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립미술관장 전문·책임성 갖춘 인물이 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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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 오후 대안공간 반디에서 '부산시립미술관 관장을 찾습니다'라는 주제로 열린 포럼.

부산시립미술관의 관장 임기가 내달 20일로 종료됨에 따라 부산시가 지난 10일 관장 채용 공고를 냈다. 한데, 부산시가 요구한 관장의 주요 업무 8가지를 자세히 뜯어보면 이해하기 힘든 구석이 많다. 관장 선임과 관련해 여러 소문과 의견이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때마침 공식적인 논의의 장이 마련됐다. 커뮤니티 아트 포럼(CAF)이 지난 25일 오후 부산 수영구 광안동 대안공간 반디에서 '부산시립미술관 관장을 찾습니다'라는 주제로 시립미술관 수장으로서의 임무와 역할을 되짚어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발제는 김성연 CAF 공동대표가 맡았다. 먼저 부산시 공채 공고문에 기재된 관장 채용 공모 방식부터 도마에 올랐다.

김 대표는 "부산미술계의 가장 중요한 자리 중 하나인 시립미술관장 채용공고가 미술계를 비롯해 외부에 제대로 홍보되지 않고 있다"고 운을 뗀 뒤 부산시가 요구한 관장의 주요 업무 내용 8가지에 대해서도 조목조목 비판했다. 요컨대 '관람객 확보를 위한 복합 전시 문화공간 조성·운영'에 대해 김 대표는 "미술관이 마치 관람객 확보를 위한 수단인 것처럼 표현되어 있다. 시립미술관은 관람객 확보가 목적이 아니라 어떤 의미있는 예술 활동을 보여주겠다는 것이 목표이어야 한다. 이는 본말이 전도됐다"고 비판했다.

부산시, 새 관장 선임 앞두고
CAF 주최 논의의 장 마련
"학예사 고유권한 존중" 주장도


CAF 이지훈 공동대표도 맞장구를 쳤다. "좋은 작품도 없고, 좋은 개념도 없는 상황에서 시립미술관이 관객 확보만을 요구하며 종합 문화센터를 지향하는 것은 알맹이가 빠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영 마인드를 통한 소장품 및 기증 작품 확보'라는 업무 내용에 대해서도 비판은 이어졌다. 김 대표는 "소장품이야말로 미술에 대한 소양과 전문적 식견이 필요하고 장기적인 미술관의 방향성과 연관되어 있다. 이런 소장품 구입에 관장이 직접 나설 것이 아니라 전문 인력인 학예사들의 심도 깊은 연구를 통해 어떤 의미있는 작품을 구입해야겠다는 고민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덧붙여 김 대표는 "언제부터인가 부산시립미술관은 소장품 구입에 전문학예사들은 추천을 못하는 기묘한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포럼과 무관하게, 신임 시립미술관장 요건에 대한 지역 미술계와 문화계의 주문도 상당하다. 특히 전문성과 책임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강했다. 작품구입과 관리, 전시기획 등 미술관 고유 업무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갖추고, 적재적소에 적용할 수 있는 책임감과 용기를 지닌 사람이어야 한다는 게 미술계와 문화계의 중론이다.

여기에 함께 거론되는 것이 공정성과 객관성, 그리고 윤리의식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부산시립미술관은 전시, 교육, 수장, 보존의 기능을 하고 있기에 여러 요구가 안팎으로 많을 수밖에 없다. 전시기획과 작품구입 등 정실에 흐를 위험을 견제할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학예실의 조직 및 개인적 자질 발전을 위한 배려를 할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한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관장의 독단적 생각을 강요하지 말고, 학예직의 창의력과 소신을 펼칠 수 있게 하는 인물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조건이 제대로 갖추어질 때 '열려있는 미술관, 시민속의 미술관'에 한 발 가까이 다가설 수 있는 것이다.

한편 지난 25일 공모 마감 결과, 5명이 부산시립미술관 관장 공모에 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글·사진=정달식 기자 dos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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