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가] 강화도 송해면 '매화마름 논' 물 빼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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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1TV 24일 '환경스페셜'

KBS '환경스페셜'이 강화도 매화마름 논 물 빠지는 날 논바닥 풍경을 생생하게 카메라에 담았다.

강화도 송해면 사람들은 매년 5월 매화마름 논에 물을 빼는 날이면 미꾸라지, 메기, 붕어를 맨손으로 잡는다. 물이 빠지면 논바닥이 바로 드러나기 때문이다. 늦가을부터 봄까지 물을 담아 놓았다가 모내기용으로 사용하는 매화마름 논의 유쾌한 소동을 KBS '환경스페셜'팀이 카메라에 담았다. 1TV 24일 오후 10시 방송.

수문을 여는 날, 논은 속살을 드러내고 그동안 평화롭게 지내던 참게, 우렁이, 개구리 등은 난리를 겪는다. 물이 고인 발자국마다 올챙이와 송사리가 몰려들고, 물방개 유충과 파리는 죽은 물고기의 살점을 뜯어 먹느라 정신없다. 온갖 생명들이 살아남기 위해 물을 찾아가는 혼란의 현장이다.

올해 물 빠지는 현장에서 물장군도 발견됐다. 자연 상태에서 거의 찾아보기 힘든 종이다. 우리나라 수서곤충 중에서 가장 큰 종인 물장군은 작은 물고기부터 개구리까지 사냥하며 살아간다. 물장군이 산다는 것은 매화마름 논이 안정적인 생태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멸종 위기에 처한 매화마름은 인간의 존재가 오히려 생존에 필수적인 특이한 식물이다. 햇볕을 좋아하지만 다른 잡초에 비해 키가 작아 인위적으로 잡초를 제거해주지 않으면 성장할 수 없다. 매화마름이 주로 논에 생존해 있는 이유다. 매화마름은 어렵지 않게 인간과의 상생을 모색할 수 있는 멸종위기종이며 잃어버린 논 생태계를 복원하는 상징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하지만 강화군 송해면의 매화마름 논이 위기를 맞고 있다. 매화마름 씨앗은 물이 채워진 논에서 겨울잠을 자야만 이듬해 봄 꽃을 피울 수 있는데 대형 저수지가 완공되면서 물을 채워둘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겨우내 물을 가두지 않고 경지정리가 진행된다면 매화마름 군락지는 사라지고 만다.

권상국 기자 ks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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