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을수록 끌리는 인도음식 같은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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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니 라트남 감독 인터뷰

인도영화의 거장 마니 라트남 감독이 8일 오후 해운대 신세계 문화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윤민호 프리랜서 yunmino@naver.com

"하나는 제 출신 지역에서 사용되는 타밀어(라아바난)로 다른 하나는 전국적으로 사용되는 힌디어(라아반)로 영화를 만들었습니다. 인도 전역에 통용되는 주제라 모든 인도인들이 보았으면 하는 생각에서 만들게 됐죠. 두 작품을 쌍둥이와 비교하면 될 것 같습니다. 얼굴은 서로 닮았지만 성격이 서로 다를 수 있듯이 말입니다."

제15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인도 영화의 거장 마니 라트남(55) 감독은 8일 부산 해운대 신세계 문화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똑같은 영화를 서로 다른 캐스팅과 언어로 두 편(라아반·라아바난) 제작해 선보인 이유와 두 작품의 성격을 이같이 밝혔다.

기자회견장에는 PIFF 김지석 수석 프로그래머, 마니 라트남 감독, 여자 주인공 아이쉬와리아 라이, 남자 주인공 아비 섹 바흐찬, 치얀 비크람이 참석했다.

같은 내용 '라아바난'·'라아반'
언어·배우 다른 '쌍둥이' 작품
'발리우드' 정수라는 평가


PIFF 상영작(갈라 프레젠테이션) '라아반'과 '라아바난'은 똑같은 내용을 언어와 배우만 바꿔 다시 찍은 영화. 감독에게 영화 소개를 부탁했다. "경찰에게 강간당한 여동생의 복수를 위해 경찰서장의 아내를 납치했으나 되레 그 여성과 사랑에 빠지는 한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여자 주인공은 똑같은데 남자 주인공이 각각 다른 것도 특징이다. 특히 힌디어 버전 영화의 남자 주인공이 타밀어 버전에서는 남의 아내를 빼앗는 도적으로 나온다. 배신과 음모를 풍부하게 다루고 있다"는 식으로 설명했다. 실제 영화관에서는 관객들이 두 영화를 비교해 볼 수 있도록 연속 상영한다.

복수와 사랑이 뒤얽힌 '발리우드'(미국의 영화산업인 할리우드에 빗댄 말로 인도의 영화산업을 지칭) 영화의 정수를 보여준다.

감독에게 두 영화 중 어떤 영화를 먼저 만들었는지 물었다. "한 영화를 먼저 만들고 다른 영화를 뒤에 만든게 아니라 동시에 촬영했다"고 설명했다. "배우들의 적극적인 협조로 잘 찍었고 현재 전세계적으로 개봉되고 있으며 관객들의 반응이 호평도 있고 악평도 있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번이 두 번째 부산 방문이다.

인도영화를 즐기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 궁금했다. 마니 라트남 감독은 "인도 영화는 인도음식과 같다. 처음에는 낯설고 너무 매운 게 아닌가 하지만 계속 경험하다보면 인도 음식에 빠지는 것처럼 맛있다"며 지속적인 관심을 부탁했다.

여 주인공으로 나오는 아이쉬와리아 라이는 "내용이 같지만 언어가 다르기 때문에 영화가 주는 뉘앙스가 매우 달랐어요. 한 번 상상해 보세요. 두 영화가 동시에 촬영되었기 때문에 더 힘들었죠. 하지만 새로운 경험이고 도전이었습니다"라고 했다. 영화에서 아이쉬와라 라이는 경찰 서장 데브의 아내인 라자니 역을 맡았다.

아이쉬와리아 라이는 인도를 대표하는 여배우이자 빼어난 미모로 더 알려져 있다. 배우 '줄리아 로버츠'가 "당신이 가장 이쁘다"고 했다는 대상이 바로 아이쉬와리아 라이다. 그렇다면 그에게 가장 기분 좋은 칭찬은 무엇일까? "배우로서 최고의 찬사는 감독이 OK!, 다음 장면!이라고 할 때죠. 그리고 관객들도 영화를 보고 좋다고 했을 때이고요." 미모가 배우로서 걸림돌이 되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즉답을 피했다.

아이쉬와리아 라이와 아비 섹 바흐찬은 부부. 2007년 결혼했다. 남편과는 결혼 전후 수 편의 영화를 함께 찍으며 금실을 과시하고 있다. 남편은 '라아반'에서 경찰 서장으로 출연한다.

한 영화(라아바난)에서는 아내를 뺏긴 역할이고 다른 영화(라아반)에서는 아내를 뺏는 역할로 매력을 발산하는 치얀 비크람은 "배우로서 굉장히 실험적이고 신나는 경험이었다"고 했다. "존경하는 감독과 함께 작업한 것이 좋았고 너무 즐거웠다. 팀워크도 좋았지만 정글 촬영은 육체적으로 굉장히 힘든 작업이었다"고.

아이쉬와리아 라이, 아비 섹 바흐찬, 치얀 비크람은 한결같이 "존경하는 마니 라트남 감독과 함께 일하고 싶다. 그리고 PIFF를 다시 한 번 찾을 수 있는 기회가 있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정달식 기자 dos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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