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내가 무형문화재인 줄 알아. 문화재의 '문'자만 들어도 가슴이 무너져."
무명 저고리와 버선 한 켤레, 그리고 쥘부채 하나로 서민들의 웃음과 눈물을 자아내던 최고의 광대 공옥진. 그러나 두 번의 뇌졸중과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그는 예전의 모습을 잃었다. KBS 스페셜이 '예인' 공옥진의 안타까운 사연을 전한다. 1TV 11월 1일 오후 8시 방송.
지난 9월 공옥진의 집을 찾은 제작진은 객석을 휘어잡던 모습을 잃어버린 채 4평 남짓한 공간에서 노환으로 힘겹게 살아가는 깡마른 노인 공옥진을 만났다. 그는 자신의 초라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아 촬영도 한사코 거부했다.
제작진은 1982년 KBS에 출연해 1인 창무극을 선보이던 공옥진의 영상을 준비해 그를 설득했다. 버선발로 무대를 휘젓는 화면 속 자신에게 공옥진은 "옥진아, 옥진아"를 외치며 오열했다고 한다.
2006년 가을, 그는 집 앞에서 교통사고를 당해 무대에서 내려올 수밖에 없었다. '3차 신경통'이라는 새로운 병도 얻었다. 이제 그는 걷기도 힘든데다 한쪽 손마저 심하게 떨고 있다.
사고 전까지만 해도 공옥진은 '대박공연'의 보증수표였다. 그와 함께 일했던 한 공연기획자는 "공옥진은 자신의 인생 굽이굽이 녹아든 한을 그만의 솜씨로 이야기를 빚어내는 천재 극작가"라고 평한다.
아쉽게도 공옥진은 무형문화재 예능보유자가 아니다. 1999년 전남도청 문화재위원회에서 심의를 한 적이 있지만 비밀투표 끝에 부결됐다. '전통을 계승한 것이 아니라 본인이 창작한 작품'이라는 것이 이유였다.
병마와 싸우는 공옥진은 여전히 혼자다. 그가 사라지면 1인 창무극도 사라진다. 무형문화재로 인정받지 못해 배우려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투병하기 전에는 자신의 사비를 들여 제자들을 키웠지만 모두 떠나고 수제자 한현선씨 한 사람이 남아있을 뿐이다. 그러나 한씨도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 1인 창무극이 아닌 판소리로 전공을 바꿔야 했다.
시간이 많지 않다. 아직은 그의 몸이 창무극을 기억하고 있는 지금, 이를 보존하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과연 무엇일까?
권상국 기자 ksk@busan.com
"사람들은 내가 무형문화재인 줄 알아. 문화재의 '문'자만 들어도 가슴이 무너져."
무명 저고리와 버선 한 켤레, 그리고 쥘부채 하나로 서민들의 웃음과 눈물을 자아내던 최고의 광대 공옥진. 그러나 두 번의 뇌졸중과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그는 예전의 모습을 잃었다. KBS 스페셜이 '예인' 공옥진의 안타까운 사연을 전한다. 1TV 11월 1일 오후 8시 방송.
지난 9월 공옥진의 집을 찾은 제작진은 객석을 휘어잡던 모습을 잃어버린 채 4평 남짓한 공간에서 노환으로 힘겹게 살아가는 깡마른 노인 공옥진을 만났다. 그는 자신의 초라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아 촬영도 한사코 거부했다.
제작진은 1982년 KBS에 출연해 1인 창무극을 선보이던 공옥진의 영상을 준비해 그를 설득했다. 버선발로 무대를 휘젓는 화면 속 자신에게 공옥진은 "옥진아, 옥진아"를 외치며 오열했다고 한다.
2006년 가을, 그는 집 앞에서 교통사고를 당해 무대에서 내려올 수밖에 없었다. '3차 신경통'이라는 새로운 병도 얻었다. 이제 그는 걷기도 힘든데다 한쪽 손마저 심하게 떨고 있다.
사고 전까지만 해도 공옥진은 '대박공연'의 보증수표였다. 그와 함께 일했던 한 공연기획자는 "공옥진은 자신의 인생 굽이굽이 녹아든 한을 그만의 솜씨로 이야기를 빚어내는 천재 극작가"라고 평한다.
아쉽게도 공옥진은 무형문화재 예능보유자가 아니다. 1999년 전남도청 문화재위원회에서 심의를 한 적이 있지만 비밀투표 끝에 부결됐다. '전통을 계승한 것이 아니라 본인이 창작한 작품'이라는 것이 이유였다.
병마와 싸우는 공옥진은 여전히 혼자다. 그가 사라지면 1인 창무극도 사라진다. 무형문화재로 인정받지 못해 배우려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투병하기 전에는 자신의 사비를 들여 제자들을 키웠지만 모두 떠나고 수제자 한현선씨 한 사람이 남아있을 뿐이다. 그러나 한씨도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 1인 창무극이 아닌 판소리로 전공을 바꿔야 했다.
시간이 많지 않다. 아직은 그의 몸이 창무극을 기억하고 있는 지금, 이를 보존하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과연 무엇일까?
권상국 기자 ks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