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굳이 나를 드러낼 필요는 없지만, 남들이 즐길만한 재미 하나 추가해 놓는다는 건 의미있는 일 아닐까요?"
웹툰 작가 '굽시니스트'(본명 김선웅·29)는 '굽신거리는 사람'이라는 뜻의 필명처럼 조용한 청년이었다. 그러나 그런 그가 지난해 선보인 역사 패러디 웹툰 '본격2차세계대전만화'는 불황 속에서도 판매고 1만 부를 돌파하며 국산만화의 가능성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켰다. 이번 달 출간을 마친 2권 역시 출시 다음날 바로 2쇄에 들어갈 정도로 호평을 받고 있다.
'본격2차세계대전만화' 인기 폭발
"잡다한 하위 문화가 다양성 키워"
지지자들의 말을 빌리자면 김씨의 만화는 '패러디의 성찬'이다. 그가 지면 구석구석 숨겨놓은 패러디의 퍼즐을 끼워맞추기 위해 독자들은 영화, 만화, 드라마에다 역사와 시사를 줄줄 꿰고 있어야 한다.
사실 김씨는 미술과는 인연이 먼 역사학도다. 현재 성균관대 대학원에서 역사교육학을 전공 중인 이 청년이 본격적으로 웹툰에 손을 대기 시작한 건 제대 후. 학창시절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고 전쟁사에 흥미가 있던 김씨는 얼마 가지 않아 그는 '굽본좌'라는 별명으로 불리며 광적인 팬을 거느린 전문 웹툰작가가 되어 있었다.
"친구들은 이럴 줄 알았다고 그래요. 밀리터리 잡지와 만화에 푹 빠져있던 놈이니까. 하지만 교직자인 부모님이 아무래도 걱정을 많이 하셨죠."
자칫 비참한 전쟁사를 코믹한 패러디 대상으로 삼았다는데 대한 비난을 의식하지는 않았을까. 그는 담백하게 대답했다. "전쟁사는 현대사 어느 장르보다는 매력적인 장르지요. 사극 '조선왕조 500년'의 시청률도 임진왜란 부분이 가장 높았다잖아요. 전쟁이란 비참한 일이지만 그게 흥미로운 것 또한 사실입니다."
그러나 자유분방하게 붓을 놀리던 김씨도 이젠 매인 몸이 됐다. 그는 3개월 전부터 시사주간지 '시사인'의 고정 카툰을 맡아 연재중이다. "잡지사 쪽에서도 고심을 한 모양이더라고요. 아무래도 시사라는 주제는 딱딱하고 나이든 느낌이 나니까 젊은 층에 인기있는 웹툰 작가들을 물색한 모양이에요."
마이너 장르 격인 인터넷 패러디를 무기삼아 메이저 미디어 시장에 뛰어든 그는 "매주 독자 피드백이 오니까 필력을 쌓는 데는 상당히 도움이 된다"면서도 아무래도 눈치를 안볼 수가 없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벌써 몇 번 원고를 캔슬(취소)당하기도 했어요. 시사잡지에서 중구난방으로 조크를 던질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요. 그림 그릴 때 어깨가 무거워지는 느낌도 들고 자체 검열이랄까 그런 것도 생겼어요." 그래도 그는 아예 퇴짜맞을 것 같은 주제가 떠오른 주는 미리 한 건 정도 더 그려놓는 요령도 부리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그의 최대 고민은 진로 문제다. 인터넷에서는 광신도를 거느린 웹툰 교주 반열에 올랐지만 이른바 '88만원 세대'인 그는 어디 한 군데 딱히 몸둘 곳이 없다. "여전히 갈등 중이지요. 차트에서 무라카미 하루키도 젖히는 '파페포포' 시리즈처럼 감성툰이라면 몰라도 마이너한 장르의 웹툰이잖아요. 교직 공부중이지만 임용고시도 40대 1입니다. 다른 취업시험과 달리 여긴 허수 지원도 없어요, 하하."
취미로 시작했지만 한 청년의 미래를 좌지우지 할만큼 부쩍 커져버린 그에게 만화는 어떤 의미일까. 김씨는 자신의 장르를 '서브 컬처'로 표현한다. "전 우리나라 문화가 크게 세부류로 나뉜다고 봐요. 고급스러운 상류 문화, 그 아래에 TV나 영화로 대변되는 대중 문화. 제가 다루는 '서브컬처'는 그 대중문화에서 파생된 각종 잡다한 하위 문화를 가리킵니다. 제가 노는 바닥이니 만화도 거기에 속하겠죠."
그는 이렇듯 문화의 근간을 이루는 '서브 컬처'가 우리나라 주류 문화의 다양성을 풍부하게 하는 토양이 될 거라고 말한다. "가까운 일본만 가도 지역마다 연예계가 따로 있어요. 우리 나라처럼 전국민이 모여서 서울 지상파 3사만 바라보고 있는 나라는 없을 걸요? 그런 단일화된 문화는 폭이 좁을 수 밖에 없어요. '서브 컬처'는 거기에 다양성을 추가하죠. MBC '무한도전'을 보세요. '서브컬처'를 다룬 마니악한 자막으로 성공했잖아요."
