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장면] 생각대로 되는 공공디자인/양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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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낌이 살아있는 디자인


'부산사람'이 된 지 이십년째다. 부산생활을 하면서 의아하게 생각한 것 중 하나가 굴뚝이었다. 천편일률적인 모양과 색깔로 만들어진 대형 굴뚝이 도심 곳곳에서 왜그리 눈에 거슬리게 다가오던지. 최근엔 많이 사라졌다고는 해도 아직도 부산에는 높이 6m가 넘는 대형굴뚝이 748곳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그중에 가장 많은 것이 목욕탕 굴뚝으로 604개. 다른 도시에선 좀처럼 볼 수 없는 풍경이기도 하다. 

세계 최고의 디자인선진국 핀란드에서 발견한 한 장의 굴뚝 사진(248쪽·왼쪽 사진). 굴뚝에 '얇은 띠를 감아올렸을 뿐'이라고 말하지만 굴뚝 끝에 부딪치는 바람이 금세라도 얇은 띠를 휘감아 돌면서 부드럽게 빠져나갈 것 같은 설계다. 보이는 것만으로도 바람을 느끼게 한다. 완벽한 기능은 완벽한 조형미를 만들어 좋은 느낌을 전달한다더니 꼭 들어맞는 표현이다. 이 때의 디자인은 논리가 아니라 '느낌'이다. 느낌은 생각의 시작이고, 생각은 또 다시 느낌을 만든다.

'생각대로 되는 공공디자인'(양요나 지음/도시미래연구원/1만2천원)은 유럽 디자인의 중심, 핀란드 곳곳에서 만나는 일상의 공공디자인(Public Design) 이야기를 기본 얼개로, 일본과 한국(서울)의 사례를 곁들여 풀어나간다.

땅과 호수의 모양으로 단순하게 디자인된 핀란드 국기 이야기부터 디자인이 그 나라의 자연과 닮을 수밖에 없는 사연, 인간다운 융통성(어울림)을 가진 디자인, 현실을 있는 그대로가 아닌 압축된 느낌으로 가져온 디자인, 지혜로운 디자인, 추세를 알고 미래를 반영한 디자인 등등 기발한 아이디어도 곳곳에 보인다. 

마지막으로 재미나는 사진 하나 더. 새의 날렵함과는 아주 거리가 먼, 뚱뚱한 몸에 짧고 펑퍼짐한 날개를 가진 새 주둥이 감시카메라(140쪽). '몰래 감시'라는 감시카메라 본연의 임무는 경직됨 그 자체지만 나같이 물러 터진 새한테도 걸릴 테면 걸려봐라는 식으로 쳐다보는 것 같아 웃음이 절로나게 한다. 디자인은 여유이기도 하다. 김은영 기자 key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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