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밀레종 설화' 왕실 권력투쟁 통해 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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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밤 8시 KBS 1 '역사 스페셜'

에밀레종에 전해오는 '인신공양' 설화에는 젊어서 죽은 혜공왕에 대한 신라 백성들의 연민이 담겨있다.

1천200년 전 신라인들이 12만근의 구리로 '성덕대왕신종'이라는 위대한 걸작품을 탄생시켰다. 그러나 '에밀레종'이란 별칭으로 더 친숙한 이 종에는 '유아 인신공양'이라는 엽기적인 설화도 함께 전해져 내려온다.

KBS 1TV '역사 스페셜'이 불교 국가였던 신라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이 '에밀레종' 설화의 진실을 왕실의 권력 투쟁을 통해 파헤쳐 본다. 28일 오후 8시 방송.

사실 신라인들이 신종의 완성을 위해 어린 아이를 희생했다는 이야기는 어떤 역사 기록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손자인 혜공왕이 성덕대왕의 덕을 기리기 위해 이 종을 만들었다는 기록만 남아 있을 뿐이다. 그렇다면 '불살생'의 불교 교리도, 인륜도 저버린 전설은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

종을 만들고 작업에 참여한 사람들을 새긴 '종명'에는 성덕대왕, 경덕왕, 혜공왕에 대한 찬사와 함께 특이하게도 혜공왕의 어머니인 만월부인에 대한 찬사가 기록되어 있다. 또 '원구'라는 인물의 권력이 막강했음을 알려주는 대목도 있다. 혜공왕 대의 실권자 원구는 누구일까?

신종은 여덟 살의 어린 나이에 왕위에 오른 혜공왕이 열다섯 살 되던 해에 완성됐다. 당시 신라는 섭정에 나선 혜공왕의 어머니 만월부인이 친정 오빠인 김옹과 함께 국정을 좌지우지 하고 있었다. 종명에 나오는 원구가 바로 혜공왕의 외삼촌인 김옹이다.

어린 혜공왕은 재위기간 내내 허수아비처럼 지내며 반란에 시달리다 스물두 살 젊은 나이에 김지정의 난으로 죽음을 맞았다. 거듭 실패하던 신종 제작이 어린 아이의 희생 덕에 결국 끝을 맺었다는 에밀레종 설화에 혜공왕, 어머니인 만월부인, 그리고 외삼촌 김옹 이 세 사람을 대입해 보면 당시 정치사와 매우 유사함을 알 수있다.

결국 에밀레종 설화는 권력다툼으로 죽은 젊은 왕에 대한 신라인들의 연민인 셈이다.

이날 방송에서는 비대칭으로 제작된 종고리의 의미도 알아본다. 신라 범종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대나무를 짊어지고 있는 한 마리 용은 과연 무엇을 상징하는 걸까. 권상국 기자 ks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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