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대안공간 '반디'를 위한 오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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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베니스 아르세날레, 중국 베이징 따산즈 798예술촌, 독일 베를린 베딩….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이들은 한때 버려진 공간이었다. 한데, 이를 재활용해 새로운 문화 공간으로 탈바꿈됐고 지금은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베니스의 아르세날레는 베니스 비엔날레가 열리는 곳이다. 최근 취재차 이곳을 다녀오면서 지난달 28일 송별 모임을 마지막으로 문을 닫은 대안공간 반디가 오버랩 됐다. 송별의 시간을 함께 하지 못한 서운함이 작용했으리라.

베니스 아르세날레에서 기자는 조선소의 흔적을 간직한 채, 오래된 붉은 벽돌 사이로 비집고 나온 나무를 바라보며 부러웠다. "어떻게 버려진 공간을 이렇게 활용할 생각을 했을까?"

우리 현실은 서글펐다. 하야리아 공원 건물 철거에서 보듯, 있는 건물조차 무참히 헐어버린다. 거기에 더해 대안공간 반디 또한 목욕탕 건물이 헐리면서 문을 닫아야 한다는 현실이 가슴 아팠다.

규모에서는 아르세날레나 따산즈 798예술촌, 베딩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반디 역시 목욕탕 건물을 재활용해 부산 미술의 든든한 버팀목으로 그 자리를 지켜오지 않았던가. 지난 1999년 대안공간 섬으로 활동한 것을 제외하더라도 10여 년의 세월 동안 전시와 교육·레지던스 프로그램을 통해 작가들이 필요로 하는 전시공간과 그 가능성을 제시했다. 서울 중심 미술계에서 소외됐던 지역 작가들이 데뷔전을 치렀고, 무료 문화월간지 '비아트'를 내며 지역 미술 담론장 구실을 톡톡히 해 왔다.

하지만, 다른 전시장을 확보할 비용을 마련하지 못해 끝내 문을 닫게 된 것이다. 대안공간 반디 김성연 디렉터는 "새로운 공간 확보의 가능성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공간과 관련해 도움을 주려는 고마운 분도 계셨다. 하지만 모든 것을 새롭게 시작하기에는 시간적 경제적 여건이 점점 어려워지는 현실적인 부분이 있다. 그래서 내린 결정이다"라고 털어놓았다.

'전시장을 확보할 비용' 문제로 문을 닫을 수밖에 없는 현실이 너무도 안타깝다. 반디를 지켜내지 못한 죄책감이 엄습한다. 허물고 짓기를 수없이 반복하며, 그게 최선인 양 착각하는 시대는 언제쯤 종말을 고할까? 아르세날레에 비하면, 너무도 작은 공간이지만 이를 남겨둘 한 뼘의 여유조차 없다는 게 서글프다.

누구는 반디가 우리 곁을 잠시 떠났다고 하고, 또 누군가는 잠정 휴업 상태에 들어갔다고 한다. 기자 또한 그렇다고 믿는다. 건물이 사라진다 해서 반디의 끝은 아니기 때문이다. 반디는 부산 미술판에서 이제 겨우 노둣돌 하나를 놓았을 뿐이다. 또 다른 새로운 이행을 위한 휴식이라 믿는다.

예전에도 그랬듯이 다시 한 번 반디가 부활할 날을 기다린다. 다시 환하게 불빛을 반짝일 수 있기를 말이다. 정달식 기자 dos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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