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점령 시위' 한 달째…전 세계로 확산] '국경 넘은 대중운동' 구심점 필요한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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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 점령 시위'에 동조하는 미국 로스앤젤레스 시민들이 13일(현지시간) 뱅크오브아메리카 앞에서 'LA를 점령하라'는 플래카드를 들고 시위를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민주주의가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진정한 대중 운동이 우리 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나아가야할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를 지냈던 엘 고어 전 부통령은 지난 12일(현지시간)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미국 뉴욕의 월가 점령 시위에 대해 지지의 뜻을 밝혔다.

지난달 17일 뉴욕 주코티 공원에서 시작된 '월가 시위'가 오는 17일로 한 달을 맞으면서 미국 각 도시는 물론 전 세계로 확산되며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하지만 시위의 방향성이 불투명해 자본주의 역사의 물줄기를 바꿀 거대한 사조로 인정받기에는 시기상조라는 평가도 동시에 받고 있다.

■ 미 국민 54%,월가 시위에 호의적 반응

월가 시위는 불과 3주 만에 미국 전역으로 번져나갔다. 워싱턴DC와 시카고, 로스앤젤레스 등 주요 도시에서 동조시위가 이뤄졌으며, 대형 노조가 가세하면서 규모가 커지고 조직화되는 모습을 보였다.

시위 열기는 해외로도 번져 인접한 캐나다와 멕시코는 물론 태평양을 건너 호주·일본· 유럽 등에서도 유사시위가 벌어졌다. 15일에는 한국 등 전세계 40여개국에서 유사 시위가 열릴 예정이다.

초기에는 단순히 젊은 실직자들이 모여 불만을 터뜨리는 수준으로 평가됐으나 이후 이들의 분노는 많은 이들의 공감을 불러와 이제는 중·장년 층도 스스럼없이 참여하고 있다.

실제 시사주간 타임이 지난 9~10일 이틀간 미국 성인남녀 1천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13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월가 시위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매우 좋게 본다'가 25%, '다소 좋게 본다'가 29%로 호의적 반응이 54%에 달했다. 반면 부정적 반응은 23%에 그쳤다. '잘모른다'는 무관심층은 23%였다.

■ 구심점·방향성 없어 사회변혁 역부족

"전쟁을 끝내라", "연방준비제도를 폐쇄하라", "돈이 아닌 사람을 사랑하자", "우리는 전쟁과 인종차별, 억압이 아닌 직장과 건강보험, 교육을 원한다"….

월가 점령 시위대의 구호는 시위 한달째인 지금도 여전히 다양하다. 반전(反戰), 여권 신장, 인종차별 반대, 종교자유, 등록금 인하 등 다양한 요구사항들이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광범위한 계층으로부터 지지를 받는 데 힘을 발휘하지만, 시위의 힘을 응집시켜야 할때는 약점으로 작용한다. 이렇다할 시위 지도부가 없고 조직력도 약하다 보니 시간이 지나도 시위의 목표가 정돈되지 않아 진전을 보이지 않는 것이다.

올해 노벨평화상 공동수상자로 선정된 라이베리아 출신 평화운동가 리머 보위는지난 7일 뉴욕 컬럼비아 대학교 특강에서 "사람들이 더 이상 방관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시위는 좋은 징후지만 시위대는 이제 '월가를 점령한 이유'를 말해야 한다"고 구심점과 방향성이 없는 시위대의 현주소를 지적했다. 박찬주 기자 chanp@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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