 IPCC 총회 부산 유치에 즈음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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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경자 부산대 대기환경과학과 교수

요즘 우리나라는 물론 전세계적으로 가뭄과 이상기후가 연이어 나타나는 것은 이미 특이 현상이 아니다. 이같은 현상은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 때문이라는 것을 누구나 다 안다. 기후변화 때문에 세계는 자연재해 증가는 물론이고 에너지, 물 문제에서 획기적인 반환점을 맞이하고 있다. 기후변화는 또 국가간 안보 문제에까지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기후변화의 심각성이 날로 더해지자 지난 1988년 세계기상기구(WMO)와 유엔식량프로그램(UNEP)은 기후변화의 위험성을 평가하고 이를 원만히 해결하고자 '기후변화에 대한 정부간 협의체(IPCC)'를 조직했다.

IPCC는 설립 이후 1990년대 초부터 꾸준히 기후변화에 대한 과학기술의 문제를 보고서로 만들어 발표하고 있다. 우리나라 학자는 많지 않지만 이웃 일본의 경우 많은 기후학자와 환경, 에너지 관련 과학기술자들이 보고서 작성에 참여하고 있다. 보고서는 매우 실질적이고 객관적이라고 평가받고 있으며 전 세계적으로 학자들뿐만 아니라 정부, 산업계에서도 많이 인용된다.

이 보고서들은 과학기술자, 정부관계자, 산업분야 전문가 등에게 널리 읽혔으며 2007년에는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과 함께 노벨평화상을 공동 수상하기에 이르렀다. IPCC는 상금을 저개발국의 젊은 과학자 양성에 대한 장학기금으로 내놓아 박수를 받기도 했다.

지난 달 22~24일(한국시간) 터키 안탈랴에서 열린 제30차 총회에서 오는 2010년 제32차 IPCC 총회 부산 개최가 결정됐다. 이는 오는 10월 26~29일에 열리는 제31차 인도네시아 발리 총회에서 공식 발표될 예정이다. 부산은 APEC 정상회담 이후로 APEC기후센터를 유치했다. 기후센터가 센텀시티에 웅지를 튼 시점이어서 IPCC 총회 부산 유치는 그 의미가 크다.

센텀시티가 있는 해운대 일대는 벡스코를 비롯해 APEC 나루공원과 부산을 상징하는 영상후반부작업센터, 유비쿼터스 센터, E-과학공원 등이 있다. 여기에 APEC기후센터가 결합돼 최첨단 도시 블록의 중심이 되고 있다.

첨단 과학기술의 발전은 자칫 인간으로 하여금 생명가치 존중과 자연 속 인간형, 모성애적 사랑을 잃게 할 수도 있지만 녹색성장의 근본 개념에는 자연친화를 강조하는 면이 있다고 본다. 이러한 면에서 해운대 일대는 정부가 추구하는 '녹색성장'의 상징이 될만한 맞춤도시일 것이다.

부산 총회에는 전 세계 190여개국에서 학자, 전문가 등 450명 이상이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엄청난 규모의 회의인데다 총회가 기후변화의 과학 뿐만 아니라 각 국가의 주요 정책에도 미친다는 점에서 큰 관심을 끌지 않을 수 없다. IPCC 총회 개최는 기후변화 분야에 있어서 한국의 국제적 지위를 높임은 물론 부산의 기후변화 과학기술에 대한 지도력을 확고히 할 수 있는 기회다.

부산시는 유치 단계에서, 그리고 회의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정부와 긴밀한 협조체제를 구축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부산시는 총회를 개최하면서 이 행사를 통해 어떠한 결과물을 이끌어내야 하는가를 고심해야 한다. 부산은 컨벤션 시티 이상의 녹색도시다. 녹색성장의 상징이 될 만한 해변과 항구, 녹색기술성장이 가능한 자연환경이 있는 도시다.

부산이 무엇을 어떻게 준비하면 총회에서 많은 유익함을 얻어낼 것인가? 이제 과학기술계와 산업계에서 전문가를 찾고 '2010 IPCC 부산개최 자문위원단'을 구성해 이의 준비를 서둘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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