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고통 느낄 수 있어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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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를 다시 묻다/이윤영·윤한결과 인디고 유스 북페어 프로젝트 팀

"선생님, 왜 타인의 고통을 이해해야 하죠?" 어린 학생의 당돌한 질문은 인디고 유스 북페어 프로젝트 팀에게 충격이었다. 2008년 '인간'이란 주제로 '인디고 유스 북페어'를 나름 성공적으로 치러냈다고 자부했던 터였다. 인문학을 통해 타인의 고통을 이해하고 배려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 수 있을 거란 희망도 엿봤던 터였다. 어린 학생의 질문에 그런 희망은 덧없이 좌초하고 말았다. 인문학이 말하는 바는 옳은 것들이지만, 왜 현실에선 실현되지 못할까 하는 질문에 한참을 번민했다.

지난 2월 18일 쿠바 아바나의 한 안과병원. '가치'를 주제로 오는 8월 열릴 '2010 인디고 유스 북페어'를 준비하던 프로젝트 팀이 우여곡절 끝에 젊은 청년 의사 세 명을 인터뷰했다. 베네수엘라의 앞 못보는 가난한 사람들 50명의 무료 백내장 수술을 시작으로 라틴아메리카 전역의 빈민 200만 명에게 시력을 찾아준 '기적의 작전'이 처음 시작된 병원이었다.

정의·평등·생명사랑을
실천하는 사람과의 만남


프로젝트팀은 "의사이지만 돈을 벌기보다 아픈 사람의 치료에 더 중요한 가치를 둔다는 것이 당신들을 찾아온 이유"라고 말문을 열었다. "의사가 어떻게 돈을 위해 존재할 수 있느냐"며 그들은 의아해 했다. "장래 희망을 의사라고 말하는 아이에겐 공부를 열심히 하라는 말보다 타인의 고통을 느낄 줄 아는 사람이 되어라고 가르친다"는 말로 이어졌다. "왜 타인의 고통을 이해해야 하는가"라는 어린 학생의 질문에서 시작한 여정은 "왜 타인의 고통을 느낄 수 없느냐"는 쿠바 의사들의 너무도 당연한 질문으로 끝을 맺었다.

'가치를 다시 묻다'는 정의 평등 생명 사랑과 같은 가치에 대해 연구하고 실천하는 전 세계 석학들과 청소년들과의 만남을 기록한 책이다. 친절함을 가장 소중한 가치로 꼽은 역사학자 하워드 진, 세계화의 물결 속에서 다양성의 가치를 지켜나가는 인도 환경운동가 반다나 시바 등 선한 가치를 생각의 영역뿐만 아니라 실천의 영역으로 확장해 가려는 이들과의 만남이다.

하워드 진이 흑인 여성 작가의 말을 빌어서 했다는 말이 생각난다. "태양을 보고 뛰어오르거라. 태양에 닿을 순 없을 거야. 하지만 적어도 땅으로부터 떠오를 수는 있지 않겠니." 뭐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이윤영, 윤한결과 인디고 유스 북페어 프로젝트 팀 지음/궁리/2만5천원. 
이상헌 기자 tt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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