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씨 예쁜 토끼 돌이는 풀이 애처로워 먹을 수가 없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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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책] 아기 소나무 / 권정생

소박하고 정갈하다. '강아지 똥(1969년)'으로 유명한 권정생 선생의 동화를 두고 하는 말이다. 작고 여린 씨앗 하나가 싹을 틔워 푸른 세상을 만들 듯 그의 동화에는 우리가 꿈꾸는 아름다운 세상의 모습이 오롯이 담겨 있다. 주인공들도 작고 보잘것 없지만 아름다운 세상을 만드는데 필요한 소중한 존재들을 등장시킨다. 이를테면 아기 소나무, 찔레꽃잎, 다람쥐, 개구리, 까마귀, 돌멩이, 강아지똥….

그것 만이 아니다. 다루는 소재와 주제도 다양하다. 세상 모든 것을 안타깝게 여기는 고운 마음, 외롭고 쓸쓸해도 꿋꿋하고 씩씩하게 견디는 용기, 서로서로 나누고 아끼면서 만들어 가는 삶의 가치, 남을 시샘하거나 억누르지 않고 더불어 살아가는 지혜 등등. 자칫 무거울 수도 있는 이런 주제들을 부드럽고 잔잔하게, 때로는 경쾌하고 익살스럽게 풀어간다.

이것이 권정생 선생이 우리에게 남겨 두고 간 선물이다. 그는 2007년 5월 우리 곁을 떠났다. '몽실언니', '점득이네', '용구 삼촌' 등 수많은 아름다운 작품을 선물로 남겨두고.

소나무 두꺼비 수탉 등
7편의 아름다운 이야기


그의 이런 체취를 어린이들이 맘껏 느낄 수 있는 동화책이 나왔다. '아기 소나무'다. 모두 7편의 짧은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배가 고파 풀무꽃풀을 먹고 싶지만 마음이 아픈 돌이 토끼의 이야기는 애잔하다. 칡넝쿨이랑 과남풀이랑 뜯어 먹으면 맛있을 것 같지만 뜯어 먹히는 건 모두 없어질 것을 알기에 마음이 아프다. 그렇지만 너무 배가 고픈 걸! 그래서 풀무꽃풀 곁으로 다가가 조심스럽게 던지는 말 "널 먹어도 되니?" 하지만 풀무꽃풀이 바들바들 떨고 있는 모습을 보고 말없이 돌아선다.

돌이 토끼는 하늘을 쳐다보고 "하느님은 무얼 먹고 사세요"하고 여쭤 본다. 하느님은 "보리수나무 이슬하고 바람 한 줌, 그리고 아침 햇빛 조금 마시고 살지"라고 말한다. 하느님의 대답을 들은 돌이 토끼는 자기도 그렇게만 먹고 살 수 있게 해달라고 조른다. 하지만 하느님은 이 세상 모두가 돌이 토끼처럼 남의 목숨을 소중히 여기는 세상이 오면 그렇게 해 주겠다고 약속한다. 그러면서 하느님이 하는 말은 깊은 울림으로 다가온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기를 써 가면서 남을 해치고 있구나." 그리고 잠시, 돌이 토끼의 얼굴에 눈물 한 방울이 떨어진다. 하느님이 흘린 눈물이었다.

생명의 소중함을 아름다운 이야기 한 편으로 멋지게 설명했다. 저자의 마음까지 읽힌다. 하느님의 눈물은 저자의 마음이리라.

희고 둥근 달님에게 손이 닿도록 쑥쑥 자라고 싶은 아기 소나무의 이야기도 아름답다. 사랑하는 친구란 돈이 있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라 바라보는 시각도 같아야 한다는 것을 은연중에 암시하는 두꺼비와 수탉의 이야기도 흥미롭다. 철없는 아이의 무심한 장난 때문에 죽어가는 고추짱아의 이야기는 슬프다.

이렇게 슬프고도 아름다운 이야기들이 차곡차곡 마음을 적신다. '학교놀이' '아기 늑대 세 남매' '아름다운 까마귀 나라' 등 권정생 선생의 다른 동화 3권과 함께 출간됐다. 초등학생용. 권정생 글/김세현 그림/산하/79쪽/9천원. 정달식 기자 dos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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