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닮은 당신… 왠지 더 믿음직스럽다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관계의 본심 / 클리포드 나스 코리나 옌

인간은 자신을 닮은 사람을 지지하고 신뢰하는 경향을 보인다. 팀워크를 강화할 때 구성원 간에 동질감을 느끼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부산일보DB

책 제목이 재미있어 눈길이 간다. 관계의 속내를 살펴봤다는 뜻이다. 관계의 민얼굴을 드러나게 한 방법도 흥미롭다. 컴퓨터나 인공지능 센서를 이용했다. 인문·사회학적인 분석보다는 과학기술을 활용해 관계를 탐구했다. 저자는 '정밀한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서'라고 썼다. 관계 실험에는 전제조건이 필요하다. 실험자가 모든 피실험자에게 같은 태도를 보여야 한다. 매우 어려운 일이다. 실험자는 나름대로 가치관과 선입견을 품고 있다. 실험자가 피실험자의 인종이나 국적, 생김새에 따라 다르게 반응한다는 뜻이다. 이래서는 제대로 된 결과를 얻기 어렵다. 


저자가 찾은 해결책은 컴퓨터다. 컴퓨터는 쉬지 않고 같은 일을 반복한다. 피실험자의 돌발적인 행동이나 반응에도 영향을 받지 않는다. 피실험자와 컴퓨터의 27가지 상호작용 실험을 통해 저자가 밝힌 결과물이 '관계의 본심'이다.

아첨이 효과적이라는 결과는 뜻밖이다. 실험방법은 이렇다. 간단한 질문에 대해 피실험자가 답을 한다. 컴퓨터는 무조건 칭찬한다. 다만, 첫 번째 집단에는 컴퓨터가 수년간의 연구결과를 토대로 정확한 평가를 한다고 했다. 두 번째 집단에는 컴퓨터가 실제 질문내용과 관계없이 무작위로 평가한다고 했다. 결과는 어땠을까? 첫 번째 집단은 진정으로 칭찬을 받았다고 생각했다. 두 번째 집단은 컴퓨터가 아첨한다고 판단했다. 그렇다면 두 번째 집단은 컴퓨터에 강한 거부감을 드러내는 게 상식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두 번째 집단은 오히려 컴퓨터를 호의적으로 생각했다. 컴퓨터의 평가는 의미 없지만, 자신도 모르게 칭찬을 받아들였다. 책은 '아첨이 좋다 나쁘다'라는 가치 판단을 하지 않는다. 대신, 이렇게 말한다. '칭찬을 해야 하는지 판단이 서지 않더라도 칭찬을 아끼지 마라.' 대세에 지장이 없다면 말이다.

인간이 칭찬에 약한 것은 거의 모든 문화권에서 나타난다. 언어학자 로버트 슈러프와 줄리아 산체스가 원인을 밝혔다. 대다수 사람은 타인보다 자신이 더 똑똑하고 매력 있다고 생각한단다. 자신이 월등하다고 믿기 때문에 칭찬을 받는 건 당연한 일이다.

자신을 닮은 사람을 지지하고 신뢰한다는 실험결과도 눈길을 끈다. 피실험자에게 일정 과제를 수행하게 하고 평가를 한다. 컴퓨터가 영상을 통해 평가한다. 피실험자 절반은 자신의 모습이 나와서 말하는 평가를 봤고, 나머지는 인종 성별 연령이 자신과 같은 사람이 하는 평가를 봤다. 평가 내용은 같았다. 재미있는 현상이 나타났다. 피실험자는 자신의 영상이 나오는 평가를 더 객관적이라고 판단했다. 흥미로운 실험은 또 이어졌다. 잘 알려진 미국 대통령 후보 사진에 피실험자의 사진을 합성한 뒤, 후보의 지지 여부를 물었다. 피실험자는 지지 대상을 바꾸려고 하거나 특정 정당을 지지하지 않는 집단이었다. 사진은 피실험자의 97%가 합성된 것인지 모를 만큼 정교했다. 신기한 건 피실험자의 80% 이상이 자신의 얼굴이 합성된 사진의 후보를 지지하겠다고 말했다는 점이다. 동질감의 힘이다. 이는 팀워크를 강화할 때 활용하면 큰 효과를 본다. 구성원 간에 동질감을 느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라는 의미다.

'정서도 전염된다'는 저자의 말은 기억할 만하다. 기업체나 조직에서 구성원의 정서가 중요하다는 뜻이다. 정서적 전염이란 다른 사람의 말과 표정, 자세를 따라 하는 경향이다. 저자는 '신체와 감정은 연결돼 있어 행동을 따라 하면 결국 감정까지 똑같이 느끼게 된다'고 썼다. 구성원 누군가가 웃으면 자신도 행복감을 느끼는 것이다. 서로 동질감을 느낀다면 효과는 더 높아진다. 사회학자 니콜라스 크리타키스의 연구결과는 이를 뒷받침한다. 그는 '친구가 행복하면 자신이 행복해질 확률이 9%까지 높아진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누구나 타인과의 소통이 원활하기를 바란다. 서로 협력해 갈등을 극복하고 행복한 삶을 살기를 원한다. 이를 위해서는 조화로운 관계 형성이 필요하다. 책은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맺을 수 있는 팁을 선사한다. 클리포드 나스·코리나 옌 지음/방영호 옮김/푸른숲/312쪽/1만 3천 원. 김종균 기자 kjg11@busan.com

2004년 미 대통령 선거 후보였던 조지 부시 얼굴의 80%와 피실험자 얼굴 20%를 합성한 사진(위쪽에서 두 번째)과 존 케리 후보 얼굴의 60%와 피실험자 얼굴 40%를 합성한 사진(아래쪽에서 두 번째). 푸른숲 제공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