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위기 촉발…유럽 반정부 파업 도미노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프랑스, 기업 위주 경기 부양책 반발 대규모 시위

29일 프랑스 파리에서 가두시위에 나선 시민들이 쓰레기통에 불을 지르며 사르코지 정부를 규탄하고 있다. 파리(프랑스)AFP연합뉴스

"기업에는 세금을 쏟아 부으면서 실업자를 위해서는 아무 것도 하지 않다니…."

정부의 친기업적 경기부양책이 높은 실업률과 맞물려 상승작용을 일으키며 유럽 각국에서 대규모 파업 사태가 속출하고 있다. 특히 아이슬란드 연정 붕괴를 전후로 동유럽에서 시작된 반정부 시위가 프랑스 등 서유럽으로 확산되면서 경제위기가 정권의 존립 기반까지 위협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궁지에 몰린 사르코지 정부=프랑스 8개 노조는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의 경제위기 대책에 반발해 29일 하룻동안 총파업을 벌였다.

프랑스 언론들은 전국 80여개 도시의 교통·교육·행정 등 공공 서비스 기능이 상당 부분 마비된 이날을 '검은 목요일'로 칭했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노동총동맹(CGT)은 250만명의 노동자가 참가했다고 주장했으나 정부는 108만명으로 추산했다.

노동자들은 "기업인들이 초래한 위기, 너희들이 돈을 내라" 등이 쓰인 피켓을 들고 가두행진을 벌였다. 렌에서 시위에 참가한 공장 십장 미카엘(33)씨는 "사르코지는 기업들에 돈을 쏟아 부으면서 노동자들을 위해서는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노조는 정부가 260억 유로(345억 달러)의 공적자금을 은행과 자동차업계 등에 쏟아 부었지만 정작 실업과 임금삭감으로 고통받는 노동자는 외면했다고 비난하고 있다. 프랑수아 세레크 민주노동동맹(CFDT) 위원장은 "금융위기 대처가 심각한 불공평을 안고 있다"면서 노동자들은 아무 책임도 없는 금융위기로 해고되고 있는데 정작 책임져야할 기업들에 거액의 공적 자금이 투입되는 것을 비판했다.

여론조사 결과 국민 69%가 이번 파업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나자 프랑스 언론들은 우파 사르코지 정부가 심각한 정치적 도전을 받은 것으로 평가했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다음달 노·사·정 회의를 개최하자고 제안했다.

△독일·그리스도 파업 회오리=독일 루프트한자 항공 승무원들이 28일 임금인상을 요구하며 파업을 벌였고 국영 철도회사인 도이체 반 노조도 29일 파업에 돌입했다. 그리스 농부들은 농산물 가격 폭락에 항의하며 그리스 중북부 지역의 고속도로 60곳과 불가리아, 터키, 알바니아, 마케도니아 등 4개 인접국과의 국경 도로를 11일째 트랙터로 봉쇄한 채 정부 보상책을 요구하고 있다. 그리스는 지난해 12월 한 달간 반정부 시위가 이어진데 이어 새해들어 농민시위까지 겹치면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동유럽 반정부 정서 '일촉즉발'=라트비아에서는 정부가 국제원조를 얻기위한 긴축정책의 일환으로 임금삭감을 추진하자 1만여명의 시위대가 지난 16일 의사당에 몰려가 조기선거를 요구하며 반정부 시위를 벌였다.

워싱턴포스트는 폭동 수준으로 발전한 이날 시위가 1980년대 소련의 지배에 저항한 이후 가장 큰 규모였으며, 정치체제에 대한 좌절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자원이 부족한 소규모 국가, 특히 동유럽 국가들에서 부패한 정부에 대한 불만이 경제위기와 맞물리면서 '정부 붕괴' 위협을 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라트비아의 시위는 이웃나라 리투아니아로 번져 정부의 긴축정책에 반발한 7천여명 시위대가 격렬한 시위를 벌였고 이어 불가리아와 체코, 헝가리로 확산됐다.

김승일 기자 dojune@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

    실시간 핫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