권상국 기자 ksk@busan.com
"세상에 굳이 나를 드러낼 필요는 없지만, 남들이 즐길만한 재미 하나 추가해 놓는다는 건 의미있는 일 아닐까요?"
웹툰 작가 '굽시니스트'(본명 김선웅·29)는 '굽신거리는 사람'이라는 뜻의 필명처럼 조용한 청년이었다. 그러나 그런 그가 지난해 선보인 역사 패러디 웹툰 '본격2차세계대전만화'는 불황 속에서도 판매고 1만 부를 돌파하며 국산만화의 가능성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켰다. 이번 달 출간을 마친 2권 역시 출시 다음날 바로 2쇄에 들어갈 정도로 호평을 받고 있다.
'본격2차세계대전만화' 인기 폭발
"잡다한 하위 문화가 다양성 키워"
지지자들의 말을 빌리자면 김씨의 만화는 '패러디의 성찬'이다. 그가 지면 구석구석 숨겨놓은 패러디의 퍼즐을 끼워맞추기 위해 독자들은 영화, 만화, 드라마에다 역사와 시사를 줄줄 꿰고 있어야 한다.
사실 김씨는 미술과는 인연이 먼 역사학도다. 현재 성균관대 대학원에서 역사교육학을 전공 중인 이 청년이 본격적으로 웹툰에 손을 대기 시작한 건 제대 후. 학창시절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고 전쟁사에 흥미가 있던 김씨는 얼마 가지 않아 그는 '굽본좌'라는 별명으로 불리며 광적인 팬을 거느린 전문 웹툰작가가 되어 있었다.
"친구들은 이럴 줄 알았다고 그래요. 밀리터리 잡지와 만화에 푹 빠져있던 놈이니까. 하지만 교직자인 부모님이 아무래도 걱정을 많이 하셨죠."
자칫 비참한 전쟁사를 코믹한 패러디 대상으로 삼았다는데 대한 비난을 의식하지는 않았을까. 그는 담백하게 대답했다. "전쟁사는 현대사 어느 장르보다는 매력적인 장르지요. 사극 '조선왕조 500년'의 시청률도 임진왜란 부분이 가장 높았다잖아요. 전쟁이란 비참한 일이지만 그게 흥미로운 것 또한 사실입니다."
그러나 자유분방하게 붓을 놀리던 김씨도 이젠 매인 몸이 됐다. 그는 3개월 전부터 시사주간지 '시사인'의 고정 카툰을 맡아 연재중이다. "잡지사 쪽에서도 고심을 한 모양이더라고요. 아무래도 시사라는 주제는 딱딱하고 나이든 느낌이 나니까 젊은 층에 인기있는 웹툰 작가들을 물색한 모양이에요."
마이너 장르 격인 인터넷 패러디를 무기삼아 메이저 미디어 시장에 뛰어든 그는 "매주 독자 피드백이 오니까 필력을 쌓는 데는 상당히 도움이 된다"면서도 아무래도 눈치를 안볼 수가 없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벌써 몇 번 원고를 캔슬(취소)당하기도 했어요. 시사잡지에서 중구난방으로 조크를 던질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요. 그림 그릴 때 어깨가 무거워지는 느낌도 들고 자체 검열이랄까 그런 것도 생겼어요." 그래도 그는 아예 퇴짜맞을 것 같은 주제가 떠오른 주는 미리 한 건 정도 더 그려놓는 요령도 부리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그의 최대 고민은 진로 문제다. 인터넷에서는 광신도를 거느린 웹툰 교주 반열에 올랐지만 이른바 '88만원 세대'인 그는 어디 한 군데 딱히 몸둘 곳이 없다. "여전히 갈등 중이지요. 차트에서 무라카미 하루키도 젖히는 '파페포포' 시리즈처럼 감성툰이라면 몰라도 마이너한 장르의 웹툰이잖아요. 교직 공부중이지만 임용고시도 40대 1입니다. 다른 취업시험과 달리 여긴 허수 지원도 없어요, 하하."
취미로 시작했지만 한 청년의 미래를 좌지우지 할만큼 부쩍 커져버린 그에게 만화는 어떤 의미일까. 김씨는 자신의 장르를 '서브 컬처'로 표현한다. "전 우리나라 문화가 크게 세부류로 나뉜다고 봐요. 고급스러운 상류 문화, 그 아래에 TV나 영화로 대변되는 대중 문화. 제가 다루는 '서브컬처'는 그 대중문화에서 파생된 각종 잡다한 하위 문화를 가리킵니다. 제가 노는 바닥이니 만화도 거기에 속하겠죠."
그는 이렇듯 문화의 근간을 이루는 '서브 컬처'가 우리나라 주류 문화의 다양성을 풍부하게 하는 토양이 될 거라고 말한다. "가까운 일본만 가도 지역마다 연예계가 따로 있어요. 우리 나라처럼 전국민이 모여서 서울 지상파 3사만 바라보고 있는 나라는 없을 걸요? 그런 단일화된 문화는 폭이 좁을 수 밖에 없어요. '서브 컬처'는 거기에 다양성을 추가하죠. MBC '무한도전'을 보세요. '서브컬처'를 다룬 마니악한 자막으로 성공했잖아요."
권상국 기자 ks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