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책] 조선 여류시인 김금원의 삶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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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꿈 / 홍경의

조선 여류시인 김금원은 열네 살에 남장하고 금강산에 올랐다. 보림 제공

김금원(1817~?)이란 여인, 대단하다. 열네 살에 남자의 옷을 입고 금강산에 올랐다. 금강산을 동경한 것은 겸재 정선의 그림 때문이었다. 몇달 동안 금강산에 빠져 지냈다. 금강산 그림뿐만 아니라 유람기나 시에 이르기까지 금강산에 관한 것이면 무엇이든 읽었다. 여행을 위한 사전 지식 습득이었다.

금원은 1830년 고향 원주에서 출발해 제천 의림지와 단양 등을 거쳐 금강산에 도착했다. 단발령, 만폭동, 비로봉 같은 금강산 명소를 두루 돌아본 뒤 관동팔경을 거쳐 설악산과 서울에 이르렀다. 20년 뒤 금원은 여행 기록을 모아 한문으로 '호동서락기'를 펴냈다. 당시는 여성이 자신의 글을 책으로 내는 것이 어려운 때였다. 대자연과 세상 속에서 자아를 키운 금원은 자신의 운명을 적극적으로 개척했던 것이다.

'오래된 꿈'은 열네 살에 남장하고 홀로 금강산에 오른 조선시대 여류 시인 김금원의 이야기다. 저자는 금강산 기행문 '호동서락기'를 바탕으로 상상력을 보태 김금원의 일생을 재구성했다. 오랜 세월 역사 저편에 묻힌 한 여성의 삶을 그렇게 복원했다.

가난한 양반가의 서녀로 태어났던 금원. 적서 차별이 심하던 당시 그녀가 선택할 것은 거의 없었다. 금원은 달랐다. "여자로 태어났다고 규방 깊숙이 들어앉아 여자의 길을 지키는 것이 옳은가. 한미한 집안에서 태어났으니 분수대로 살다가 이름 없이 사라지는 것이 옳은가."

금원은 신분과 성 차별의 이중 장벽에 갇히기를 거부했다. 부녀자의 일을 익히는 대신 부친에게 글을 배워 일찍이 사서삼경과 고금 문장에 통달했다. 책을 통해 세상만물의 이치를 깨달았고 담장 너머 세상을 향한 열망을 키워갔다.

현실과 관습의 벽을 넘어 비상을 꿈꿨던 여인. 어린 여성이 '오래된 꿈'을 이뤄내는 과정이 잔잔한 울림을 준다. 12세 이상. 홍경의 글·김진이 그림/보림/204쪽/1만 2천 원. 김상훈 기자 neat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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