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이 얼마나 귀한지 아세요?"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1동 28번지…' 최진아 연출자

'1동 28번지 차숙이네'의 연출을 맡은 최진아 씨. 강선배 기자 ksun@

지난 2일 오후 4시 부산문화회관 시립극단의 연습실. 우렁찬 배우들의 목소리 가운데 조곤조곤한 여성의 목소리가 간간히 들렸다. "어, 잠깐만 끊어서 갈게요." 목소리의 주인공은 시립극단의 올해 첫 공연 '1동 28번지, 차숙이네'(이하 차숙이네) 의 연출을 맡은 최진아 씨. 연출하면 으레 떠올리는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이나 강한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었다. 작은 체구에 가녀린 몸, 조곤한 말투는 마치 순수한 학생처럼 느껴졌다.

지난해 동아연극상 작품상과 대산문학상(희곡부문)을 수상한 저력이 어디서 나오는 걸까, 궁금했다.

-'차숙이네'는 집에 관한 이야기다. 전세난과 집값 상승으로 집은 더 이상 우리에게 단순한 집이 아니다. 혹시 이러한 사회적인 문제로 집에 관한 희곡을 쓰게 된 것이 아닌가?

△5년 전 시골에서 집 짓는 것을 봤는데 시멘트 벽 하나에 철근, 거푸집, 레미콘 등 많은 공정이 들어가더라. 집을 만들기까지의 고민과 과정을 보면서 집을 다시 생각하게 됐다. 집의 재료와 구조, 시간, 느낌을 통해 지금까지 인류와 집의 관계가 다르게 느껴졌다. 집이 저렇게 귀하게 지어졌다는 것을 연극을 통해 보여주면서 지금과는 다른 시선으로 집을 보게 하고 싶었다.

-대본엔 집 짓는 과정이 상세하게 묘사돼 있다. 집 짓는 현장을 경험하고 쓴 건가?

△마침 대학로 작업실 근처에서 새로 극장을 짓고 있었다. 덕분에 두 달 가까이 매일 관찰할 수 있었다. 그러면서 인부들과 매우 친하게 지냈고, 인부들이 주인보다 더 자주 가는 나에게 더 열심히 설명해 줬다.

-이전 작품 '연애얘기 아님'도 그렇고, '차숙이네'에서도 극 중 캐릭터가 관객에게 직접 설명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연극은 1시간 반 동안 관객과 함께 지내는 과정이다. 어떤 연극은 희로애락과 같은 감정을 나누기도 하고, 갈등 상황을 풀어내기도 한다. 이 작품은 그냥 사람 사는 살림집을 짓는 이야기다. 집이 주인공이다. 얘기하다 설명이 필요한 대목이 있다면 직접 설명할 수도 있다고 본다.

-'차숙이네'는 서울에서 공연돼 호평을 받았다. 동아연극상과 대산문학상도 수상했다. 시립극단 배우들과 함께 작업하는 이번 작품은 두 번째인 셈인데, 초연과 재연, 부산시립극단 배우들과의 공연이 어떤 차이가 있나?

△이 작품이 기존 작품처럼 뚜렷한 기승전결이 있지도 않고 특별히 결말이라고 할 것도 없다. 그래서 초연 때는 연습과정에서 의심도 많이 가졌다. 초연 때는 의심이 원동력이 되었다면, 지금은 배우들이 작품에 대해 믿고 잘 따라와 준다. 무엇보다도 시립극단 배우들은 감정표현이 좋다, 인물이 갖고 있어야 할 감정의 기복을 잘 표현한다.

-원래 연극 전공도 아니고, 남들이 부러워할 다른 직업도 가졌었다. 본업을 버리고 연극에 빠져든 이유는?

△내가 세상을 바라보는 수준이 내 연극의 수준이 된다고 생각한다. 내가 세상을 잘 봐야 제대로 연극을 만든다. 세상을 잘 바라볼 수 있도록 노력하게 만드는 연극의 이러한 점이 좋다.

그의 저력과 진정한 카리스마는 세상을 보는 시선에서 나오는 거였다.

▶1동 28번지, 차숙이네=14일부터 20일까지. 부산 문화회관 소극장. 평일 오후 7시 30분. 토요일 오후 4시, 7시 30분, 일요일 오후 4시. 051-607-3151.

박진숙 기자 true@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