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뮤지컬 효시는 1941년 '견우직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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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뮤지컬사/박만규

뮤지컬 '모차르트'의 한 장면. 부산일보 DB

현재 국내 연극판은 뮤지컬이 대세다. 최근 몇 년간 몰아친 뮤지컬 돌풍은 다양한 소재와 방법으로 관객몰이를 하고 있다. 아이돌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강력한 티켓 파워를 과시한 작품도 나왔고 안중근을 소재로 한 창작 뮤지컬 '영웅'이 호응을 얻기도 했다.

'미스 사이공' 같은 외국 대작도 국내에서 공연해 관객에게 즐거움을 줬다. 올해도 영화음악의 대가 엔니오 모리코네가 음악 작업에 직접 참여한 대형 뮤지컬 '미션'이 국내 무대에 오를 예정이다. 부산지역 소극장도 다양한 소재의 뮤지컬을 무대에 선보이고 있다.

뮤지컬 전성시대에 맞춰 책이 한 권 나왔다. '한국 뮤지컬사'다. 저자가 지난 10여 년 동안 각 극단과 관련 기관을 돌며 발품을 팔고 자료를 모아 국내 뮤지컬 70년사를 정리했다는데 의의가 있다.

현재의 뮤지컬 붐은 일제강점기에도 우리 민족의 정서를 보전하고자 했던 문화예술인의 정열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국내 뮤지컬의 효시는 1941년 8월 라미라가극단이 부민관 무대에 올렸던 '견우직녀:지상편'. 당시 우리 겨레의 전설(견우직녀)을 소재로 작품을 무대에 올리는 일은 용기가 없었다면 불가능했다. 문화예술계까지 친일파가 득세했던 시기였기 때문이다. 라미라가극단은 언론계에 몸담았던 설의식과 서항석이 힘을 합쳐 만들었다. 재정난에 허덕이던 '콜롬비아 악극단'을 인수해 민족음계인 계면조에서 사용하는 '라'와 '미'를 따 극단 이름을 지었다. 극단 명칭에서도 저항 의식을 분명히 하고 민족 정서를 유지하려 했던 결연한 의지가 나타난다.

저자는 1940년대 공연된 '심청전', '하바네라'부터 최근작 '명성황후'까지 국내 뮤지컬 작품을 풍부한 사진 자료를 곁들여 자세하게 설명한다. 뮤지컬의 기본 형식과 스태프 역할도 명시해 뮤지컬 입문서나 개론서 역할도 톡톡히 한다.

민간 뮤지컬 전문단체 '예그린악단'의 창단과 해산, 세종문화회관 개관, 남북공연단 교환에 얽힌 일화도 흥미롭다. 다만, 작품 줄거리가 다소 장황하고 체계적으로 편집되지 못한 점은 아쉽다. 박만규 지음/도서출판 한울/1천8쪽/8만원.

김종균 기자 kjg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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